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양서류는 대부분 민물에 사는 생물입니다. 물속에서 살 수 있는 생물인데도 바닷물에는 적응하지 않았다는 점이 양서류의 조상 역시 민물에서 진화했다는 가설이 힘을 얻는 부분입니다. 오늘날 예외적으로 짠물에 적응한 양서류는 crab-eating frog (Fejervarya cancrivora)이 유일한 예외인데, 이들도 엄밀히 말하면 염분 변화가 심한 망그로브 숲 같은 환경에 사는 것이지 바다에서 서식하는 양서류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양서류라는 것 자체가 육지로도 올라온다는 점을 생각하면 완전 바다 생물이 될 수 없는 것도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제 책인 포식자에서 언급했듯이 과거 양서류는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적응 방산해 다양한 생태학적 지위를 누렸으며 이들 가운데는 아예 거의 물속으로 다시 들어간 것도 있었습니다. 당연히 바다로도 진출한 무리가 있었습니다.
물론 이미 바다에는 양서류보다 물속 생활에 더 잘 적응한 어류와 기타 무척추동물이 존재했지만, 생태계가 거의 파괴되어 거대한 빈 공백이 생긴 트라이아스기 초기에는 양서류는 물론 파충류까지 대거 물속으로 들어가 상위 포식자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하나의 상과를 이룬 트레마토사우루스 Trematosauroidea가 존재합니다.
이들은 중생대의 첫 시기인 트라이아스기 초기에 바다로 들어가 다양하게 적응방산하면서 몸길이도 수 미터 크기도 커졌습니다. 복원된 모습은 도룡뇽 보다는 바다 생활에 적응된 악어류처럼 생겼습니다. 실제 식습관도 비슷해서 작은 물고기와 당시 풍부했던 연체 동물을 먹이로 삼았을 것입니다. 트레마토사우루스는 주둥이의 형태와 길이에 따라 두 종류 (short-nosed Trematosaurinae and the long-nosed Lonchorhynchinae)로 나누는데 기본적으로 주둥이가 도롱뇽보다 훨씬 긴 편입니다.
(트라아이스기 초 바다에 살았던 양서류 Trematosaurus brauni의 복원도. Creator: Dmitry Bogdanov - dmitrchel@mail.ru)
(매우 긴 주둥이를 지닌 Aphaneramma의 복원도. 몸길이 2m. Aphaneramma, dmitrchel@mail.ru)
(crab-eating frog. Fejervarya cancrivora, from Darmaga, Bogor, West Java. Source: wikipedia)
지구 생물종의 대부분이 멸종해서 텅텅 빈 바다에는 어룡의 조상이 되는 파충류를 비롯해 양서류와 대재앙에서 살아남은 연체동물, 조기어류, 육기어류, 연골어류의 조상들이 서로 어울리며 살아가는 독특한 생태계가 구축됩니다. 트레마토사우루스 역시 다양하게 적응 방산하는데, 긴 송곳니 같은 이빨이 두개골을 통과하는 형태의 마이크로포사우루스 (Microposaurus)도 그 중 하나입니다. 앞서 소개한 마스토돈사우루스와 비슷한 구조이지만, 작은 눈 도마뱀이라는 이름처럼 눈이 작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Life restoration of Microposaurus averyi. Based on figures 2 and 3 of "The South African stereospondyl Microposaurus from the Middle Triassic of the Sydney Basin, Australia" by Anne Warren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32(3): 538-544).)
마이크로포사우루스는 이름과는 달리 몸길이 2m 정도로 사실 그렇게 작지 않은 포식자였습니다. 이들이 살았던 환경은 마스토돈사우루스와 달리 시력보다는 후각을 통해 사냥을 해야 하는 환경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연구한 과학자들은 바닷물이 유입되는 강 하구 지형이 주된 서식처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델타 지역은 영양분이 풍부해 지금도 많은 생물의 서식처가 되고 있고 이 시기에도 예외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주로는 물에서 살지만, 물이 빠져나간 경우 육지에서 살 수 있다는 점이 이들의 생존을 도왔을 것입니다.
이렇게 다양하게 번성했던 트레마토사우루스과의 양서류는 트라이아스기 중기부터 쇠퇴하기 시작해 말기에는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생자 필멸의 법칙을 이들도 피해가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제 책에서 다룬 것처럼 중생대에는 다양한 파충류 무리가 바다로 들어가 번영을 누렸다는 것입니다. 아예 물속 생활에 적응된 양서류나 어류 대신 왜 이들이 최상위 포식자 자리를 차지했는지는 지금 생각해도 알기 어려운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무튼 트레마토사우루스가 사라진 후 바다에 적응한 양서류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됩니다. 그리고 중생대에는 다양한 육지 파충류가 바다로 들어가 번성했습니다. 현재는 그것이 포유류로 바뀐 상태지만 말이죠.
참고
Warren, Anne (2012). "The South African stereospondyl Microposaurus from the Middle Triassic of the Sydney Basin, Australia".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32.3: 538–44. doi:10.1080/02724634.2012.658934.
Warren, Anne (2012). "The South African stereospondyl Microposaurus from the Middle Triassic of the Sydney Basin, Australia".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32.3: 538–44. doi:10.1080/02724634.2012.658934.
Haig, David; Martin, Sarah; Mory, Arthur; Mcloughlin, Stephen; Backhouse, John; Berrell, Rodney; Kear, Benjamin; Hall, Russell; Foster, Clinton (2015). "Early Triassic (early Olenekian) life in the interior of East Gondwana: mixed marine–terrestrial biota from the Kockatea Shale, Western Australia". Palaeogeography, Palaeoclimatology, Palaeoecology. 417: 511–33. doi:10.1016/j.palaeo.2014.1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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