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한 종류의 개미만 잡는 덫 만드는 거미


 (A ballista spider (Propostira sp.) waits for a green tree ant (Oecophylla smaragdina) to bite the cone of its web and thus spring the snare. Credit: Professor Ajay Narendra et al)

국제 과학자 팀이 호주 퀸즐랜드 북부 열대우림에서 놀라운 신종 거미를 발견했습니다. 이 거미는 그냥 거미줄에 먹이가 걸리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한 마리의 개미만을 잡기 위해 정교하고 강력한 스프링식 덫을 만듭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고대 로마군이 사용한 무기인 발리스타(Ballista, 용수철을 이용해 볼트나 돌을 발사하는 무기)의 이름을 따서 발리스타 거미라는 별명을 얻은 이 작은 야행성 거미는 영역성이 강하고 공격적인 녹색 나무개미(Oecophylla smaragdina)만을 잡아 먹습니다. (발리스타가 아니라 올가미 덫 거미라고 해야 하지 않을지?)

아무튼 아직 정식 명칭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프로포스티라(Propostira) 속에 속하는 이 거미는 생의학 연구자이자 거미 분류학자 겸 사진작가인 그레그 앤더슨 교수 (Professor Greg Anderson)가 처음 관찰했습니다.

여기서 정보를 얻은 맥쿼리 대학교의 아제이 나렌드라 교수와 대학원생 프라나브 조시(Professor Ajay Narendra of Macquarie University and postgraduate student Pranav Joshi)는 퀸즐랜드 최북단 쿡타운 인근 열대우림에서 10일 밤낮을 보내며 이 거미를 찾아냈습니다. 연구팀은 발리스타 거미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하고, 고속 카메라와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거미의 행동을 기록했습니다.

나렌드라 교수는 "거미가 개미를 먹이로 삼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인데, 개미는 악명 높을 정도로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덫에 걸리는 모든 종류의 개미 대신) 특정 개미 종만 먹는 거미를 발견했다는 것은 더욱 기이한 일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왜냐하면 개미는 개미신을 포함해 다양한 화학적 방어 수단을 가지고 있는데다, 사실 일부 종은 쏘는 능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다른 개미들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 수백, 심지어 수천 마리의 다른 개미를 지원군으로 불러들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개미핥기처럼 아예 체급이 완전히 다른 경우나 개미지옥처럼 개미에 특화된 덫을 지닌 게 아니라면 개미를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발리스타 거미는 거미 중에서도 보기 드문 매우 독특한 덫을 만들어 이 문제를 극복했습니다. 낮 동안 발리스타 거미는 녹색 나무개미가 활발하게 먹이를 찾는 지역 위의 나뭇잎 뒷면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50cm 이상 아래로 내려와 덫을 만듭니다. 우선 나뭇잎, 나뭇가지 또는 숲 바닥에 고정점을 만든 다음, 최대 4시간 동안 지면 근처에 원뿔 모양으로 묶인 15~60개의 장력선을 수직으로 설치합니다. 마지막으로 발리스타 거미는 더 가는 종류의 실로 원뿔을 감싼 다음 재빨리 위쪽으로 올라갑니다.

덫을 작동시키는 것은 바로 녹색 나무개미 자신입니다. 녹색 나무개미는 이 덫을 공격하는데, 원뿔 형태의 덫을 물어뜯어 고정 지점에서 떼어냅니다. 그 순간 덫이 작동하면 개미는 30cm 이상 위로 솟구쳐 올라 초속 1,300m 이상의 가속도로 거미줄 중심부로 날아갑니다 . 거미는 개미가 거미줄에 완전히 얽히기를 기다렸다가 다가가 실로 감쌉니다.

대체 왜 개미가 먹이도 아닌 덫을 공격하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나렌드라 교수는 "거미가 거미줄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일개미를 유인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페로몬을 첨가하여 덫을 작동시키는 것으로 추측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거미줄이 특정 먹이 종만을 잡도록 설계된 유일한 사례이며, 포식자가 아닌 먹이에 의해 작동되는 메커니즘을 가진 유일한 경우인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거미줄의 생체역학적 특성을 연구하는 공동 선임 저자인 요나스 볼프 박사(Dr. Jonas Wolff)는 야생에서 거미를 관찰하기 위해 호주로 갔으며, 거미줄 샘플을 독일 그라이프스발트 대학교 (University of Greifswald) 연구실로 가져와 주사 전자 현미경을 포함한 상세한 물리적 분석을 수행했습니다.

그 결과 발리스타 거미의 덫은 탄성 에너지를 거미줄에 저장하고 빠르게 방출하도록 생체 공학적으로 설계되어, 다른 어떤 거미줄 기반 생물학적 장치보다 훨씬 강력한 순간 추진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거미가 잡아먹는 개미는 발에 접착 패드가 있어서, 장력선 다발의 수축으로 개미를 들어 올리려면 개미 몸무게의 몇 배에 달하는 힘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메카니즘이 진화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만약 이렇게 개미 한 마리만 정확하게 낚아채서 순식간에 멀리 떨어진 안전한 둥지로 옮길 방법이 없다면 거미는 구조 신호를 듣고 달려온 개미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처음에는 우연히 걸린 개미를 낚는데서 시작해서 개미 역시 구조 신호를 보내는 방식으로 대응했고 진화적 군비 경쟁이 이어지면서 이런 생물학적 무기가 등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말 기이하고 독특한 생물의 진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6-06-newly-australian-ballista-spider-snare.html

Ballistic high-powered spider webs overcome dangerous prey defenses, Current Biology (2026). DOI: 10.1016/j.cub.2026.04.066. www.cell.com/current-biology/f … 0960-9822(26)00570-1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벨 V-280 Valor 시험 비행 성공

( The V-280 Valor flew for the first time at Bell Helicopter's Amarillo Assembly Center in Texas(Credit: Bell Helicopter/YouTube) )  앞서 소개드린 V-280 발러가 첫 번째 비행 테스트에 성공했다는 소식입니다. V-22 오스프리의 소형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V-280 발러는  미 육군의 차세대 헬기 사업인 Future Vertical Lift (FVL)에 입찰을 시도하는 틸트로터기로 현재 미 육군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블랙호크 헬기와 비슷한 체급입니다. 다만 틸트로터기인 만큼 최고 속도나 항속 거리면에서 더 유리합니다. 스펙은 이전 포스트를 참조해 주시기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221115245986  (동영상)   V-280 발러는 틸트로터기의 더 대중화 될 수 있을지를 검증하는 중요한 무대가 될 것입니다. V-22 오스프리의 경우 복잡한 구조로 인해 가격이 너무 비싸져서 사실 미국은 몰라도 그 동맹국에 널리 도입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V-280 역시 가격이 아주 저렴할 것 같지는 않지만, 좀 더 합리적인 대안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면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국에서 도입을 검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bell-v-280-valor-maiden-flight/52663/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