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CC0 Public Domain)
오랬동안 인류는 사람만이 도구를 사용한다고 믿어 왔습니다. 하지만 1960-1970년대 제인 구달 등 여러 과학자들이 야생 침팬지를 연구하면서 침팬지의 도구 사용 능력이 생각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들은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보통은 구할 수 없는 흰개미를 사냥하거나 단단한 과일 껍질을 깨 먹었습니다. 이후 침팬지의 도구 사용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워싱턴 대학, 마이애미 대학, 플랭클린 & 마셜 칼리지 (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 the University of Miami and Franklin & Marshall College)의 연구팀은 서로 다른 침팬지 집단에서 도구 사용의 전파가 다르게 일어나는 과정을 확인했습니다. 침팬지의 도구 사용은 사람처럼 지역과 집단에 따라 다른데, 이는 본능에 의한 도구 사용이 아니라 스스로 습득하거나 전수받은 도구 사용이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연구팀은 집단에 따라 다른 도구 사용법의 전수를 확인했습니다.
연구팀은 콩고 공화국의 고우알로우고(Goualougo Triangle, Republic of Congo)와 탄자니아의 곰베(Gombe, Tanzania)에 있는 야생 침팬지 무리를 비교했습니다. 이 침팬지 무리는 지난 수십 년간 관찰되어 다양한 도구를 사용할 뿐 아니라 전수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팀은 아마도 침팬지가 사용하는 것 가운데 가장 복잡한 도구인 흰개미 낚시대를 조사했습니다.
흰개미 단백질과 지방, 미네랄 등 풍부한 영양분을 지닌 곤충으로 아프리카 곳곳에 위치한 흰개미 탑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흰개미 역시 쉽게 잡히지 않기 때문에 의외로 이를 잡아 먹을 수 있는 동물 많지 않습니다. 침팬지는 본래 흰개미를 잡아먹게 진화한 동물이 아니지만, 도구를 통해 이를 낚을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 맞는 도구를 만들고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과거 연구에서 어미 침팬지는 새끼에게 도구 자체나 사용법을 전수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팀은 고우알로우고의 침팬지 어미가 곰베 침팬지보다 자신이 사용한 도구를 새끼에게 줄 가능성이 3배나 높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도구를 전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아울러 고우알로우고의 침팬지들이 특수한 종의 나무를 이용해서 낚시대를 만들 뿐 아니라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든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이와 같은 차이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침팬지가 단순히 본능에 의해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며 집단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다른 도구를 전파하는 일종의 '문화'를 지녔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인류의 오랜 조상이 진화한 방식일수도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침팬지의 행동을 주의 깊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 혹성 탈출 같은 일은 불가능하지만, 수백만 년 후 미래에 침팬지가 후손을 남길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정교한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똑똑한 후손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당장에는 침팬지의 개체수가 크게 줄어 멸종 위기 걱정부터 해야할 상황입니다.
참고
Stephanie Musgrave el al., "Teaching varies with task complexity in wild chimpanzees," PNAS (2019). www.pnas.org/cgi/doi/10.1073/pnas.1907476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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