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나사의 우주 연료 재보급 시스템




 현재까지 인공 위성은 발사 된 후 가지고 있는 연료가 고갈되면 버려지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인공위성이 자신의 궤도를 정확히 공전하면서 다른 위성과 충돌하지 않고 임무를 수행하려면 연료가 필요하게 마련인데 결국 이 연료가 다하면 아직 사용이 가능한 인공 위성이라도 수명이 다하게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우주에서 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 위성에 연료를 재충전 해줄 수 있다면 인공 위성의 수명을 늘릴 수도 있고 발사 초기 부터 많은 연료를 탑재하지 않은 상태로 궤도에 올린 후 우주에서 연료를 보급해 더 높은 궤도로 이동시킬 수 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우주 공간에서 연료 재보급은 난이도가 높은 데다 상당한 위험성도 따릅니다. 그럼에도 분명 여러가지 이점이 존재합니다. 




(RRM 을 이용한 재보급 미션의 개념도 In space, a robot servicer could use propellant transfer technologies to extend the life of orbiting satellites (depicted, artist’s concept).
Image Credit: NASA  ) 


 나사는 다양한 우주 재급유 시스템을 개발중에 있는데 이는 로보틱 재급유 미션 (Robotic Refueling Mission  RRM)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3 년 1월 14 일에서 25일까지 나사는 국제 유인 우주 정거장 (ISS) 에서 RRM 의 데몬스트레이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이 때는 에탄올을 이용한 급유 시스템만 확인했습니다.  


 RRM 은 로보틱 재급유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로봇 팔처럼 생긴 장치가 나와서 재급유를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재급유 중에 두 물체가 고속으로 이동하는 것은 비행기나 우주선이나 마찬가지긴 하지만 공기중을 고속으로 비행하는 비행기는 흔들림이 존재하며 너무 가까이 다가서면 충돌의 위험성이 매우 큽니다. 그러나 우주선의 경우 속도와 궤도를 잘 맞추면 상대 속도가 거의 0 에 가까운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근접할 수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는 급유봉보다 로봇 팔로 연료를 보충해 주는 것이 유리할 것입니다. 



(2013 년 1 월 RRM 데몬스트레이션.  The Robotic Refueling Mission, or RRM, investigation (center, on platform) uses the International Space Station's Canadarm2 and the Canadian Dextre robot (right) to demonstrate satellite-servicing tasks. Credit : NASA )



(재급유 시스템 (밸브와 노즐 툴 포함) 의 클로즈업 사진. 노즐 주변에 에탄올이 있음.  Stray drops of ethanol remain on the RRM Nozzle Tool after it withdraws from the fuel valve and the newly attached "quick disconnect" fitting.  Credit : NASA  )




(RRM: Mission to the Future Delivers )        


 RRM 은 넓게 보면 우주에서 인공 위성과 우주선을 바로 수리하려는 계획의 일부입니다. 지금까지 이 임무는 매우 드물게 일어났으며 사람이 직접 가서 시행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바로 허블 우주 망원경 수리 미션이죠. 그러나 엄청난 비용과 시간, 그리고 위험을 동반해야 했습니다. 무인 로봇 우주선을 이용하는 것은 이 과정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다만 위에 영상과 사진에서 보듯이 첫번째 미션에서는 에탄올이 일부 새는 문제가 있었고 이는 큰 사고 - 연료와 산화제가 새서 폭발한다고 가정할 경우 -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할 필요는 있을 것입니다. RRM 은 현재 지상에서 개속해서 그 과정이 개선되고 있고 다시 우주에서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참고로 에탄올을 사용한 이유는 안전을 위해서였으며 실제 위성에서 연료로 사용하는 것은 아님. 에탄올도 불이 붙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으나 테스트 된 장소는 산소가 없는 우주 공간.)  


 첫번째 연료 공급 테스트를 진행한 나사는 이후 지상에서 로보틱 산화제 공급 테스트 -  Remote Robotic Oxidizer Transfer Test (RROxiTT) 를 진행했습니다. 우주 공간에는 산소가 없으므로 연료를 연소시키기 위해서 뭔가 산화제를 공급해주어야 합니다. 이 과정은 연료 공급 보다 더 위험하고 복잡한 작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나사의 고다드 우주 비행 센터와 Satellite Servicing Capabilities Office (SSCO) 의 연구자들은 이전 같은 실수가 없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테스트할 산화제는 사산화 이질소 (Dinitrogen tetroxide  N2O4) 로 로켓의 산화제로 널리 사용되는 물질입니다. 순수한 산소에 비해서 끓는 점이 21.69 °C 정도로 높아서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지구 주변 궤도를 공전하는 인공 위성들은 이 보다 높은 온도로 올라갈 수도 있기 때문에 20 기압 정도의 고압 탱크에 이 산화제를 저장하고 있습니다. 독성이 있는 물질로 취급에 매우 주의를 요하는 물질이기도 합니다. 



(산화제를 공급하는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기 위한 RROxiTT.  Located at Kennedy but commanded from Goddard, the RROxiTT industrial robot mimics how future space robots could transfer oxidizer to satellites that were not designed to be serviced.
Image Credit: NASA/KSC ) 




(In this video, robotic arm operator Alex Janas introduces RROxiTT (Remote Robotic Oxidizer Transfer Test) while standing next to the robotic arm. ) 


 나사에서는 2018 년에서 2023 년 사이에 실제 재보급 미션을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해 진다면 인공 위성의 수명만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나 비행기 처럼 연료를 계속 보충받으면서 우주에서 다양한 미션을 진행할 수 있는 우주선의 개발이 쉬워질 것입니다. 한꺼번에 많은 연료를 탑재하지 않아도 된다면 더 연료를 제외한 부분을 더 많이 탑재하고 발사도 가능해 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 화성 유인 탐사선의 연료를 우주에서 보급해도 된다면 지상에서 발사 때부터 모든 연료를 탑재해야 하는 경우보다 훨씬 개발이 수월해질 것입니다. 


 대량의 연료를 우주에서 보급하는 문제는 미래의 과제이지만 아무튼 근미래에는 우주 재보급이 실제로 가능할 지 모르겠습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