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크라우드 펀딩으로 죽은 우주선을 되살린다 ?



 최근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발전하면서 대중으로부터 투자 자금을 끌어모으는 크라우드 펀딩 (Crowd Funding ) 이 유행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물론 부작용도 없진 않지만 투자자를 찾지 못해 사장될 뻔한 아이디어나 예술작품이 새 생명을 찾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민간 과학자들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과거 사장되었던 우주선을 되살리는 시도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참조글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122&contents_id=24109


 이들이 되살리려는 우주선은 1978 년 발사된 역사적인 우주선인 International Sun/Earth Explorer 3 (ISEE-3) (나중에 International Cometary Explorer (ICE)  으로 명칭이 변경) 입니다. 이 우주선은 명칭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ISEE - 1/2 라는 다른 우주선과 함께 나사 및 유럽 우주국의 협력하에 발사되었습니다.  


 발사 당시의 목적은 태양풍과 지구 자기자의 관측 및 그 상호 작용을 연구하는 것으로 이와 같은 목적 때문에 지구가 아닌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궤도 (heliocentric orbit) 를 공전하는 관측 위성이었는데 특히 최초로 태양 - 지구의 라그랑주 점 (Lagrangian point) 인 L1 에 위치한 우주선이기도 했습니다.  



(ISEE-3/ICE 의 컨셉 아트   Credit : NASA)    


 1982 년 6월 10일 본래의 임무를 마친 ISEE-3 는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았습니다. 그것은 이 우주선에 궤도에 들어온 혜성을 관측하는 것으로 사실 이 우주선이 혜성을 최초로 근접 관측한 우주선이기도 합니다. 이 때 이름도 International Cometary Explorer (ICE : 국체 혜성 관측 위성) 로 변경된 것입니다. 1980 년대 이 위성은 21P/Giacobini–Zinner 혜성의 핵에서 7800 km 떨어진 지점을 지나면서 최초의 혜성 근접 관측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후엔 헬리 혜성과도 마주쳤죠.    



(ICE 미션 요약도   Credit : NASA)  


 그런데 사실 그 이후에는 이 우주선이 할일이 별로 없어졌습니다. 결국 교신을 유지한 채로 있다가 1997 년에 이르러서 나사는 이 우주선을 은퇴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가끔 교신은 유지할 수 있는 상태로 두긴 했지만 더 할일이 없는 상태였죠. 그래서 ICE 는 이후 셧다운 상태로 남겨졌습니다.  


 이후 특별한 임무가 없다보니 ICE 에 아직 더 쓸 수 있는 연료와 전력 (이 우주선에는 오래되었지만 173 W 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만큼의 태양 전지 패널이 탑재되어 있음) 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버려진 우주선이 되었습니다. 사실 우주선을 계속 활동할 수 있는 상태로 남겨두려면 지상 관제 센터와 여기서 일하는 인력이 필요하므로 계속해서 예산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런데 공공 기관에서 당장 필요하지 않는 곳에 그런 예산을 투입할 수는 없는 법이죠.  


 2014 년 4월, 일단의 과학자들이 포함된 민간 그룹이 아직 사용할 수 있는 오래된 우주선이나 위성을 다시 활성화시켜 유용한 목적에 사용하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자금을 모아 앞서 언급한 ISEE-3/ICE 우주선을 오랜 잠에서 깨울 계획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 우주선에 남은 연료를 이용해서 다시 지구 근처 궤도로 이동시키고 이 우주선을 본래 임무인 태양풍 및 지구 자기장 관측에 동원할 예정입니다.  




(동영상)  


 과연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알 수 없지만 이를 시도하는 민간 그룹은 이미 필요한 15 만 달러에 달하는 크라우드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쳤을 뿐 아니라 지상이 대형 안테나등 필요한 하드웨어에 대한 사용권도 확보하는데 성공해습니다. 그리고 나사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나사로 부터 이 우주선을 사용할 권리도 확보했다고 합니다.  


 ".... The agency has signed a Non-Reimbursable Space Act Agreement (NRSAA) with Skycorp, Inc., in Los Gatos, California, allowing the company to attempt to contact, and possibly command and control, NASA’s International Sun-Earth Explorer-3 (ISEE-3) spacecraft as part of the company’s ISEE-3 Reboot Project. This is the first time NASA has worked such an agreement for use of a spacecraft the agency is no longer using or ever planned to use again. (중략)"


 이에 의하면 이 시민 과학자 (Citizen Scientist) 를 대표할 스카이코프 ( Skycorp, Inc., in Los Gatos, California) 와 나사는 처음으로 Non-Reimbursable Space Act Agreement (NRSAA) 에 합의했는데 이에 따라 폐기 상태이긴 해도 나사의 자산인 ISEE-3/ICE 우주선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은 민간에 양도할 것이라고 합니다.  


 과연 이 결정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는 현재로써는 알 수 없지만 크라우드 펀딩이 과학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 주목됩니다. 앞으로 다양한 과학 연구나 학술 연구에 크라우드 펀딩이 점차 긍정적인 영향을 행사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