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burchellii with larvae of a raided wasp nest. Credit: Geoff Gallice, CC BY 2.0, https://www.flickr.com/people/11014423@N07)
개미는 고도로 분화된 사회적 곤충이지만, 사실 다른 곤충과 마찬가지로 매우 단순한 뇌를 지니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단순한 신경계와 뇌를 지닌 개미가 어떻게 그토록 복잡한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할 수 있는지 연구해왔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질문은 개미가 하는 일에 따라 뇌의 크기나 지능에도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예를 들어 일개미와 병정개미 중 누가 머리가 좋을까요? 일반적인 예상은 덩치도 크고 복잡한 임무를 수행하는 병정개미의 뇌가 더 크고 잘 발달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드렉셀 대학의 숀 오도넬 교수 (Prof. Sean O'Donnell)가 이끈 미국과 독일의 연구팀은 Eciton 속의 개미 8종에서 일개미 109마리와 병정개미 39마리를 각각 뽑아 뇌의 크기와 형태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예상과는 달리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병정개미의 뇌가 특별히 더 큰 건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병정개미에서 후각을 인지하는 부위 (antennal lobe)와 기억 및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버섯체 (mushroom bodies)의 크기는 의외로 작았습니다. 이는 병정개미나 일개미 모두 자신이 하는 일에 필요한 최소한의 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보입니다.
뇌는 값비싼 자원이 들어가는 복잡한 장기로 큰 뇌가 반드시 생존에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특히 개미처럼 다수의 개체가 하나의 군집을 이루는 경우 각 개체의 뇌가 조금씩 커지면 전체적으로 소비하는 식량의 양이 상당히 크게 늘어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병정개미의 뇌 역시 가능한 크기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아낀 자원은 큰 턱과 강한 근육에 투자해 전투력을 높인 것이죠.
큰 뇌를 지닌 우리는 뇌가 클수록 더 좋다고 생각하지만, 인간 역시 큰 뇌를 위해서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느린 성장 속도와 오랜 양육 기간은 아마도 큰 뇌가 가장 큰 이유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별로 쓸일이 없을 때도 우리가 소비하는 에너지 가운데 상당량은 뇌에서 소비하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오히려 뇌를 줄이는 것이 더 좋은 생존 전략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작은 뇌를 지닌 개미들이 매우 복잡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분명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작고 단순한 뇌로 복잡한 협동 작업을 할 수 있는지 앞으로 큰 뇌를 지닌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일 것입니다.
참고
Sean O'Donnell et al, Brain investment under colony-level selection: soldier specialization in Eciton army ants (Formicidae: Dorylinae), BMC Zoology (2018). DOI: 10.1186/s40850-018-00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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