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arge, live swimming crab, Portunus sanguinolentus entrapped inside the bottle. Credit: Hajime Sato / Hiroshima Universit)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양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폐그물에 걸린 거북이나 물고기, 그리고 먹이 대신 플라스틱 쓰레기를 잔뜩 먹은 해양 동물들은 더 이상 드물지 않은 뉴스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이런 쓰레기에 적응해 쓰레기로 위장하거나 집을 짓는 해양 동물들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히로시마 대학 연구팀은 이 가운데 가장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히로시마 대학의 박사 과정 학생이었던 사토 하지메와 사카이 요이치 교수 연구팀이 발견한 것은 일본 오키나와 세소코 섬에서 약 500미터 떨어진 곳에서 수집한 폐 플라스틱 병 안에서 살고 있는 게 (학명 Portunus sanguinolentus)였습니다. 사실 게나 다른 해양 생물이 다른 포식자를 피해 플라스틱 병 안에 숨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연구팀이 놀란 부분은 게가 병 입구보다 더 크다는 것입니다.
이 플라스틱 병은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으로 만들어진 샤오싱 와인 병으로 아마도 중국에서 흘러들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해당 병은 2022년 7월 15일에 수집되었으며, 2021년 11월 17일에 제조되었다는 표시가 있었습니다. 병 입구는 열려 있어 바닷물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습니다. 병 입구의 지름은 24mm였고, 안에 있던 게는 길이 40.31mm, 너비 88.23mm, 무게 42.06g이었습니다. 심지어 병 안에서는 다른 작은 물고기도 같이 발견됐습니다. (사진 참조)
연구팀은 이 게가 훨씬 작았을 때 병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고 그 안에서 무엇을 먹고 커졌는지 분석했습니다. 위 내용물의 DNA 분석 결과, 게는 병에 들어 있던 어린 물고기, 특히 거친쥐치(Canthidermis maculata)와 병어(Abudefduf vaigiensis)와 병 안에서 자랐을 것으로 보이는 해조류를 섭취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 연구팀은 병 표면에 붙어 있던 거위조개(Lepas anserifera)의 성장 속도를 통해 병이 표류했던 기간을 추정했습니다. 그 결과 이 게는 작았을 때 병 안으로 들어가 약 두 달 동안 병 안에서 어린 물고기와 해조류를 먹고 살다가 결국 너무 커져서 탈출할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처음 들어가서 얼마든지 나올 수 있었지만, 안전한데다 먹을 게 걸어서 들어와주니 굳이 나갈 필요를 느끼지 않고 계속 안에서 자랐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흥미롭게도 연구팀에 따르면 이 게는 일본 소설가 이부세 마스지의 유명한 단편 소설 '도롱뇽'을 연상시킨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모르는 소설인데, 아무튼 내용은 2년 넘게 굴 속에서 끊임없이 먹이를 먹으며 살아온 도롱뇽이 몸집이 너무 커져서 더 이상 굴을 나갈 수 없게 된 도롱뇽의 절망을 그린 작품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건 인간의 관점이고 게의 관점에서 보면 작은 물고기만 몸을 피해 들어오고 큰 포식자는 들어올 수 없는 지상 낙원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플라스틱 쓰레기는 생태계의 재앙이지만,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이득을 보는 생물도 있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6-07-crab-plastic-bottle-survives-months.html
Hajime Sato et al, Swimming crab in a bottle: A two‐month drift on the ocean surface while entrapped, Ecosphere (2026). DOI: 10.1002/ecs2.7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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