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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전지가 전기차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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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세기 초반만 해도 전기 자동차는 가솔린 자동차와 경쟁이 가능했습니다. 당시의 무거운 납 배터리를 달고도 초보적인 가솔린 엔진 자동차와 성능면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점차 가솔린 엔진을 비롯한 내연 기관 기술은 획기적으로 발전한 반면 배터리 기술 발전은 느렸기 때문에 1920 년대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도로에서 전기 자동차는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20 세기 후반과 21 세초 에너지 위기 및 환경 문제가 거론되면서 전기 자동차는 다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 무거운 납 배터리 대신 고가이지만 에너지 저장 밀도가 훨씬 높은 리튬 이온 배터리가 대중화 되면서 최근 몇년간 전기 자동차는 실제로 점차 보급이 빨라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리튬 이온 배터리는 기본적으로 매우 고가이기 때문에 수백 km 이상의 이동 거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차량 가격이 크게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문제로 인해 현재는 순수한 전기 자동차보다는 가솔린/디젤 엔진과 결합한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더 흔하게 보급되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차량 가격이 상승함과 동시에 장거리 고속 도로 주행시에는 오히려 연비가 무게 때문에 더 나빠지는 모순이 존재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전기차는 1 회 주행거리는 짧은 대신 전기 충전소는 찾기 어려운 문제가 존재합니다. 일부 회사들은 공기 전지 (Air Cell : 전지 가운데서 반대방향의 기전력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복극제로 공기를 사용하는 것), 혹은 공기 - 금속 전지 (Air-metal battery) 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기 전지의 대표적인 종류로는 알루미늄 - 공기 전지 (Aluminium - air battery) 가 있는데 이미 군사적인 목적으로 생산되어 활용되고 있습니다.


 알루미늄 - 공기 전지는 기본적으로 일차 전지로 양극과 음극이

 음극 (Cathode) : O
2
 + 2H
2
O
 + 4e → 4OH +0.40 V
 양극 (Anode) : Al + 3OH → Al(OH)
3
 + 3e − 2.31 V

 의 반응으로 전기를 만들어냅니다. 이 반응이 계속 일어나기 위해서는 공기중의 산소와 더불어 소모되는 물이 계속 공급되어야 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쌓이는 수산화 알루미늄을 제거해주어야 합니다. 이런 귀찮은 점 때문에 에너지 저장 밀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알루미늄 - 공기 전지는 현재 일부 특수 영역을 제외하고는 널리 사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알루미늄 - 공기 배터리로만 작동하는 전기차를 만든다면 사실 수천 km 씩 주행이 가능할 테지만 (현재 상용 알루미늄 - 공기 배터리의 저장 밀도는 1300 Wh/kg 에 달함)  현재 나와있는 상용 제품은 일차 전지라서 리튬 이온 배터리처럼 재충전이 어렵고 위에서 말한 문제점 때문에 전기 자동차에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핀너지 (Phinergy) 라는 한 기업이 여기에 도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이들은 세계적인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알코아 (Alcoa) 와 손을 잡고 프로토타입을 전기 자동차를 선보였는데 그 컨셉은 이렇습니다. 이들이 만드는 전기 자동차는 소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보통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저가형 전기 자동차처럼 약 50 km 이내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이 정도면 하루 이용 거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장거리 주행을 하는 경우인데 이 경우에 같이 내장된 알루미늄 - 공기 배터리가 작동해 주행 가능 거리를 최대 1600 km 까지 늘려줍니다. 다 사용한 알루미늄 - 공기 배터리는 회수해서 공장에서 새 배터리로 만들게 됩니다. 사용자는 배터리의 기능을 유지시키기 위해서 한달에 1-2 회 정도 물탱크에 물을 보충해 주어야 합니다.  



(알루미늄 - 공기 배터리 프로토 타입 자동차가 주행 테스트를 진행 중에 있음. The car powered by the aluminum-air battery technology at the Circuit Gilles-Villeneuve in Montreal. )  



(동영상)   


 이 테스트에서 프로토타입 자동차는 배터리를 이루는 50 개의 알루미늄 판 가운데 한개만 가지고도 약 20 마일 (약 32 km) 를 주행 가능했다고 합니다. 물론 알코아 입장에서는 알루미늄 배터리의 대중화가 희소식이긴 하겠지만 실제로 널리 실용화 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원리상 알루미늄 - 공기 배터리는 구조 자체는 단순한 편이라서 자동차용 배터리의 생산 단가는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경쟁력 있는 가격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역시 규모의 경제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이를 자동차 메이커들이 대대적으로 채택하지 않는한 대중화의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됩니다.  


 물론 미래를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아주 독특한 컨셉이라 소개드려 봤습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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