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인간의 뇌는 지난 3000년 간 왜 작아졌는가?



 (Credit: Pixabay/CC0 Public Domain)



 호미닌의 뇌는 인간으로 가까이 오면서 점점 더 커졌습니다. 현생 인류의 경우 비슷한 크기의 포유류 가운데 거의 비정상적으로 큰 뇌를 지니고 있는데, 뇌가 상당히 많은 자원을 소모하는 장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모든 동물들 가운데 가장 독특한 경우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뇌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놀라운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최근에는 인간의 뇌가 약간 크기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것입니다. 이 미스터리한 사건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다트머스 대학의 제레미 데실바 박사 (Dr. Jeremy DeSilva, from Dartmouth College)가 이끄는 연구팀은 985개의 화석 혹은 현생 인류의 두개골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인간의 뇌 크기가 줄어든 건 생각보다 최근인 3000년 정도라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문명화가 진행된 3000년 전부터 작은 뇌가 더 생존에 유리해졌다는 이야기는 당혹스럽지만, 연구팀은 개미의 진화가 이 미스터리를 풀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개미의 경우 사회성을 진화시키면서 오히려 뇌의 크기는 조금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사회성에 필요한 신호 전달 및 행동 같은 부분이 뇌의 크기를 증가시킬 것 같지만, 사실은 여러 개체가 서로 의존하면서 개별 플레이를 하지 않기 때문에 뇌의 크기가 조금 줄어드는 것입니다. 



 동시에 혼자 모든 것을 다하는 일반적인 곤충에서 병정 개미나 일개미처럼 특화된 일을 하는 곤충이 되면서 뇌의 사이즈가 작아지고 그 임무에 효율적인 구조를 지니는 현상도 나타납니다. 특히 여왕 개미의 경우 알을 낳는 것 빼고 별로 하는 일이 없어 더 작은 뇌를 지니게 됩니다.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222314809319



 연구팀은 인간이 사회화가 진행되면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고 보고 있습니다. 예측하기 힘든 자연 환경에서 소수의 사람이 무리 짓는 것보다 다수의 사람이 농경 문화를 영위하게 되면 미래를 예측하기도 쉬워지고 자신이 하던 일만 반복하게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개인이 생존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지니지 않아도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집단 지성을 이루게 되면 지식의 양도 더 커지고 안정적으로 보존될 수 있습니다. 다만 뇌의 크기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효율성도 떨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인간의 지능이 약간 쇠퇴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아직은 연구팀의 주장도 다양한 가설 중 하나일 뿐입니다. 사회화가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은 상당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농경 생활이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육류 섭취량이 줄어든 것은 큰 뇌를 발달시키고 유지하는데 불리한 조건이고 주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흉작이나 기근에서 살아남기 유리한 쪽은 뇌가 작아서 기초 대사량이 적은 쪽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만, 원시인이 현대인보다 지능이 떨어질 것이라는 일반적인 편견을 뒤집는 내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1-10-human-brains-decrease-size-years.html


 Jeremy DeSilva et al, When and Why Did Human Brains Decrease in Size? A New Change-Point Analysis and Insights from Brain Evolution in Ants, Frontiers in Ecology and Evolution (2021). DOI: 10.3389/fevo.2021.742639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