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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두개 자기 자극으로 알츠하이머 병 치료한다.



 (Primary outcome measure. Estimated mean group changes for clinical scores. Credit: Alzheimer's Research & Therapy (2025). DOI: 10.1186/s13195-025-01709-7)

알츠하이머 병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서서히 사람의 인지 기능을 망가뜨려 자신과 주변을 힘들게 하고 결국 사망에 이르는 질병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예방법은 없는 상태이고 치료제 역시 진행을 약간 늦춰주는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나마 약물 역시 부작용이 있어 사용에 제한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산타 루시아 재단 (Santa Lucia Foundation) IRCCS의 연구팀은 반복적인 경두개 자기 자극법 (repetitive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rTMS))을 통해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출 수 있다는 소규모 임상 시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경두개 자기 자극법은 약물에 반응이 나쁜 우울증, 조울증, 강박 장애가 있는 환자에서 시도되고 있는데, 과거처럼 전극을 이용해 환자에게 큰 충격을 주지 않고 자기장을 이용해 간편하게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할 수 있어 새로운 뇌 치료법으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2상 임상 실험을 통해 24주에 걸쳐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반복적인 경두개 자기 자극을 줘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에 52주로 실험을 연장하고 참여 환자 숫자를 48명으로 늘린 임상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치료 목표는 뇌에서 쐐기앞소엽 (precuneus)이라는 부분으로 이 곳에 자기 자극을 가하면 알츠하이머 병에서 나타나는 베타 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질의 침착을 막고 염증을 가라앉힌다는 점에 착안한 것입니다.

연구팀은 경도의 인지 장애가 있는 알츠하이머 병 환자를 두 개의 그룹으로 무작위 배정한 후 실험군 (27명)에게는 20Hz 주파수로 2초 간 40회에 걸쳐 자극을 가했습니다. 첫 2주는 집중적으로 자극을 한 후 매주 자극을 가해 52주에 걸쳐 총 96,000회의 아주 짧은 자기 자극이 가해졌습니다.

반면 21명의 대조군은 그냥 기기만 착용하고 아무 자극을 하지 않았는데, 자기 자극 자체가 아무 느낌이나 별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입니다.

연구 결과 52주가 지났을 때 실험군과 대조군은 인지능력 및 생활 기술에서 분명한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실험 기간 중 실험군과 대조군은 치매 정도를 측정하는 Clinical Dementia Rating Scale–Sum of Boxes에서 1.36점과 2.45점이 감소해 감소해 실험군에서 감소가 덜했습니다.

생활 능력을 평가하는 Alzheimer's Disease Cooperative Study scale에서는 1.5점과 11.6점으로 더 큰 차이가 있었고 인지기능을 평가하는 Alzheimer's Disease Assessment Scale cognitive subscale 역시 5.9점과 10.4점으로 차이가 있었습니다.

요약해서 말하면 반복적인 경두개 자기 자극법은 소규모 임상 시험에서 큰 부작용 없이 알츠하이머 병의 진행을 약간 늦출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경두개 자기 자극은 외래에서 간단히 할 수 있고 환자에게 큰 부작용이나 고통이 없기 때문에 약물보다 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전에 더 장기간에 걸친 더 큰 규모의 임상 실험이 필요해 보입니다. 경두개 자기 자극이 우울증이나 강박 장애에서 알츠하이머 병으로 적용 범위를 더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참고

https://medicalxpress.com/news/2025-04-repetitive-transcranial-magnetic-alzheimer-treatment.html

Giacomo Koch et al, Effects of 52 weeks of precuneus rTMS in Alzheimer's disease patients: a randomized trial, Alzheimer's Research & Therapy (2025). DOI: 10.1186/s13195-025-017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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