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dowing behavior displayed by blue runner fish hiding below a sandbar shark before attacking prey. Lampione island, Central Mediterranean sea, 11 July 2022. Credit: Rocco Canella)
상어는 무시무시한 포식자이지만, 일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오히려 삶의 터전이 되기도 합니다. 상어처럼 큰 물고기 뒤를 따라다니면 다른 천적들이 쉽게 공격하지 못할 뿐 아니라 종종 상어가 먹고 흘린 먹이도 먹을 수 있습니다. 빨판상어는 아예 이런 방향으로 진화해 상어에 붙어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상어를 이용하는 물고기를 발견했습니다. 이탈리아 팔레르모 대학의 카를로 카타노 박사 (Dr. Carlo Cattano, of the Stazione Zoologica Anton Dohrn)가 이끄는 에딘버러 대학 및 팔레르모 대학의 연구팀은 이탈리아 람피오네 (Lampione) 섬 인근 바다에서 촬영한 영상을 분석하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상어 뒤를 따라다니는 물고기 중 하나인 블루 러너 (blue runners)가 샌드바 상어 (sandbar shark) 그림자 뒤에 숨어 있다가 자리돔 (damselfish)을 30초 안에 기습 공격한 것입니다. 34건의 공격 영상을 분석한 결과 자리돔이 블루 러너의 접근을 미리 알아채고 피하는 경우는 10%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사자가 쥐나 토끼를 사냥하지 않는 것처럼 흉상어과에 속하는 샌드바 상어 같은 대형 포식자는 작은 물고기를 사냥하지 않습니다. 작아서 오히려 더 잡기 힘들 뿐 아니라 얻을 수 있는 먹이도 적기 때문입니다. 블루 러너가 상어를 이용해 먹이를 기습하는 이유로 생각됩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상어 뒤에 숨는 방법은 효과적인 기습 전략입니다. 샌드바 상어는 여름철에만 나타나기 때문에 블루 러너는 평소에는 무리를 지어 자리돔을 사냥합니다. 이때 자리돔은 95% 정도가 인지하고 방어하기 때문에 상어를 이용한 기습이 상당히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물고기의 지능이 낮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물고기 가운데서도 매우 영리한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환경의 변화에 맞춰 전략을 바꾸는 능력이 순수하게 본능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경험에 의한 학습에 따른 것인지 궁금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5-03-fish-sharks-shields-ambush-prey.html
Carlo Cattano et al, To see and not be seen: Carangids hide behind sharks to prey on fish, Ecology (2025). DOI: 10.1002/ecy.7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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