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첫 임상 시험에 들어간 코로나 19 항체 치료제


(By screening millions of immune cells from a recovered patient, biotech company AbCellera identified an antibody for Covid-19 in three months. Image: AbCellera)


 미국에서 코로나 19 항체 치료제가 1상 임상 시험에 들어간다는 소식입니다. 이 항체 치료제는 벤쿠버에 있는 항체 치료제 관련 스타트업인 앱셀레라 (AbCellera)가 개발하고 대형 제약회사인 엘리 릴리 (Eli Lilly)와 미 국립 감염병 및 알러지 질환 연구소 (U.S. 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의 백신 연구소가 협업해 개발을 진행 중인 약물로 역대 최단기간인 3개월 만에 약물을 제조해 임상 시험에 돌입하게 됐습니다. 


 앱셀레라가 이렇게 빨리 항체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2018년부터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 (DARPA)의 판데믹 예방 플랫폼 Pandemic Prevention Platform (P3)에 참가해 관련 기술을 연구했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의 CEO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교수였던 칼 한센 (Carl Hansen)으로 항체를 이용한 신속 치료제 개발을 연구했습니다. 


 앱셀레라의 기술은 신종 감염병의 회복기 환자에서 항체를 추출해 이를 기반으로 약물을 만드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유행성 독감과 SARS 를 대상으로 치료제 개발을 시도한 전력이 있습니다. 따라서 코로나 19 판데믹으로 비상 상황이 되자 2월 25일 회복기 환자의 혈액 샘플을 받아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항체를 이용한 약물 개발은 몇 가지 단계를 거쳐 이뤄집니다. 


 우선 항체를 지닌 회복기 환자의 혈액을 미세유체 microfluidic 기기에 통과시켜 혈액 속에 있는 각각의 면역 세포를 작은 방안에 가둡니다. 이후 어떤 세포가 코로나 19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내는지 알기 위해 항체를 테스트합니다. 하나의 항원에 대해서도 여러 개의 항체가 나올 수 있고 여러 개의 면역 세포가 한 가지 종류의 항체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무려 2000개에 달하는 세포가 양성 반응을 보였습니다. 


 연구팀은 양성 반응을 보인 면역 세포를 파괴한 후 항체를 만드는 RNA를 추출해 실험실에서 다시 항체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 항체라고 해서 꼭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중화 항체는 아닐 수 있습니다. 여기서 다시 중화 항체를 500개 정도 걸러낸 후 연구팀은 다시 이 가운데 가장 좋은 항체를 선별했습니다. 이 과정은 500x500 가지 가능성을 검토하기 때문에 당연히 사람 손으로 할 수 없고 자동화된 기계를 이용해 진행합니다. (사진) 


 이렇게 해서 골라낸 항체가 바로 LY-CoV555입니다. 다만 앱셀레라는 약물 생산 및 임상 테스를 진행하기에는 작은 회사이기 때문에 엘리 릴리 및 미 정부 기관의 도움을 받아 32명의 참가자에게 약물을 투여해 반응을 확인할 예정입니다. 만약 성공 한다면 약물 개발에서 임상 1상까지 3개월 정도 걸린 것으로 역대 최단 시간 약물 개발입니다. 


 항체 치료제는 치료는 물론 예방에도 사용할 수 있고, 회복기 혈청 치료와 달리 공급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 치료 효과를 입증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매우 빠른 약물 개발 속도를 볼 때 만약 효과적인 치료제로 판명되면 앞으로 코로나 19 뿐 아니라 각종 신종 전염병 치료제 개발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입니다. 


 이 회사 이외에도 GSK (GlaxoSmithKline) 등 다른 제약 회사들이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임상 실험 직전 단계까지 온 것으로 보입니다. 빠른 시일 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