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만이 아니지만, 세상에는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자신만의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과학 관련 블로그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댓글로도 겪게 되는 일인데, 일일이 다 확인하기는 어렵고 일부 내용은 삭제하거나 직접 대응하지 않는 수준에서 넘어갑니다. 그런데 사실이 아닌 게 분명하지만, 그래도 가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내용이 있어 관련 문헌을 확인하게 만드는 댓글도 있습니다.
앞서 이전 포스트에서 JAMA에 실린 논문을 인용해 2020년 코로나 19 대유행 시기 (3월부터 12월 사이) 미국 전체에서 사망자가 평년보다 23% 증가했다라는 내용의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222297022486
참고 논문 : Woolf SH, Chapman DA, Sabo RT, Zimmerman EB. Excess Deaths From COVID-19 and Other Causes in the US, March 1, 2020, to January 2, 2021. JAMA. 2021;325(17):1786–1789. doi:10.1001/jama.2021.5199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fullarticle/2778361
댓글은 이런 내용입니다.
참고로 미국의사협회저널(Th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JAMA)는 NEJM과 함께 미국 내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저널로 IF 56.3점인 저널입니다. 저같이 평범한 연구자의 경우에는 감히 한 번 투고를 해볼 생각도 못하는 꿈의 저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짜 뉴스의 소스로는 가장 적합하지 않은 과학 저널인 셈입니다.
그런데 문득 그렇다면 3-12월 사이가 아니라 2020년 전체 사망자 숫자는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구글이 답을 줍니다. US 2020 mortality data라고 다 타이핑을 하기도 전에 연관 검색어가 뜨기 때문에 몇 초 만에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선 제일 위에 제시한 CDC 데이터부터 먼저 보겠습니다. Provisional Mortality Data — United States, 2020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아직 확정되지 않은 잠정 사망 데이터인데, 사망자에 대한 확정 데이터는 매년 말에 최종본이 나오고 그 전에 3-4월 쯤 임시 데이터가 나옵니다. 이건 우리 나라도 비슷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링크 : https://www.cdc.gov/mmwr/volumes/70/wr/mm7014e1.htm
솔직히 사망자수야 사망 신고 들어온 거 집계하면 되지만, 수백만명의 데이터가 확실히 맞는지 다시 검증하고 더 세부적인 데이터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좀 시간이 걸리겠죠. 그래도 사망자 숫자는 확정 데이터와 잠정 데이터가 크게 다를 가능성이 거의 희박합니다. 고독사나 범죄에 의한 은닉 같은 특수 경우를 빼고 사망은 신고가 의무화되어 있어 정확한 집계가 가능합니다.
아무튼 이에 따르면 2020년 미국에서 사망한 사람은 3,358,814명으로 2019년의 2,854,838명에 비해 503 ,976명 (17.7%) 증가했습니다. 5만명이 아니라 50만명인 셈인데, 이 가운데 2/3 정도인 대략 35만명이 코로나 19로 인한 증가이고 나머지는 기타 다른 질환으로 인한 증가입니다. 코로나 19로 의료 기관이 마비되면서 다른 질병의 사망률도 같이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더 세부적인 데이터는 역시 JAMA에 실린 두 CDC 연구자의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글이 같이 보여줬으니 같이 확인해 보겠습니다.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fullarticle/2778234
Ahmad FB, Anderson RN. The Leading Causes of Death in the US for 2020. JAMA. 2021;325(18):1829–1830. doi:10.1001/jama.2021.5469
2015년에서 2019년 사이 미국 전체 사망자수는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2015년 2,712,630명, 2016년 2,744,248명, 2017년 2,813,503명, 2018년 2,839,205명, 2019년 2,854,838명) 연령대 별 사망률은 낮아지지만, 고령자가 많아지면서 전체 사망자 숫자는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연령대 별 사망률은 전체적으로 낮아졌지만, 2020년에 최초로 연간 사망자 30만명이 넘었습니다. 인구가 훨씬 많은 미국에서 5년 사이 10만명 이상 사망자가 증가한 것은 자연스런 변화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20년은 어떻게 보더라도 정상에서 크게 벗어난 수준입니다. 연령대를 보정해도 (age adjusted) 사망률은 15.9% 증가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 기대 수명이 2차 대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222408516628
아무튼 다시 확인해도 제가 이전에 인용한 논문의 결과와 상충하지 않는 내용입니다. 참고로 2020년 3월에서 12월 사이 초과 사망은 522 ,368명으로 오히려 1/2월에는 사망자 수가 전년 대비 더 적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내용 역시 영문판 위키피디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en.wikipedia.org/wiki/Statistics_of_the_COVID-19_pandemic_in_the_United_States
종합하면 2020년 미국은 매우 예외적인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2015-2019년 5년 사이 사망자 숫자가 142,208명 증가했지만, 2020년은 503 ,976명으로 어떻게 봐도 확연한 증가를 보인 것입니다. 인플루엔자 유행 같은 변수에 의해 약간의 계절적 변동은 있어도 이렇게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것은 분명히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코로나 19 대유행을 빼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2020년 미국의 상황도 큰 비극이지만, 더 큰 문제는 2021년에도 이미 작년 만큼 코로나 19 사망자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작년 미국 내 코로나 19 사망자 숫자는 35만명 수준인데, 이제는 누적 70만명을 넘어서 작년보다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초 이미 많은 사망자가 나와 누적 50만명을 넘은 데다 다른 선진국 대비 낮은 백신 접종률이 원인입니다.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 두기 같은 지침을 잘 지키지 않고 백신 접종도 거부하면 당연히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에서 이런 행동을 부추키는 데는 가짜 뉴스도 한 몫 했습니다. 제가 다른 여가 활동이나 연구 시간까지 줄여가면서 이런 포스팅을 하는 데는 가능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가짜 뉴스가 없어지진 않겠지만, 여기에 혹하는 사람은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