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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안에 기생하기



(The species Dendrocerus carpenteri (female laying an egg inside an aphid mummy that contains a parasitoid larva). Credit: Dr Dirk Sanders)


 기생은 아주 오래된 생존 전략입니다. 기생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선충류같은 길쭉한 벌레를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실제로는 폭넓게 보면 바이러스에서 복잡한 다세포 동물까지 수많은 생물체들이 다양한 기생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중에는 평생동안 다른 생물의 체내에서 기생하는 대신 어린 시절만 기생을 하는 동물도 존재합니다. 마치 영화 에일리언에 나오는 것처럼 숙주의 체내에서 알을 부화한 다음 숙주의 살을 파먹고 마지막 순간 숙주의 몸에서 나오는 기생충들이죠. 대표적으로 일부 말벌들이 이런 전략을 채택합니다. 


 보통 기생충은 숙주가 죽으면 곤란하기 때문에 숙주를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경우는 드문 경우입니다. 하지만 잠시 머물기만 한다면 굳이 숙주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죠. 이렇게 마지막 순간에 숙주를 죽이고 자유 생활로 되돌아가는 기생충을 포식 기생충(parasitoid)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포식자와 기생충의 중간 정도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런 포식 기생충에 다시 기생하는 포식 기생충이 있다는 것입니다.  중복 포식 기생충(hyperparasitoid)라고 불리는 이런 독특한 전략은 일부 기생 말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엑세터 대학의 더크 샌더스 박사(Dr Dirk Sanders)와 그 동료들은 이런 이중 기생전략을 채택한 곤충들의 효율을 조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사율이 높고 체온도 일정한 포유류나 조류의 경우 섭취한 열량의 극히 일부만이 체질량(body mass)로 전환될 뿐입니다. 따라서 에너지 효율 면에서 포유류나 조류의 고기를 먹는 것은 엄청난 낭비라고 할 수 있죠. 


 반면 곤충류는 상대적으로 체질량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높습니다. 포식 기생충의 경우 15-50%정도에 달합니다. 놀라운 점은 이번 연구에서 이중 포식 기생충의 경우 90%에 가까운 고효율을 달성했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먹는게 바로 다 살로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도입니다. 여기에는 연구팀도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합니다. 


 포식 기생충은 숙주 동물의 체내에서 안전하게 살을 파먹습니다. 하지만 대신 먹이가 한정되어 있다는 문제점도 같이 존재합니다. 특히 이 기생충에 다시 기생하는 중복 포식 기생충의 경우 먹이가 더 한정된 만큼 효율을 극대화시킬 이유가 존재합니다. 


 아무튼 이런 기생 전략은 정말 기생 능력의 끝을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참고 


Trophic assimilation efficiency markedly increases at higher trophic levels in 4-level host-parasitoid food chain,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rspb.royalsocietypublishing.org/lookup/doi/10.1098/rspb.2015.3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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