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le Madagascan moon moth (Argema mittrei) caught at Centre ValBio in Ranomafana, Madagascar. This species is from the same genus as the moon moths used in this study. Credit: The Barber Lab at Boise State University)
박쥐와 나방은 오랜 세월 먹고 먹히는 생존 경쟁 속에서 진화적 군비 경쟁을 해왔습니다. 그 결과 나방은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를 보는 듯한 여러 가지 회피 수단을 진화시켰습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박쥐의 초음파 신호를 재밍하는 나방이나 박쥐가 내보내는 초음파 신호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경보 센서를 지닌 나방이 그것입니다. 여기에 박쥐의 초음파 신호를 산란시키거나 흡수하는 스텔스 나방까지 존재합니다.
플로리다 주립 대학 및 보이시 주립 대학 (University of Florida and Boise State University) 의 연구팀은 여기에 더해 디코이(decoy)를 사용하는 나방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 주인공은 거대한 크기를 지닌 실크 나방 (silk moth) 입니다.
실크 나방의 날개는 용도를 알기 어려운 긴 장식 같은 꼬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긴 구조물이 비행에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초음파 반사 면적이 늘어날 것임에 분명합니다. 전투기에서 레이더 반사 면적이 늘어나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실크 나방은 그렇지 않아도 크기가 크기 때문에 (날개 너비가 최대 13cm) 이런 긴 장식으로 더 초음파 반사 면적을 늘린다는 것은 의외지만, 연구팀은 이 구조물이 실크 나방의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이 장치가 초음파를 더 잘 반사해서 마치 몸통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실외 환경에서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크 나방과의 3종의 나방(polyphemus moths, luna moths and African moon moths)의 꼬리 길이를 달리해 밀폐된 방에 진짜 박쥐와 함께 풀어줬습니다. 그 결과 예상대로 꼬리 같은 장식이 짧아질수록 더 쉽게 박쥐에 잡혔습니다. 아프리카 달나방의 경우 본래 꼬리 길이에서는 박쥐의 공격을 73% 회피했으나 이를 줄인 경우 45%, 아예 없앤 경우에는 34% 만이 공격을 회피했습니다. 다른 나방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확인되었습니다. 결국 나방의 꼬리는 일종의 디코이 역할을 한다느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실크 나방은 큰 크기 때문에 박쥐의 초음파에서 숨을 수 있는 스텔스 능력을 확보하거나 민첩하게 공격을 회피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초음파 신호를 더 크게 반사해 박쥐의 레이더 같은 초음파 시스템을 기만하는 꼬리인 것입니다. 이는 군용 기만 시스템을 연상하게 하는 나방의 놀라운 진화입니다. 좀처럼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나방이야 말로 하늘을 나는 곤충 가운데 가장 진보된 생물 중 하나일 것입니다.
참고
J.J. Rubin el al., "The evolution of anti-bat sensory illusions in moths," Science Advances (2018). DOI: 10.1126/sciadv.aar7428 , http://advances.sciencemag.org/content/4/7/eaar7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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