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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신기술


 

(The technology adds a thin coating around droplets as they are being sprayed onto a field, greatly reducing their tendency to bounce off leaves and end up wasted on the ground. Credit: Courtesy of the Varanasi Lab)

전 세계 인구가 80억까지 늘어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살충제와 제초제 같은 농약의 개발입니다. 만약 살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을 경우 과일의 78%, 채소의 54%, 주곡 작물의 32%를 잃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무농약 유기농 농사를 짓는 경우에도 사실 해충의 대량 발생을 막는 주변 농지의 농약 살포 없이는 수확량을 유지하기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살충제는 상당한 댓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선 비용적인 측면에서 미국에서만 연간 160억 달러가 살충제에 사용됩니다. 하지만 더 큰 것은 환경 비용입니다. 농지에 살포된 살충제는 빗물과 지하수로 흘러들어가 생태계에 광범위한 악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이러니 한 점은 살포되는 살충제 가운데 실제 작물을 보호하는 데 쓰이는 건 얼마되지 않고 상당수는 잎에 부딪친 뒤 땅에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결국 애꿎은 토양과 지하수만 오염시키기 위해 막대한 양의 살충제가 낭비되고 있는 셈입니다.

MIT의 크리파 바라나시 교수 (MIT professor of mechanical engineering Kripa Varanasi)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농약 살포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바로 기름을 약간 섞어 물과 혼합한 살충제 용액입니다. 이 경우 작은 물방울이 기름에 코팅되어 잎에 더 잘 달라붙기 때문에 살충제 사용량을 30-50% 줄일 수 있습니다. (사진 참조)

연구팀은 처음에는 기름 1%를 사용해 테스트한 후 0.1%와 0.01%로도 테스트했습니다. 그 결과 0.1%까지 효과가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름 원료는 친환경적인 콩기름을 사용했는데, 농약에 사용하는 계면 활성제나 참가제로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효과적인 크기의 물방울을 만들기 위해서는 특수한 노즐과 분사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연구팀은 이 노즐 기술을 상용화 하기 위해 스핀 오프 기업인 AgZen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을 리얼커버리지 (RealCoverage)라고 명명했습니다. 리얼커버리지는 올해부터 캘리포니아, 텍사스, 프랑스, 이탈리아 농지 92,000 에이커에서 사용할 예정입니다.

상당히 그럴 듯해 보이는데, 농약 사용 절감과 비용 절감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5-03-spray-technology-pesticides-polluting-runoff.html

Vishnu Jayaprakash et al, Enhancing spray retention using cloaked droplets to reduce pesticide pollution, Soft Matter (2025). DOI: 10.1039/D4SM01496K pubs.rsc.org/en/content/articl … g/2025/sm/d4sm01496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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