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40 만년전의 그린란드 빙상 붕괴는 해수면 상승을 얼마나 유발했을까 ?



 역사적으로 지구의 해수면 높이는 꽤 다양하게 변해왔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판구조 (plate Tetonics) 의 변동으로 인한 해양저 (seafloor) 및 대륙의 변화, 그리고 비교적 단기적으로는 육지 빙하의 존재와 양이 해수면의 높이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128984783 참조) 특히 주기적으로 빙하기와 간빙기가 발생하는 경우 해수면의 높이는 주기적으로 100 미터 이상의 변화를 보이게 되며 해안선의 모양과 지도를 바꾸게 됩니다.  


 현재에도 과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그린란드의 거대한 빙상은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면서 지구의 해수면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미국 국립 과학 재단 (National Science Foundation) 의 지원을 받은 과학자들이 최근 네이처에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대략 40 만년 전에도 그린란드 빙상 (Greenland ice sheet) 이 붕괴하면서 해수면의 높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린란드의 빙상의 두께 지도. 그린란드 면적의 80% 에 해당하는 171 만 ㎢ 이 두꺼운 얼음으로 덮혀있으며 총 부피는 약 285 만 입방 킬로미터에 달한다고 보고 있음. Map in English of Greenland ice sheet thickness. Thickness over 10 m above bedrock and mean sea level. Eric Gaba (Sting - fr:Sting) - Own work Sources used: NGDC ETOPO1 (public domain) Location of GISP2 drill: NCDC/NOAA) 


 오레곤 주립 대학의 부교수인 앤더스 칼슨 (Anders Carlson, an associate professor at Oregon State University and co-author on the study) 에 의하면 40 만년전의 지구 기후는 현재 우리가 보는 것 기후나 혹은 적어도 우리가 이번세기 말에 보게 될 기후와 크게 다를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The climate 400,000 years ago was not that much different than what we see today, or at least what is predicted for the end of the century


 연구팀이 40 만년전 그린란드에서 일어났던 일에 주목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인데 당시 기온 상승에 의해서 그린란드 빙상이 붕괴된 속도를 알 수 있다면 현재 우리가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하는지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도 있기 때문입니다. ("This may give us a better sense of what may happen in the future as temperatures continue rising,")


 과학자들이 해양 동위원소 단계 11 (Marine Isotope Stage 11) 이라고 부르는 이 시기는 예외적일 만큼 따뜻했던 간빙기로 당시 해수면은 지금보다 대략 6 - 13 미터 더 높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당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 해수면 상승에서 그린란드 빙상의 붕괴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알아내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서 연구팀은 그린란드 해안선의 Eirik Drift 라는 지점 부터 수년간에 걸친 탐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무수한 샘플을 채취해 그 화학적, 지질학적 특징을 연구했고 이를 통해서 과거에 일어났던 지질학적 역사를 재구성 하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빙하가 녹아 내려면 침전물들을 흔적으로 남기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여기에서 납, 스트론튬, 네오디뮴의 동위원소를 분석해 한 때 이 지역에 얼마나 많은 얼음이 어느 시기에 존재하는지 재구성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린란드 빙상의 가장 자리에서 샘플을 채취하는 연구팀.  A research team is hiking to sample the Greenland ice-sheet margin in south Greenland. Credit: Kelsey Winsor, courtesy Oregon State University

 이들이 내린 결론에 의하면 당시 사라진 빙상의 양은 40 만년전 해수면을 약 4-6 미터 정도 상승하게 (아마도 6 미터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함)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연구자들은 침전물의 분석을 통해서 12 만 5000 년전의 간빙기 해수면 상승 당시의 그린란드 빙상 붕괴의 영향도 같이 연구했습니다. 당시 해수면 역시 지금보다 5 - 10 미터 정도 상승했는데 당시에 그린란드 빙상 붕괴의 영향은 2.5 미터가 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연구팀은 남극의 빙상의 붕괴 정도가 영향을 미친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해수면이 남극에 있는 얼음이 더 녹으면 그린란드의 얼음이 덜 녹아도 해수면은 비슷하게 상승할 수 있다는 이야기) 


 향후 연구를 통해서 그린란드 빙상의 역사가 보다 분명하게 파악된다면 우리가 미래의 해수면 상승에 대비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그린란드 빙상은 꽤 불안정해 졌고 이번세기 해수면 상승을 주도하게 될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이 우리가 예상한 것 보다 더 빠르게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참고 

South Greenland ice-sheet collapse during Marine Isotope Stage 11, Nature, dx.doi.org/10.1038/nature13456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