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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6일 일요일

로마 검투사는 채식주의자였다 ?




 고대 로마인들은 기본적으로 채식주의자들이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목축에도 종사했고 여러가지 문헌 및 고고학적 증거들은 로마인들이 양식장을 만들만큼 생선도 좋아했다고 전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들이 채식 위주의 식단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사실 이것은 산업 시대 이전의 대부분의 농경 국가에서 공통되었던 것으로 지금처럼 육식을 널리 할 수 있게 된 것은 사실 오래된 일이 아니었습니다. 


 로마 군인들 역시 영화에서는 우락부락한 체격을 가진 근육질 남성들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채식 위주로 식사를 했으며 따라서 육식을 즐겨하는 북방의 이민족 (예를 들어 게르만족) 보다 키가 훨씬 작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검투사는 어떨까요 ? 최근 고대 로마의 도시였던 에페소스 (Ephesos) 에서 발굴된 검투사의 유골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나왔습니다. 




(로마 검투사의 2세기 경 그림.  Part of the Zliten mosaic from Libya (Leptis Magna), about 2nd century CE. It shows (left to right) a thraex fighting a murmillo, a hoplomachus standing with another murmillo (who is signaling his defeat to the referee), and one of a matched pair.
Gladiators from the Zliten mosaic.Public domain)


 언뜻 생각하기에 검투사들은 크고 우락부락한 체격에 가능하면 근육질 몸매를 가지기 위해 육류도 포함된 고단백 식이를 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당시 문헌들은 검투사를 보리를 먹는 자들 ("hordearii" ("barley eaters")) 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보리가 다소 질이 낮은 식사였기 때문에 이는 서민이나 가난한 이들이 먹는 음식이기도 했습니다. 


 비엔나 메드유니의 법의학과 (Department of Forensic Medicine at the MedUni Vienna) 와 베른 대학의 법의학과 (Department of Anthropology at the Institute of Forensic Medicine at the University of Bern) 의 연구자들은 2-3 세기 에페소스에 살았던 검투사의 유골을 확보해서 탄소, 질소, 황의 안정 동위원소의 비율 및 뼈의 칼슘 속에 있는 스트론튬 동위원소의 비율을 측정했습니다. 


 이와 같은 동위원소 측정은 화석의 주인공이 주로 어떤 식사를 많이 했는지를 알려주는 단서가 됩니다. 음식을 먹게 되면 그 안에 있는 동위원소가 몸에 축적되기 때문이죠. 그 결과 이들의 식사는 실제로 거의 곡물 위주의 채식이었다는 사실일 밝혀졌습니다. 연구팀은 기본적으로 이들의 식사가 주변 인구 집단의 식사와 큰 차이가 없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즉 검투사도 보통 사람들과 식사는 다를 바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뼈에서 나온 스트론튬의 양은 이들이 한가지 다른 걸 먹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검투사들이 미네랄 섭취를 위해서 스트론튬 농도가 높은 칼슘 섭취원을 먹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실 문헌상의 기록은 이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마셨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당대의 문헌에 따르면 검투사들은 곡물의 주를 이루는 식사를 했지만 원기를 빨리 회복하고 상처를 아물게 하기 위해서 미네랄이 풍부한 식물의 재가 섞인 음료를 마셨다고 합니다. 연구의 리더인 파비앙 칸츠 ( Fabian Kanz from the Department of Forensic Medicine at the MedUni Vienna) 는 이런 음료들이 검투사들이 피로를 빨리 회복하고 뼈의 손상을 쉽게 아물도록 했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물론 스트론튬이 아니라 칼슘이나 마그네슘을 비롯한 곡물에는 부족한 미네랄이 그런 일을 한 것이지만 아무튼 문헌상의 기록이 실제 고고학적 연구를 통해서 입증이 된 것입니다. 훨씬 다양한 식단을 섭취할 수 있는 요즈음에는 식물의 재를 물에 타서 먹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지만 당시에는 가장 손쉽게 돈이 들지 않고도 중요한 미네랄을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이었을 것입니다.


 로마 제국은 오랜 세월 넓은 지역에서 번성을 누린 탓에 매우 상세한 고고학적 증거들을 우리에게 잔뜩 남겼습니다. 덕분에 현재는 어느 정도 평범한 로마인의 삶에 대해서도 복원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 연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검투사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들도 그 당시를 살았던 평범한 서민이었고 평범한 식사를 했습니다. 다만 직업이 지금은 볼 수 없는 독특한 것이었을 뿐이었겠죠.


 참고 

   
 Journal Reference:
  1. Sandra Losch, Negahnaz Moghaddam, Karl Grossschmidt, Daniele U. Risser, Fabian Kanz. Stable Isotope and Trace Element Studies on Gladiators and Contemporary Romans from Ephesus (Turkey, 2nd and 3rd Ct. AD) - Implications for Differences in Diet. PLoS ONE, October 15, 2014 DOI:10.1371/journal.pone.0110489


댓글 1개:

  1. 제가 알고 있는 선에서 하나 더 적자면, 정확하게는 '보리 죽'이었다고 합니다.

    서민들의 주식은 보리였고, 그 정도가 어느정도였냐 하면 로마인들의 별명이 '후루룩 족'이었다고 하니 어느정도로 죽을 먹었는지 알만한 내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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