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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에서 찾아낸 새로운 항생 물질



 (Photograph of commercially-sold Sydney rock oyster (Saccostrea glomerata) on a half shell (bottom valve) with two views of empty shells (also lower valves, inside and outside). Image shows three shells, top-down view on a matte white background. Inside of shell is white, with a wavy black margin. The external shell surface is encrusted with algae, barnacle shell remnants, and marine worm tubules. Pelagic/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여러 차례 소개한 것처럼 항생제 내성 문제는 21세기 인류를 위협하는 심각한 보건 문제입니다. 항생제 사용 빈도가 올라갈수록 내성을 지닌 세균의 출현은 빨라지는데 반해 새로운 항생제 개발 속도는 느리기 때문에 결국은 인류가 질병과의 싸움에서 수세에 몰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호주 뉴사우스 웨일스의 서던 크로스 대학 (Southern Cross University in New South Wales, Australia)의 연구팀은 호주와 뉴질랜드에 자생하고 식용으로 양식되는 시드니 바위 굴 (Sydney rock oyster, 학명 Saccostrea glomerata)에서 새로운 항생제 후보 물질을 조사했습니다.

여과 섭식자인 굴은 기본적으로 많은 세균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병원성 세균에 대한 항생 물질을 많이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연구팀은 굴의 혈액에 해당하는 혈림프 (hemolymph)에서 항생 단백질 및 펩타이드 Antimicrobial proteins and peptides (AMPPs)를 조사했습니다.

연구 결과 굴의 항생 단백질과 펩타이드는 세균을 없앨 뿐 아니라 항생제에 저항하는 세균의 생물막 형성을 방해해 항생제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물막은 세균들이 모여 만든 점액질의 막으로 세균을 항생제 같은 외부의 위협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굴은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해 생물막 생성을 방어하는 물질을 혈림프에 지닌 것으로 보이는데, 당연히 차세대 항생제나 항생제 보조제로 가능성이 있는 물질입니다.


(New discovery shows oyster blood proteins improve antibiotic effectiveness)

연구 결과 굴의 항생 단백질과 펩타이드는 폐렴 구균 (S. pneumoniae)과 화농성 연쇄상구균 (S. pyogenes)에 대한 항생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물막 형성을 방해해 엠피실린, 젠타마이신, 트리메소프림, 시프로플록사신 (ampicillin, gentamicin, trimethoprim and ciprofloxacin)처럼 흔히 사용되지만, 최근 내성이 확산되고 있는 항생제의 효과를 2-32배 정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항생제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세균은 녹농균 (Pseudomonas aeruginosa), 폐렴 막대균 (Pseudomonas aeruginosa), 모락셀라 카타랄리스 (Moraxella catarrhalis), 황색포도상구균 (Staphylococcus aureus)처럼 항생제 내성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세균들이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발견되는 항생제 후보 중 실제 약물로 개발되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인체에 부작용이 적어야 할 뿐 아니라 사람 체내에 들어가서도 세균에 대한 항생 효과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후보가 많아져야 실제 신약으로 개발되는 경우도 늘어나는 만큼 새로운 항생 물질을 찾는 과학자들의 연구도 계속될 것입니다.

참고로 굴은 아연처럼 면역력에 중요한 영양분이 풍부해 그냥 먹어도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됩니다. 항생 물질은 어차피 대부분 소화기관에서 사라지지만, 굴 자체가 좋은 식품인 만큼 안심하고 먹어도 됩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medical-tech/oyster-hemolymph-protein-antibacterial/

Summer K, Guo Q, Liu L, Barkla B, Giles S, Benkendorff K (2025) Antimicrobial proteins from oyster hemolymph improve the efficacy of conventional antibiotics. PLoS ONE 20(1): e0312305.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31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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