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 시절부터 러시아는 다른 과학 기술 수준에 비해서 IT 기술이 서방에 비해 뒤처졌던 역사가 있습니다. 과거 구소련이 미국을 따라잡기 했던 가장 단순한 방법은 역설계 방식으로 모방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인텔 8086 의 카피인 KP1810BM86 가 그런 사례라고 할 수 있죠 (http://blog.naver.com/jjy0501/100099437783 )
구소련 붕괴이후 러시아에서는 사실 서방제 CPU 를 그대로 수입해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이런 일을 할 필요가 없어졌지만 최근 푸틴 대통령은 자체 프로세서 개발 계획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이타르타스 통신 및 해외 외신들의 보도에 의하면 러시아 연방은 최근 우크라이나 문제로 갈등이 고조되는 미국의 인텔 CPU 를 대신할 자체 CPU 를 개발할 것이라고 합니다. 다만 완전한 독자 아키텍처는 아니고 ARM 기반의 프로세서입니다.
ARM 역시 서방 국가인 영국 회사이지만 CPU 완제품이 아니라 라이센스를 판매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만약의 경우 미국이 제재를 가하더라도 생산에는 문제가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러시아 내에 반도체 생산 시설이 거의 없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에 있는 파운드리를 이용해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서방, 특히 미국의 압력에 더 유연하게 대응이 가능해 지겠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이 프로세서의 코드명은 바이칼 (Baikal) 로 러시아의 중요한 호수에서 그 명칭을 가져왔습니다. 기본적인 디자인은 Cortex A57 기반의 64 비트 프로세서로 8 코어에 2 GHz 의 클럭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출시 시점은 2015 년입니다. 현재 러시아의 프로세서 디자인 및 설계 능력을 감안하면 무리하게 커스텀 디자인으로 가는 것 보다는 노하우가 축적될 때 까지는 레퍼런스 디자인을 따라가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역시 물건이 나와봐야 평가가 가능하겠죠.
바이칼 프로세서는 다른 ARM 프로세서와 마찬가지로 SoC 디자인을 가지고 있으며 OS 는 리눅스 계열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OS 역시 MS에서 독립) 초기에는 8 코어로 시작해서 이후에는 16 코어 버전을 내놓는다는 것인데 Cortex A57 8 코어라는 것 하나 만으로도 사실 모바일 프로세서는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주 목표는 현재 러시아 연방 정부가 사용하는 서버와 PC 수요를 일부라도 대체하는 것입니다.
현재 러시아 연방 정부는 연간 70 만대의 PC 와 30 만대의 서버를 구매하는데 약 13 억 달러 정도를 소비한다고 합니다. 민간 시장까지 합치면 500 만대의 기기와 35 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 모두를 ARM 기반의 프로세서에서 구동하는 리눅스 OS로 한꺼번에 전환하기는 어렵겠지만 최근 ARM 기반 프로세서의 성능이 상당히 향상된 점과 여기서 구동되는 어플리케이션의 양이 크게 증가한 점을 생각하면 순차적으로 전환해 나가는 것 자체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다만 이 계획이 실제로 성공적으로 진행될지는 역시 두고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문제가 푸틴의 야망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아무래도 대표적인 문제는 현재 윈도우 상에서 돌아가는 각종 어플리케이션을 어떻게 이식하느냐가 될 것 같습니다. 또 러시아가 해당 분야에 대한 기술이 (OS 든 소프트웨어든, 하드웨어 설계든) 아직은 미숙한 점도 변수입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자못 궁금하네요. 러시아가 인텔과 MS의 지배에서 독립할 수 있을 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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