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b spider spins out tens of fine silk fibers for its aerial dispersal. A triangular sheet of fibers is observed at the moment of the takeoff. Credit: Moonsung Cho, Technical University of Berlin.)
바람에 날려 걸어서는 갈 수 없는 먼 거리를 이동하는 작은 생물이 있습니다. 바로 작은 거미 이야기입니다. 사실 절지동물문에서 비행은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닙니다. 수많은 곤충이 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행 능력을 갖추는 것은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일입니다. 더구나 거미가 곤충처럼 날개를 진화시킨다는 것은 상당히 난감한 일입니다.
그래서 일부 거미는 살기 적당한 새로운 서식지로 이동하거나 짝짓기를 위해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전략을 진화시켰습니다. 물론 작은 성체나 새끼 거미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생존과 번식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신체 구조를 대대적으로 변화시키지 않고 비행이 가능하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큰 장점입니다.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장거리를 이동하는데 대단히 유리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거미가 그냥 작기 때문에 바람에 날려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과학자들은 그보다 더 복잡한 원리가 숨어 있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바로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거미줄을 바람에 날려 바람을 쉽게 타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적당한 바람을 타지 못하면 헛고생만 하거나 사실 위험한 일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거미도 바람을 타는 방법을 익히지 않으면 안됩니다.
베를린 공대의 연구팀 (Moonsung Cho, Ingo Rechenberg, Peter Neubauer, and Christoph Fahrenson)은 크랩 거미 (crab spiders (Xysticus species))을 이용해 거미가 어떻게 비행하는지 연구했습니다. 야외 관찰과 풍동 실험 결과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줬습니다.
이 거미는 길이 5mm에 무게 25mg으로 바람을 타고 나는 거미 중에서는 큰 편인데 비행 전에 바람의 세기와 방향을 파악하기 위해 앞다리를 들어 공기의 흐름과 기상 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다음 이 거미는 최소 200nm만큼 가느다란 거미줄 수십 가닥을 평균 3미터 길이로 뿜어내 바람을 타고 이동합니다. (사진)
크랩 거미는 최대 60개의 가느다란 섬유를 사용하며 그 중 가장 긴 것은 길이가 7m에 달했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바람의 세기가 너무 빠르지 않고 적당할 때 바람을 탄다는 것입니다. 초속 3미터 이하의 풍속과 위로 올라가는 방향의 바람을 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아마도 거미줄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비행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그냥 바람에 날려 이동하는 것 같은 작은 거미에도 이런 복잡한 과정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이 역시 진화와 생명의 놀라운 결과물일 것입니다.
참고
Cho M, Neubauer P, Fahrenson C, Rechenberg I (2018) An observational study of ballooning in large spiders: Nanoscale multifibers enable large spiders' soaring flight. PLoS Biol 16(6): e2004405. doi.org/10.1371/journal.pbio.2004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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