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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사우루스과 공룡 이리타토르 이야기



(Reconstructed skeleton at the National Museum of Nature and Science, Tokyo. The postcranium is based on remains that cannot be confidently attributed to the animal.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Irritator#/media/File:Irritator_challengeri_mount_01.jpg)


 백악기 중기인 1억1천만년 전에서 9천3만년 전 사이 수각류 공룡의 일종인 스피노사우루스는 바닷가에서 큰 번영을 누렸습니다. 이 가운데는 역사상 가장 큰 육식 공룡으로 알려진 스피노사우루스 아에집티아쿠스(Spinosaurus aegyptiacus)가 가장 유명하지만, 당연히 이 한 종만 존재한 것은 아닙니다. 스피노사우루스 아에집티아쿠스와 다른 속이지만, 비교적 가까운 육식 공룡으로 이리타토르 (Irritator)가 있습니다. 스피노사우루스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아에집티아쿠스에 대해서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 소개했지만, 그외 다른 흥미로운 공룡에 대한 이야기도 여기서 다뤄보겠습니다. 





 이리타토르는 1996년 브라질에서 처음 발견되었는데, 과학자가 아니라 개인적인 화석 수집상에 의해 발굴되어 문제가 있었던 경우입니다. 이를 구매한 슈투트가르트 주립 자연사 박물관 (State Museum of Natural History Stuttgart)의 고생물학자들은 이리타토르의 두개골 화석이 심하게 손상되고 다른 골격 표본이나 발굴 현장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크게 실망했습니다. 이때 느낀 감정을 속명에 부여해 (irritation) 사우루스로 끝나는 속명이 아니라 이리타토르라는 속명을 같게 된 것입니다. 종명은 코난 도일의 소설 속 인물인 챌린저 교수에서 따와 Irritator challengeri로 명명됐습니다. 뭔가 이름부터가 사연이 많은 공룡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리타토르에서 가장 확실하게 밝혀진 부분은 두개골이며 나머지 부분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전체 모습 복원이 쉽지 않지만 과학자들은 최대한 가지고 있는 정보를 모아 이 공룡이 6-8m 길이에 몸무게 1톤 정도 되는 중대형 수각류 공룡이라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역시 브라질에서 발견된 다른 신종 공룡인 Angaturama limai의 주둥이 부분이 많이 유사하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사실은 같은 종이 다르게 이름이 명명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마도 좀 더 작은 개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사실 발굴 시기와 지역도 비슷합니다.  


(Map of northeastern Brazil showing the location of the Araripe and São Luís-Grajaú basins. The (likely) provenance of the holotypes of local spinosaurid taxa is indicated. Marcos A. F. Sales, Cesar L. Schultz - http://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187070)

(Specimen SMNS 58022, holotype of Irritator challengeri. A, Left lateral view. B, Right lateral view. The abbreviation for the third tooth of the left maxilla follows Hendrickx et al. [58]. Additional abbreviations: ao.f, antorbital fenestra; c.c, crista cranii; e.n, external naris; m, maxilla; m.r, mandibular ramus; n, nasal; n.c, nasal sagittal crest; n.p, nasal process; o, orbit; pm, premaxilla; s, stapes. Marcos A. F. Sales, Cesar L. Schultz - http://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187070)


 비록 두개골이 발견된 화석의 전부지만, 그래도 다른 스피노사우루스과 공룡 및 훼손된 두개골 화석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통해 여러 가지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스피노사우루스의 먹이입니다. 스피노사우루스과는 대부분 수생이나 반수생 공룡으로 생각되는데, 이리타토르 역시 주로 물고기를 먹고 살았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이리타토르의 주둥이는 길쭉한 편이며 초식 공룡을 사냥하는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공룡에서 흔히 보는 톱니 모양의 이빨이 없습니다. 이는 공룡이나 큰 초식 동물을 사냥하기 보다는 물고기를 잡는데 더 적합한 구조입니다. 현생 동물 가운데 이리타토르와 가장 유사한 턱을 지닌 동물은 바로 물고기를 먹는 악어의 일종인 인도 가비알 (gharial)로 이리타토르 역시 주로 물고기를 잡아먹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리타토르와 유사한 이빨 자국이 있는 익룡 화석도 발견된 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적극적으로 사냥을 했는지 그냥 시체를 먹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물고기가 풍부한 해안가는 익룡과 이리타토르 모두에게 좋은 서식처였을 것이며 종종 이리타토르가 익룡을 잡아먹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바다가 제공하는 풍부한 먹이는 육지와 하늘의 동물을 항상 끌어들였습니다. 북극곰에서 바다표범, 각종 바다새는 물론이고 아예 물속에서의 삶에 너무 잘 적응해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는 고래와 돌고래처럼 바다는 항상 생명의 보금자리였습니다. 그리고 종종 풍부한 먹이로 인해 거대 포식자의 삶을 지탱하는 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백악기 중반 스피노사우루스과 역시 예외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Generalized locations of spinosaurid fossil discoveries from the Albian-Cenomanian, 113 to 93.9 million years ago, marked on a map of that time span. ALEJANDRO SERRANO-MARTÍNEZ, DANIEL VIDAL, LARA SCISCIO, FRANCISCO ORTEGA, and FABIEN KNOLL - Serrano-Martínez, A., Vidal, D., Sciscio, L., Ortega, F., and Knoll, F. 2016. Isolated theropod teeth from the Middle Jurassic of Niger and the early dental evolution of Spinosauridae. Acta Palaeontologica Polonica 61 (2): 403–415. Figure 6D. https://www.app.pan.pl/archive/published/app61/app001012014.pdf)


 이리타토르의 존재는 이런 반수생 혹은 수생 생활을 선택한 공룡이 하나가 아니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아직도 남은 의문점이 많습니다. 과연 이리타토르도 스피노사우루스처럼 돛을 지닌 공룡이었을까요? 더 극단적으로 바다 생활에 적응해 아예 육지에서 삶이 어색해진 공룡도 있었을까요? 그리고 왜 이들이 사라지게됐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고생물학자들이 직접 더 많은 화석을 찾아내야 할 것 같습니다. 



참고


Martill, D.M.; Cruickshank, A.R.I.; Frey, E.; Small, P.G.; Clarke, M. (1996). "A new crested maniraptoran dinosaur from the Santana Formation (Lower Cretaceous) of Brazil". Journal of the Geological Society. 153 (1): 5–8. Bibcode:1996JGSoc.153....5M. doi:10.1144/gsjgs.153.1.0005.

Sales, Marcos A.F.; Schultz, Cesar L. (2017-11-06). "Spinosaur taxonomy and evolution of craniodental features: Evidence from Brazil". PLOS ONE. 12 (11): e0187070. 

Witton, Mark P. (2018-01-01). "Pterosaurs in Mesozoic food webs: a review of fossil evidence". Geological Society, London, Special Publications. 455 (1): 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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