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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 속 염분이 알려준 가축화의 비밀



(Students working on the western Section of Aşıklı Höyük, where the evidence was found. Credit: G. Duru)


 고고학자들이 고대 인류와 가축의 소변에서 가축화의 증거를 찾아냈습니다. 콜롬비아 대학의 조던 아벨 (Jordan Abell, a graduate student at Columbia's Lamont-Doherty Earth Observatory)을 비롯한 연구자들은 초기 농경과 목축이 시작된 터키의 Aşıklı Höyük 유적 빌굴지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지층에 남은 염분 수치를 측정하면 인구 밀도 및 가축 밀도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113곳에서 지층 샘플을 확보했습니다. 


 그 결과 흥미롭게도 가축화의 진행이 서서히 일어난 것이 아니라 매우 빠른 속도로 도입됐다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의미 있는 양의 염분이 발굴되는 지층은 10400년부터입니다. 하지만 염분의 양은 높디 않아 이 시기에 인구 밀도가 낮을 뿐 아니라 가축을 주거지에서 사육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10000-9700년 사이 염분 농도가 1000배 정도 급격히 증가했는데 이는 인구 증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주거지에서 가축을 같이 키웠다고 가정해야 설명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아마도 사냥을 하는 것보다 가축을 키울 때 더 안정적인 식량 공급이 가능할 뿐 아니라 털이나 우유 같은 부산물도 얻기 쉽다는 점을 깨달은 시점에서 가축 사육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을 것입니다. 불과 100년 이내로도 가축은 가장 중요한 재산이 되어 집에서 같이 살게 됐을 것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남이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다른 사람들이 이를 따라하는 데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만 그렇다고는 해도 당시 인구 밀도는 그렇게 높지 않아 이 지역에는 평균 1,790명의 사람과 가축이 살았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가축이 사람보다 훨씬 많았을 것입니다. 아직 도시화가 진행되기 전이라 이 정도면 당시에는 작은 부락은 아니었겠지만 말이죠. 


 가축화의 시작은 농경의 시작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초기 단계의 비밀이 이 유적 어딘가에 더 숨어 있을 것입니다. 당시 가축화를 시도한 사람들이 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들의 이야기를 찾는 노력 역시 게을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참고 


J.T. Abell at Lamont-Doherty Earth Observatory in New York, NY el al., "Urine salts elucidate Early Neolithic animal management at Aşıklı Höyük, Turkey," Science Advances (2019). DOI: 10.1126/sciadv.aaw0038 , advances.sciencemag.org/content/5/4/eaaw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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