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els of genetic parasites in a population of hosts. Credit: Iranzo and Koonin. ©2018 EPL)
기생 유전자 혹은 유전적 기생 (genetic parasites)라는 표현은 이상하지만, 실제로 복잡한 진핵 생물의 유전자에는 아무 기능도 없이 단지 복제만 되는 유전자들이 섞여 있습니다. 전체 유전자 중 많게는 절반 정도가 기생 유전자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이들은 각종 바이러스나 플라스미드(plasmids), 전이인자 (transposon)의 흔적으로 숙주의 유전자와 함께 복제되는 무임 승차 이외에는 하는 기능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기생 유전자가 많으면 사실 숙주의 생존에 불리해집니다. 세포 분열시 모든 유전자를 한 세트 더 복제해야 하는데, 필요없는 유전자가 끼어들면 복제에 들어가는 자원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자연 선택에 의해 기생 유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게 됩니다. 이런 기생 유전자가 적은 개체가 세포 분열시 자원을 적게 소모하고 그만큼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기생 유전자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연 선택에 의한 소실을 막는 다른 메카니즘이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미 국립 보건원의 제이미 이란조와 유진 쿠닌 (Jaime Iranzo and Eugene V. Koonin at the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in Bethesda, Maryland)은 수평적 유전자 전달 horizontal gene transfer (HGT)에서 그 이유를 찾았습니다.
수평적 유전자 전이는 부모 자식간이 아니라 종간 유전자가 바이러스 등을 통해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생각보다 매우 흔하게 일어나서 우리가 지닌 유전자 중 상당수는 이렇게 침입한 외래종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수평적 유전자 이동이 기생 유전자가 침입하는 경로는 물론 보존하는 경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유전자들이 별 기능은 없지만, 새로운 숙주를 찾아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오랜 시간에 걸친 수평적 유전자 이동의 비율과 자연 선택에 의한 기생 유전자의 소실 정도를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수십 억년에 걸쳐 현재 수준의 기생 유전자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수평적 유전자 이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결국 이들은 없어진 만큼 보충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는 인간을 포함한 숙주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복제하는 것이야말로 유전자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기생 유전자는 유전자의 최종 목적이 자기 복제지 뭔가 유용한 일을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주는 사례입니다.
참고
Jaime Iranzo and Eugene V. Koonin. "How genetic parasites persist despite the purge of natural selection." EPL. DOI: 10.1209/0295-5075/122/58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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