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동물에서 가장 하등한 강은 턱이 없는 종류들, 즉 무악강 (Agnatha/무악 상강으로 분류하기도 함) 에 속하는 원시적인 어류들입니다. 이들은 캄브리아기 대폭발 때 그 조상이 등장했고 지금까지 칠성장어와 같은 후손이 남아있습니다. 무악강을 제외한 척추동물 아문의 다른 강들 - 연골어강, 경골어강, 양서강, 파충강, 포유강, 조강 등 - 은 모두 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턱의 진화는 사실 척추동물에서 매우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단 턱이 있어야 제대로 '씹을 수' 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빨과 함께 조합되면 턱은 먹이를 잡을 때 사용되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며 효과적으로 먹이를 먹을 수 있는 도구가 됩니다.
단순히 구멍만 뚤려 있는 입과 비교해서 턱의 진화는 척추동물에게 있어 가장 획기적인 사건이었고 턱의 유무를 기준으로 가장 원시적인 척추동물과 나머지를 구분한 것은 매우 타당한 방식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턱의 진화는 척추 동물의 진화를 연구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초기 척추동물의 아가미와 턱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보여주는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캠브리지 대학과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토론토 대학 (University of Cambridge and the Royal Ontario Museum/University of Toronto) 의 연구자들은 최근 캐나다 록키 산맥에서 5 억 500 만년 전 캄브리아기에 살았던 원시 어류의 화석을 발견했습니다. 캄브리아기의 척추동물은 원시 적인 어류 뿐인데 이들의 화석은 대부분 보존 상태가 썩 좋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화석은 보존 상태가 예외적으로 양호하다고 하네요.
(메타스프리기나의 복원도와 화석 Left: This is an illustration of Metaspriggina swimming. Credit: Left: Drawing by: Marianne Collins. © Conway Morris and Caron )
메타스프리기나 (Metaspriggina) 가장 원시적인 척추 동물 속 (Genus) 중의 하나로 두색(삭)동물 (cephalochorda : 척삭 동물문의 아문으로 일생동안 척삭을 가지고 있는 동물. 등뼈가 없다) 에서 척추 동물 (Vertebrata. 척추, 즉 등뼈가 있는 동물. 척추동물아문) 으로 진화하는 전이 생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메타스프리기나 화석은 버제스 혈암 (Burgess Shale) 에서 발견되었는데 이 버제스 혈암은 캄브리아 시대의 다양한 화석을 다수 보존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며 최초의 메타스프리기나 속 화석 역시 여기서 발견된 바 있습니다. 이 화석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몸통 앞부분에 아주 잘 보존된 한쌍의 아치로 턱은 물론 초기 아가미의 진화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화석의 미세 구조를 조사한 연구자들은 한쌍의 초롱초롱한 눈은 물론 아가미가 진화할 위치에 이미 새궁 (branchial arches) 혹은 아가미궁 (gill arches) 가 발달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원시적인 아가미 구조 (위의 복원도 참조) 가 단순한 같은 구조의 반복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가장 앞쪽에 위치한 아가미는 뒤에 있는 것보다 더 두꺼워서 앞으로 이쪽으로 턱으로 진화될 구조물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연구의 공저자인 토론토 대학의 장-베르나르드 카론 교수 (Dr Jean-Bernard Caron, Curator of Invertebrate Palaeontology at the Royal Ontario Museum and and associate professor in the Departments of Earth Sciences and Ecology & Evolutionary Biology at the University of Toronto) 은 "분명한 턱을 지닌 어류는 나중에 등장하지만 이것은 시작점과 같은 것이며 모든 것이 여기서 준비되고 비롯되었다 (Obviously jawed fish came later, but this is like a starting post – everything is there and ready to go)" 고 언급했습니다.
고생물학자들은 결국 이런 아가미궁에서 턱이 진화했다고 생각해 왔지만 지금까지 결정적인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번의 발견으로 우리는 아가미는 물론 턱의 진화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장차 이 구조는 다양하게 변형되어 우리 인간과 다른 척추동물의 신체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구조물들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발견은 매우 의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권위있는 학술지인 네이처에 실렸습니다)
한가지 더 재미있는 일은 이 극히 원시적인 어류의 조상이 아주 초롱초롱한 한쌍의 눈화석을 남겼다는 것입니다. 연구의 주저자인 사이먼 콘웨이 모리스 교수 (Professor Simon Conway Morris of Cambridge's Department of Earth Sciences) 은 이 화석이 "심지어 눈도 매우 아름답게 보존되었다 Even the eyes are beautifully preserved" 라고 언급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참고
"A primitive fish from the Cambrian of North America" in the journal Nature, published on June 11, 2014. DOI: 10.1038/nature1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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