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대유행에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서구 국가들의 피해가 중국,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보다 훨씬 크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초기부터 광범위한 마스크 착용이 이뤄져 밀집 장소에서의 전파를 막은 것도 이유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본래 WHO나 다른 서구 국가의 보건 당국에서는 증상이 없는 일반 대중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마스크 품귀 현상을 일으킬 수 있고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명확한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는 과거에 이런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고 코로나 19 처럼 비말을 통해 전염되는 호흡기 감염의 경우 비말 확산을 막는 마스크의 광범위한 착용이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하나씩 나오고 있습니다. 리처드 스튜트 박사(Dr. Richard Stutt)가 이끄는 캠임브리지 대학 및 그린위치 대학의 연구팀은 곡물 간 전염병 전파 모델을 적용해서 마스크를 착용했을 경우 얼마나 코로나 19 전파에 영향을 주는지 연구했습니다.
마스크 착용은 비말을 막아주는 효과보다 사실 비말이 퍼지지 않게 막아주는 효과가 더 큽니다. 마스크는 중요한 방호 장비이지만, 의료진이 입는 레벨 D 방호복처럼 실제로 완전히 막아주기 위해서는 입과 코만 가려서는 안되고 전신을 가려야 합니다. 바이러스는 여러 경로로 침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입과 코를 마스크로 가리면 비말의 상당 부분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마스크 착용 정도에 따라 코로나 19 가 전파되는 정도를 표시하는 지표인 R 수치를 계산했습니다. 그 결과 전체 인구의 50% 이상 마스크를 착용하면 R 수치가 1.0 이하로 떨어진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환자 한 명이 한 명 미만의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다는 의미로 코로나 19 유행이 잦아든다는 이야기입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의료용 마스크 이외에도 천으로 만든 수제 마스크도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볼 수 있듯이 완전한 봉쇄 lockdown 조치 없이 마스크 착용과 제한적 사회적 거리두기만으로도 R 수치를 1 이하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이 이야기가 마스크만 착용하면 R 수치를 무조건 1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호흡기 비말에서 나온 바이러스는 다양한 사물 표면에 존재할 수 있으며 오염된 손을 코와 입으로 가져갈 경우 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마스크를 자주 쓰고 벗거나 손으로 만지는 경우에도 감염 위험성은 커지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19 예방에서 광범위한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연구팀은 가난한 지역이나 개도국에서도 수제 마스크를 통해 유행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더운 날씨에 모두가 힘들지만, 그래도 효과적인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다른 대안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여름철에도 최대한 마스크를 착용해 서로를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
DOI: 10.1098/rspa.2020.0376 A modelling framework to assess the likely effectiveness of facemasks in combination with 'lock-down' in managing the COVID-19 pandemic,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A, royalsocietypublishing.org/doi … .1098/rspa.2020.0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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