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matode Pristionchus is a predator. Here it is killing a Caenorhabditis larvae. A peptide on the body surface of its larvae keeps the worm from devouring its own offspring. Credit: MPI f. Developmental Biology/ J. Berger, R. Sommer)
(Scanning electron micrograph looking into the mouth of a Pristionchus nematode showing its strong teeth. Credit: MPI f. Developmental Biology/ J. Berger, R. Sommer)
먹고 먹히는 동물계에서도 가능하면 서로를 잡아먹지는 않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사자가 사자를 잡아먹고 호랑이가 호랑이를 잡아먹는 일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 같지만, 종종 당연하지 않은 경우 같아도 그렇게 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시적인 선형동물인 선충(Nematoda)의 경우 다른 선형동물은 잡아먹어도 가까운 친척이나 혹은 새끼일 가능성이 있는 같은 종의 선충을 잡아먹지 않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는 뭔가 서로를 인지하는 방법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자야 서로 보고 사자인지 금방 알겠지만, 선형동물은 어떻게 된 것일까요?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랄프 좀머(Ralf Sommer, leading scientist of the Max Planck group in Tübingen)를 비롯한 연구팀은 그 구체적인 기전을 알기 위해서 프리스티온쿠스 Pristionchus속의 선형동물과 예쁜 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을 모델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프리스티온쿠스는 토양에 사는 자유생활형 선충으로 가까운 친척인 예쁜 꼬마선충을 비롯한 다른 선충류를 잡아먹는 포식자입니다. 문제는 같은 종의 프리스티온쿠스가 토양에 흔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가까운 친척이나 혹은 자손을 잡아먹을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생김새가 다 비슷한 생물들인데다 정교한 감각기관도 없어 눈으로 보고 확인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여러 종의 프리스티온쿠스와 예쁜 꼬마선충을 넣고 이들이 어떻게 포식활동을 하는지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포식활동 전에 후각 신경을 통해서 피아를 식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은 같은 종의 동료를 확인하는 용도의 특수한 물질이 있을 것으로 보고 연구를 진행해 self-1이라고 명명한 단백질을 찾아냈습니다. 이 단백질은 63개에 불과한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작은 단백질이지만, 동족이라는 사실을 인식해 서로 잡아먹는 사태를 피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의 새끼나 혹은 유전적으로 가까운 친척들을 먹어 치우지 않는 유전자를 지닌 프리스티온쿠스는 더 많은 유전자를 남길 것이므로 이런 능력이 진화했다는 것은 상당히 타당한 결과입니다.
아무튼 단순한 선형동물도 나름의 피아식별 장치를 갖춰 아군에 의한 오인 공격을 피한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참고
James W. Lightfoot et al. Small peptide–mediated self-recognition prevents cannibalism in predatory nematodes, Science (2019). DOI: 10.1126/science.aav9856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