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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노사우루스의 앞다리는 왜 그렇게 작아졌을까?


(대표적인 골격 가운데 하나의 수 (Sue)의 모습. 원근에 따른 차이 때문에 사람 팔보다 커보이지만, 사실 팔 자체는 성인 남성보다 그렇게 큰 편이 아님. 가장 완전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골격 중 하나로 앞다리가 잘 보존된 화석임.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공룡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초대형 수각류 육식 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를 좋아하는 것은 영화 제작자나 일반 대중만이 아닙니다. 공룡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도 티라노사우루스는 가장 흥미롭고 미스터리한 공룡 가운데 하나입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미스터리는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볼품없는 앞다리는 오랜 논쟁 거리 중 하나였습니다. 코끼리만한 육식 공룡이 사람 팔만한 앞다리를 가지고 있으니 과학자들을 당황하게 만든 것도 무리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 책인 포식자에서 설명했듯이 아직도 그 용도에 대해서는 논쟁이 오가고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작은 앞다리가 대형 육식 공룡에서 일반적인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쥐라기 후기의 대형 수각류 육식 공룡의 교과서로 불릴 만한 알로사우루스의 경우 제법 크고 당당한 앞다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들은 이 앞다리로 사냥을 했을 것입니다. 역사상 가장 큰 육식 공룡이면서 반수생 공룡으로 여겨지는 스피노사우루스의 경우 앞다리가 제법 커 헤엄치는데 적합한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알로사우루스의 골격 구조. 티라노사우루스와 확연하게 다른 앞다리를 알 수 있음. 

(헤엄치는 모습으로 복원된 스피노사우루스의 골격. 


 하지만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와 티라노사우루스과의 공룡들은 백악기 후기에 매우 짧은 앞다리를 달고 지상을 지배했습니다. 물론 책에서 설명했듯이 티라노사우루스 상과는 1억년의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공룡 집단으로 초기에는 멀쩡한 (?) 앞다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대략 1억 2500만년 전 등장한 티라노사우루스과의 소형 수각류 공룡인 랍토렉스 (Raptorex)에서 볼품없는 작은 앞다리를 선보이게 됩니다. 


 이후 등장하는 티라노사우루스과 공룡은 사실 대형이 아니라 주로 중소형 육식 공룡이었지만, 상대적으로 큰 머리와 작은 앞다리는 하나의 경향으로 이어져 백악기 후기에 티라노사우루스과 공룡들이 대형화될 때도 이어집니다. 오랜 세월에 걸처 한 두종이 아니라 여러 티라노사우루스과 공룡이 그렇게 진화한데는 분명 어떤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가장 가능성 있는 이유는 티라노사우루스과 수각류의 머리 크기와 이족보행의 관계입니다. 


 다른 수각류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티라노사우루스과는 다리를 중심으로 시소처럼 무게가 반반씩 분배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티라노사우루스과 공룡의 진화 방향은 특히 머리가 커지는 것이었습니다. 큰 입과 날카로운 이빨로 다른 공룡을 잡아먹는 것이 일반적인 사냥방법이 되면서 머리가 커지는 것과 비례해 상체의 다른 부분 - 앞다리 - 는 작아져야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앞다리가 작아진 가장 중요한 이유로 생각됩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진화 과정을 설명하는 재미있는 동영상이 아래 있습니다. 



(동영상) 


 이런 점을 종합하면 티라노사우루스의 작은 앞다리는 그냥 퇴화해서 별 기능이 없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이 주장에 대해서 고생물학자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이 오갔습니다. 1m 길이에 불과한 작은 팔이지만, 사실 힘은 사람보다 훨씬 세서 상완 이두근 biceps brachii은 199kg의 하중을 들 수 있습니다. 팔의 힘은 사람보다 3.5배는 더 강하고 발톱의 길이는 가장 큰 이빨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 크고 갈고리 모양으로 날카롭습니다. 별 기능이 없는데, 이런 근육과 발톱을 지녔다는 것 역시 미스터리한 일입니다. 


 고생물학자 케네스 카펜터 (Kenneth Carpenter)와 매트 스미스 (Matt Smith)는 이 앞다리가 사실 별 기능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벌어지는 각도도 40-45도에 불과해 사냥하는 데 별 기능을 못했을 것이고 티라노사우루스 자체가 주로 시체 청소부 역할만 했다는 주장도 있어 아예 필요가 없었을수도 있습니다. 


 반면 하와이 대학의 스티븐 스탠리(Steven Stanley from the University of Hawaii)는 이 앞다리가 먹이를 찟는데 유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더욱이 어린 개체에서는 상대적으로 앞다리의 비율이 길어 생각보다 사냥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이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앞다리 발톱에 긁힌 자국이 있는 화석이 발견되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사냥에만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주장도 있습니다. 잊을만 하면 다시 나오는 가설이 바로 짝짓기에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이런 작은 앞다리로 암컷을 고정하거나 서로 허그를 하기는 힘들었겠지만, 짝짓기 의식에 사용되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검증하기가 매우 곤란한 가설입니다. 아무튼 이 팔은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매우 작아서 최소한 스스로 가려운데를 긁을 수는 없습니다. 대신 서로를 긁어줄 순 있을 것입니다.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앞다리가 전혀 필요없다면 완전히 퇴화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근육질의 팔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뭔가 기능이 있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그게 무엇인지 알아내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연구 과제 중 하나일 것입니다. 



 참고 




Brochu, C.R. (2003). "Osteology of Tyrannosaurus rex: insights from a nearly complete skeleton and high-resolution computed tomographic analysis of the skull". Society of Vertebrate Paleontology Memoirs. 7: 1–138. doi:10.2307/3889334. JSTOR 3889334.

Carpenter, Kenneth; Smith, Matt (2001). "Forelimb Osteology and Biomechanics of Tyrannosaurus rex". In Tanke, Darren; Carpenter, Kenneth. Mesozoic vertebrate life. Bloomington: Indiana University Press. pp. 90–116. ISBN 0-253-33907-3.

Stanley, Steven (23 October 2017). "EVIDENCE THAT THE ARMS OF TYRANNOSAURUS REX WERE NOT FUNCTIONLESS BUT ADAPTED FOR VICIOUS SLASHING". Geological Society of America Abstracts with Programs. 49 – via GSA Annual Meeting.

댓글

  1. 죄송합니다만, 중간에 동영상은 어떻게 해야 볼 수 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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