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계 이야기 1068 - 거꾸로 서도 임무를 수행하는 일본의 슬림 달 탐사선



 

(Image credit: JAXA/Takara Tomy/Sony Group Corporation/Doshisha University))

조금 지난 소식이긴 하지만 일본의 첫 달 착륙 탐사선인 슬림 Smart Lander for Investigating Moon (SLIM)의 전원이 다시 들어와 임무를 재개했다는 소식입니다.

슬림은 1.5 x 1.5 x 2m 크기에 무게 590kg의 탐사선으로 2023년 9월 6일 일본의 H-IIA 로켓에 실려 발사됐습니다. 연료를 아끼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타원 궤도로 달까지 이동한 슬림은 지난 1월 19일 착륙에 성공했지만, 태양 전지 발전이 안되어 임무가 조기에 종료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극적인 반전이 이뤄진 것은 슬림이 착륙하기 전에 분리된 미니 로버의 사진이 전송된 이후입니다. 슬림에는 개구리처럼 폴짝폴짝 뛰어서 이동하는 미니 로버인 Lunar Excursion Vehicle 1 (LEV-1)과 공모양으로 생긴 미니 로버인 Lunar Excursion Vehicle 2 (LEV-2) 혹은 소라 Q가 탑재되어 있었습니다.

소라 Q의 경우 장난감 회사와 협업해 개발한 것으로 착륙 후 공이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바퀴 역할을 하는 독특한 개념의 미니 로버입니다. 무게가 250g에 불과한 만큼 일반적인 로버와는 다른 방식의 이동 방법을 채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가운데 뒤집어진 채 착륙한 슬림의 모습을 전송한 것은 자체적으로 지구와 교신이 가능한 LEV-1입니다. (사진 참조. 본래는 두 번째 사진처럼 하강해서 착륙해야 함) 이 모습을 확인한 JAXA는 태양이 이동함에 따라 다시 발전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임무 시작 8일만에 다시 통신이 재개됐습니다.

슬림이 뒤집어진 이유는 달의 중력이 지구의 1/6 정도로 낮아 제대로 자세 제어가 어렵고 착륙 지형 자체가 15도 정도 경사 지형인데서 비롯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이미 달이 오후로 접어들고 있어 임무가 가능한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달의 낮은 14일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슬림에는 달의 저온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보온 시스템이 없어 다음달에 임무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무튼 이렇게라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 다행이긴 하지만, 우주 탐사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 같습니다. 나사가 성공률이 높은 그만큼 예산과 시간, 그리고 경험이 많기 때문이고 후발 주자들은 아무래도 훨씬 자주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부분 같습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space/japans-slim-moon-lander-sunshine-charge-battery/

https://www.space.com/japan-slim-moon-lander-photo-lunar-surface

https://en.wikipedia.org/wiki/Smart_Lander_for_Investigating_Moon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