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PC 업계 1 위이자 서버 부분에서도 1 위 (2014 년 1 분기 가트너의 추정에 의하면 HP 는 점유율 22.6% 서버 시장 세계 1 위 업체) 를 달성한 컴퓨터 업계의 거인 HP 는 모바일 시대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컴퓨터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된 것은 아니지만 일반 소비자 수요의 상당 부분이 스마트폰과 타블렛으로 넘어가면서 HP 의 수익률은 악화되었고 서버 부분에서도 중국의 저가 서버 업체들의 맹추격으로 이전같은 재미는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HP 는 재도약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HP 가 전통적으로 강한 부분인 서버 및 기업 부분에서 HP 는 더 머신 (The Machine) 이라는 새로운 컴퓨팅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데이터가 홍수 처럼 범람하는 빅데이터와 사물 인터넷 (IoT), 그리고 에너지 절감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대응하기 위한 차세대 컴퓨팅 개념입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클라우드 데이터 처리량. Credit : HP)
HP 에 의하면 현재 인터넷과 서버가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의 양은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미 인터넷은 하루에 1 엑사 바이트 (EB, 10 의 18승) 의 데이터를 전송하고 있으며 이는 곧 제타 바이트나 요타바이트, 브로토바이트, 지오바이트 (10의 18승) 급으로 증가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도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저장하기 위해서 전세계의 데이터 센터들은 막대한 비용과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습니다. HP 의 주장에 의하면 전세계 클라우드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은 일본이 사용하는 에너지와 동일하며 앞으로는 훨씬 더 많아져 심지어 우리가 생산하는 에너지의 양보다 더 많아질 우려가 있다고 합니다.
(HP 의 더 머신 설명 영상 HP Labs and the Future of Technology)
이미 전기를 적게 소모하는 그린 IT 는 더 이상 환경 운동같은 구호가 아닙니다. 24 시간 365 일 운용해야 하는 데이터 센터와 인터넷의 특징상 조금만 에너지 사용량을 낮춰도 상당한 비용 감소로 이어지게 됩니다. 즉 그린 IT = 비용 절감인 셈입니다. 물론 전력 소모 감소로 인한 온실 가스 배출 감소와 자원 절약은 저절로 뒤따라오게 되는 부수입인 셈이죠. HP 는 새로운 컴퓨터와 광섬유 기반 기술, 그리고 멤리스터 (Memrister) 가 여기에서 획기적인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HP 는 전기를 많이 소모하고 속도가 느린 구리 케이블 대신 광섬유를 대폭 채택해 데이터 전송 속도도 늘리고 전기도 적게 소모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컨셉은 HP 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고 인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인텔은 데이터 센터를 위해 최대 1.6 Tbps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광섬유 규격인 MXC 를 내놓기도 했는데 ( http://jjy0501.blogspot.kr/2014/03/Ultra-speed-optic-cable-MXC.html 참조) 동영상에 의하면 HP 가 개발하는 규격은 이와는 다소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사실 멤리스터 기반 제품을 2018 년에 출하할 예정이라는 점입니다. 멤리스터는 플래쉬 메모리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이며 전기가 끊겨도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으므로 미래 SSD 나 DRAM 등을 대체하는데 매우 이상적인 제품입니다. 다만 아직까지 실용화는 먼 것으로 여겨져 왔는데 최근 HP Lab 은 여기서 몇가지 진전을 거둔바 았습니다. HP 는 2008 년 산화 티타늄 필름을 이용한 멤리스터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HP 연구소에서 만든 산화 티타늄 기반 멤리스터. An array of 17 purpose-built oxygen-depleted titanium dioxide memristors built at HP Labs, imaged by an atomic force microscope. The wires are about 50 nm, or 150 atoms, wide.[14] Electric current through the memristors shifts the oxygen vacancies, causing a gradual and persistent change in electrical resistance. Credit : R. Stanley Williams, Hewlett Packard Laboratories )
HP 의 더 머신은 멤리스터 기반으로 제작되며 이를 이용하면 현재의 슈퍼컴퓨터를 냉장고만한 크기로 만들면서 전력 소모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실 이전까지 없던 신기술에 기반한 컴퓨터를 만들려는 것이므로 과연 2018 년까지 진짜 상업용 멤리스터 기반 제품이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물론 가능해 진다면 IT 역사에서 또 한가지의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입니다.
현 시점에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점은 현재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인프라로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신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혁신적인 신기술이 등장하게 될 것이며 그 이후 우리의 생활과 결합된 IT 기술은 이제까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십년전 IT 기술과 지금의 IT 기술의 차이를 생각하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사실 상상하기 쉽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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