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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 꼬리 재생 - 남은 수명에 따라 달라진다?


(King's skink lizard. Credit: James Barr)


 일부 도마뱀은 살아남기 위한 신기한 재주를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긴 꼬리가 포식자에게 잡히는 경우 이를 떼고 달아나는 것입니다. 척추 동물 가운데서 가장 독특한 재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도마뱀은 쉽게 부러질 수 있는 관절을 진화시켰습니다. 아예 꼬리가 없게 진화하는 것이 더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진화의 방향성은 무작위적이며 누군가 설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종종 비합리적인 방향으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도마뱀이 포유류처럼 몸통에 수직으로 붙은 다리를 갑자기 진화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몸통 양 옆으로 난 다리를 좌우로 움직이면서 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 긴 꼬리는 균형을 잡기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만 이 꼬리 때문에 잡힐 가능성이 크니 아예 뗄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입니다. 포유류라면 사실 처음부터 필요가 없는 기능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이렇게 먹을 걸 던져주면 포식자에게 빠져나올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커튼 대학의 제임스 바 (James Barr, from Curtin's School of Molecular and Life Sciences)는 호주에 사는 대형 도마뱀인 킹스 스킨크 도마뱀 (King's skink lizards)의 꼬리 자르기를 연구했습니다. 꼬리를 자를 수 있는 다른 도마뱀과 마찬가지로 킹스 스킨크 도마뱀 역시 잘려진 꼬리에서 연골이 자라나 꼬리뼈를 대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새로 재생된 꼬리가 이전처럼 잘려나가지 않기 때문에 다음번에 꼬리를 잡히는 경우 몸통에 더 가까운 위치에서 잘리게 됨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여러 번 잡힐 수록 더 큰 댓가를 치르게 됩니다. 


 잘려나간 꼬리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투자할 것인지도 사실 복잡한 문제입니다. 너무 많은 에너지를 투자해 거의 완전히 재생하는 경우 다른 곳에 들일 에너지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도마뱀이 처한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서 꼬리 재생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예를 들어 짝짓기가 급한 상황에서는 꼬리보다는 짝짓기에 더 많은 에너지가 투입될 것입니다. 수명이 짧은 종일수록 꼬리는 완전히 재생되지 않습니다. 또 도마뱀의 건강 상태나 영양 상태에 따라 완전한 꼬리가 재생될지가 결정됩니다. 


 도마뱀 꼬리 자르기는 사실 시작에 불과합니다. 생존을 위해서 잘려나간 부분에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너무 짧으면 빠르게 움직일 때 자세 제어가 힘들고 다 재생하려면 상당한 에너지를 투자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껏 힘들게 재생했는데 또 금방 꼬리를 잘라야 하는 상황도 생길 것입니다. 이렇게 삶의 고민이 많다는 점에서 어쩌면 우리 인간의 삶과도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 


James I. Barr et al. Re-regeneration to reduce negative effects associated with tail loss in lizards, Scientific Reports (2019). DOI: 10.1038/s41598-019-55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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