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Nicola Delnevo)
꿀벌은 꿀을 얻는 댓가로 꽃가루를 옮겨 식물의 수정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꿀벌이 멸종하면 그 다음엔 인류가 멸종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우리가 먹는 작물 역시 꿀벌에 의존하는 바가 큽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꽃가루 수정을 꿀벌이 혼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비는 말할 것도 없고 매우 다양한 곤충이 꿀을 얻는 댓가로 꽃가루를 옮겨줄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는 개미도 존재합니다.
호주 에디스 코완 대학교 (Edith Cowan University)의 대학원생인 니콜라 델네보(Nicola Delnevo)는 호주 서부에 있는 스완 코스탈 평원 (Swan Coastal Plain)에 서식하는 개미가 식물 수분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연구했습니다. 꿀을 따는 다른 곤충과 달리 개미는 항생 물질을 분비하는 특성 때문에 사실 꽃가루는 옮기기보다는 꿀만 먹는 편입니다. 집단 생활을 하는 개미 입장에서는 스스로를 감염에서 보호하는 항생 물질이 꽃가루를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호주 서부에 서식하는 토종 식물인 코노스페뭄 Conospermum의 경우 예외적으로 개미의 항생 물질에 견딜 수 있는 꽃가루를 만든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금까지 46종의 개미가 꽃가루를 옮긴다고 보고되었지만, 이 경우 꽃가루를 보호하기 위해 항생 물질 분비를 줄인 경우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식물 꽃가루가 개미에 적응한 경우로써 개미가 많은 환경에 식물이 맞춰 진화한 경우입니다.
식물과 개미는 많은 상호 작용을 거쳐 서로 공진화를 이룩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아예 개미를 위한 집을 만드는 식물부터 이렇게 개미의 독성 물질에 견딜 수 있는 꽃가루를 만드는 식물까지 서로가 윈윈하기 위해 같이 진화한 것입니다. 서로 이익이 된다면 어떤 생물이든 협력하고 공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 같습니다.
참고
Nicola Delnevo et al. Pollen adaptation to ant pollination: a case study from the Proteaceae, Annals of Botany (2020). DOI: 10.1093/aob/mcaa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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