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퀸즐랜드 대학)
거미는 절지동물 가운데서도 걸어다니는 화학 공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생물입니다. 거미가 만드는 거미줄은 과학자들도 탐낼 만큼 가볍고 튼튼하며 거미에 독에 들어 있는 수많은 화학 물질 역시 신약을 개발하려는 연구자들의 관심을 받아 왔습니다.
호주 퀸즐랜드 대학의 네이선 팔팬트 교수와 글렌 킹 교수 (Associate Professor Nathan Palpant and Professor Glenn King, from the University of Queensland’s Institute for Molecular Bioscience)가 이끄는 연구팀은 호주 크가리 섬의 고유종인 크가리 깔때기 그물 거미 (K’gari funnel-web spider)에서 Hi1a라는 분자를 분리했습니다.
이 분자는 심장 세포에 있는 산 민감 이온 채널 (acid-sensing ion channels)을 차단해 심근 경색에서 심장 세포의 파괴를 막는 독특한 기전을 지니고 있습니다. 환경이 나빠지면 세포가 스스로 자폭 스위치를 누르는데 이를 차단해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이전에도 이렇게 심장 세포를 보호하는 약물을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임상 3상까지 진행했다가 부작용이 심해 승인이 연기된 상태입니다.
연구팀은 동물 모델에서 Hi1a이 기존에 개발한 심장 보호 약물과 유사한 효과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부작용은 크지 않아 앞으로 임상 시험을 통해 사람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면 심근 경색에서 심장 보호제로 최초 상용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 물질이 뇌경색에서도 뇌세포의 괴사를 방지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고 보고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호주 깔때기 그물 거미는 무시무시한 생김새 만큼이나 강한 독으로 유명하며 특히 시드니 깔때기 그물 거미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독성을 지닌 거미로 물리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을 살리는 신약을 개발하게 된다면 더 의외의 반전이 될 것입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medical/deadly-spiders-heart-drug-human-treat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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