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wo pigs on the left are the German refined Landschwein and the German Edelschwein. On the right is an animal that looks very similar to an original domestic pig. Credit: Uni Halle / Markus Scholz)
복스러운 돼지의 모습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합니다. 그런 만큼 돼지의 모습이 오래전부터 지금과 비슷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것입니다. 본래 초기 가축화 상태에서 돼지의 모습은 야생 멧돼지와 크게 차이가 없었습니다.
독일 마르틴 루터 할레-비텐베르크 대학교 (Martin Luther University Halle-Wittenberg)의 레나테 샤프베르크 박사 (Dr. Renate Schafberg)와 옥스퍼드 대학의 애슐레이 하루다 박사 (Dr. Ashleigh Haruda)는 독일에서 수집한 두 품종의 돼지 (Deutsches Edelschwein, Deutsches Landschwein)와 야생 멧돼지 두개골 135개의 3D 스캔 이미지를 분석해 100년에 걸친 변화를 조사했습니다. 두개골들은 20세기 초에 수집했거나 혹은 최근에 수집한 것들입니다.
그 결과 의외로 100년 사이 상당한 품종 개량이 이뤄져 우리에게 친숙한 돼지의 모습이 탄생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100년 전만 해도 돼지들은 지금보다 주둥이가 길고 날렵한 외형에 크기도 더 작아서 초기 가축화된 돼지 (사진)과 비슷했습니다. 지금처럼 짧은 주둥이와 돼지코는 사실 농부들이 원하는 형질은 아니었지만, 더 뚱뚱하고 고기가 많은 돼지를 개량하는 과정에서 생긴 결과물로 이해됩니다. 야생 멧돼지와 달리 코로 먹이를 찾을 필요가 없는 가축화된 돼지는 사실 긴 주둥이와 발달된 후각이 필요 없기도 합니다.
연구팀은 100년 사이에 이렇게 많은 변화가 일어난 이유로 돼지 사육의 급격한 증가를 들었습니다. 20세기 들어서 도시화와 경제 발전이 이뤄지면서 육류 수요가 급증했고 더 많은 돼지 고기를 얻기 위해 많은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야생종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돼지가 탄생했습니다.
엉뚱한 상상 같지만, 오래전 유전 공학으로 만들 미래 세상에서 나왔던 거대 돼지가 사실은 20세기에 이미 품종 개량을 거쳐 지금처럼 만들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유전 공학으로 그전에 없던 생물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인류는 오랜 세월 품종 개량을 통해 세상에 없던 많은 생물을 만들어낸 셈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5-02-boosting-evolution-humans-unintentionally-skulls.html#google_vignette
A. Haruda et al, Evolution under intensive industrial breeding: skull size and shape comparison between historic and modern pig lineages, Royal Society Open Science (2025). DOI: 10.1098/rsos.24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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