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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이야기 858 - 외계 행성의 대기를 확인하다.


(Artist's impression based on published scientific data on the HR 8799 solar system. The magenta, HR 8799c planet is in the foreground. Compared to Jupiter, this gas giant is about seven times more massive and has a radius that is 20 percent larger. HR 8799c's planetary companions, d and b are in the background, orbiting their host star. Credit: W. M. KECK OBSERVATORY/ADAM MAKARENKO/C. ALVAREZ)


 천문학자들이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외계 행성의 대기 구성 물질을 확인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주인공은 HR 8799c로 생성된지 얼마 되지 않은 거대 목성형 행성입니다. 앞서 포스트에서 소개한 것처럼 이 행성계는 비교적 큰 행성의 표면 온도가 높은 편이라 직접 이미지를 얻을 수 있어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관측 기술을 테스트 하는 용도로도 관측이 많이 이뤄지는 행성계 입니다. 




 칼텍의 드미트리 마웻 교수 (Dimitri Mawet, an associate professor of astronomy at Caltech) 및 지 왕 (Ji Wang)은 하와이에 있는 켁 망원경에 설치된 강력한 근적외선 분광기인 NIRSPEC (near-infrared cryogenic echelle spectrograph)를 이용해 HR 8799c의 대기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이 행성의 표면 대기에는 메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스 행성에는 메탄이 풍부할 뿐 아니라 이 행성들이 태어난 가스 원반 역시 메탄이 풍부하기 때문에 이는 뜻밖에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가설은 대류 작용에 의해 메탄이 가라앉아 표면에서 관측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행성은 목성 질량의 7배에 달하는 슈퍼 목성으로 그 구조가 목성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연구팀의 목표는 사실 슈퍼 목성이 아니라 지구처럼 작은 외계 행성의 대기를 관측하는 것입니다. 만약 여기서 지구와 비슷한 질소, 산소가 주성분인 대기를 확인하고 덤으로 수증기의 존재까지 확인할 수 있다면 지구와 매우 흡사한 환경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구팀은 다음 단계로 켁 망원경에 Keck Planet Imager and Characterizer (KPIC)하는 새로운 장치를 탑재해 HR 8799c 보다 어두운 행성의 대기를 관측할 예정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이 기술을 30m급 거대 망원경인 TMT에 설치해 수많은 외계 행성의 대기를 확인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 때가 되면 우리는 어떤 외계 행성에 실제로 생명체가 살 수 있을지 더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Ji Wang et al, Detecting Water in the Atmosphere of HR 8799 c with L-band High-dispersion Spectroscopy Aided by Adaptive Optics, The Astronomical Journal (2018). DOI: 10.3847/1538-3881/aae47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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