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서부 빙상. 출처: 위키피디아)
육지 빙하의 대부분은 남극과 그린란드에 몰려 있습니다. 이 빙하들이 모두 녹게 된다면 해수면은 적어도 70m 정도 상승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얼음들은 사실 넓게 퍼진 것이 아니라 주로 남극 동부에 몰려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남극 서부 빙하는 상당수가 바다 위에 있거나 혹은 바다 밑에 잠긴 부분이 많아서 그 질량에도 불구하고 사실 해수면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습니다. 반면 남극 동부 빙상은 상당 부분 해수면 위에 존재하는 수천 미터 두께의 얼음 덩어리로 막대한 양의 물을 저장하고 있습니다. 이 빙하만 모두 녹는다면 해수면 상승은 거의 60m에 달하게 될 것입니다.
빅토리아 대학 남극 연구 센터의 책임자인 팀 내쉬 교수(Professor Tim Naish, Director of Victoria University's Antarctic Research Centre)와 그의 동료들이 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이 거대한 빙하가 불안정한 시절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600ppm에 달했다고 합니다. 이는 현재 400ppm 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다양하게 변해왔는데, 최근 100만년 간은 300ppm을 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이보다 훨씬 높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다양한 해저 침전물 연구를 통해 과거의 고기후를 재구성했습니다. 그 결과 3400만년에서 3500만년 사이 대략 이산화탄소 농도가 600ppm에 달했던 시절에는 이 거대 빙상이 매우 불안정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만약 온실 가스 감축이 예상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최악의 경우 21세기 말에 현재도 600ppm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1850년 이전에는 280ppm에 불과했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이미 상당 수준 올라서 400ppm에 달하고 있고 현재도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다행인 점은 2015년 말 역사적인 파리 기후 조약을 통해서 온실 가스 배출을 감축하기로 한 점입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가 노력한다면 우리 후손들이 최악의 상황에 놓이진 않을 것 같습니다.
참고
S. Galeotti et al. Antarctic Ice Sheet variability across the Eocene-Oligocene boundary climate transition, Science (2016). DOI: 10.1126/science.aab0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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