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그람 음성균 세포벽을 단단히 고정시키는 물질 - 앞으로 새로운 항생제 목표될까?


 (The protein PA2854 (shown in red) in Pseudomonas aeruginosa links the outer-membrane protein OprI (shown in blue) to the cell wall (depicted in white), a process that is necessary for the health of the bacterium. Credit: Mobashery Lab)

세균이 항생제 내성을 진화시키는 기전은 다양합니다. 항생제 내성균은 항생제를 분해하는 효소를 만들거나 표적을 변경하거나 혹은 단단한 외피나 생물막으로 자신을 보호해 항생제를 무력화시킵니다. 그람 음상균이 마지막의 대표적인 경우인데, 그람 음성균의 세포벽은 세포막과 외막 사이에 얇은 펩티도글리칸 층이 샌드위치처럼 끼어 있는 복잡한 다층 구조입니다.

가장 밖에 있는 외막 (Outer Membrane)은 지질다당류 (LPS)가 있어 세균의 독소(내독소)로 작용합니다. 물론 벽만 있으면 필요한 물질을 흡수할 수 없으니 작은 영양분이나 이온이 세포 내외로 통과할 수 있도록 돕는 통로도 존재합니다.

외막과 세포막 사이 존재하는 펩티도글리칸 층 (Peptidoglycan)은 세균의 형태를 유지하고 삼투압에 의한 파열을 막아줍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내부의 세포질을 감싸는 세포막이 존재합니다. 이렇게 복잡한 다층 구조 덕분에 그람 음성균은 항생제에 강한 편입니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구조가 어떻게 단단히 결합할 수 있는지는 확실히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노트르담 대학교의 화학 및 생화학과의 샤리아르 모바셰리(Shahriar Mobashery) 생명과학 나바리 석좌교수 연구팀은 그람 음성 세균의 외막이 세포벽에 부착되는 핵심 과정과 이를 통해 항생제 내성을 발달시키는 연구했습니다.

연구팀은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에서 이 과정을 연구했습니다. 녹농균은 대장균, 폐렴간균, 살모넬라균을 포함한 다른 그람 음성 세균과 마찬가지로 3중 구조의 생물학적 외피로 둘러싸여 있어 항생제 침투를 막습니다.

연구팀이 초점을 맞춘 부분은 외막이 어떻게 세포벽에 있는 펩티도글리칸에 단단히 고정(Anchoring)되는가를 밝히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외막 단백질인 OprI의 83번째 아미노산인 라이신(Lys83)의 측쇄(Side-chain) ϵ-아미노기가 펩티도글리칸의 펩타이드 줄기(Peptide stem)와 화학적으로 단단히 결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 결과 OprI 단백질이 화학적 결합을 통해 외막이 세포벽에 '닻(Anchor)'을 내린 듯 단단히 고정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이 결합을 가능하게 하는 트랜스펩티다제 효소 단백질인 PA2854도 발견했습니다. 이 단백질은 살아있는 세균뿐만 아니라, 실험실에서 추출한 순수 단백질과 인공 펩티도글리칸을 이용한 실험(in vitro)에서도 동일한 결합 반응을 유발했습니다.

OprI는 3개가 모여 하나의 구조(Trimer)로 길쭉한 나선형 묶음(Helix bundle) 형태로 펩티도글리칸 층에 결합합니다. PA2854 역시 세 개의 도메인(Domain)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세포벽과 OprI 단백질에 결합하여 둘을 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반응은 다른 효소에 의해 대체될 수 없는 독점적이고 필수적인(Non-redundant) 과정입니다. 즉, PA2854가 없으면 세균은 이 결합을 만들어낼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합니다. 따라서 PA2854가 수행하는 이 결합 과정이 차단되면, 세균의 외부 구조(Envelope)는 매우 약해지고 외부 충격에 쉽게 파괴되는 상태가 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연구팀은 PA2854가 앞으로 새로운 항생제의 목표가 되거나 혹은 기존의 항생제 효과를 높이는 보조제가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새로운 돌파구가 여기서 열릴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6-06-bacteria-reveal-protein-antibiotic-resistant.html

Amr M. El-Araby et al, Outer Membrane–Peptidoglycan Anchoring in Pseudomonas aeruginosa,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2026). DOI: 10.1021/jacs.6c03160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벨 V-280 Valor 시험 비행 성공

( The V-280 Valor flew for the first time at Bell Helicopter's Amarillo Assembly Center in Texas(Credit: Bell Helicopter/YouTube) )  앞서 소개드린 V-280 발러가 첫 번째 비행 테스트에 성공했다는 소식입니다. V-22 오스프리의 소형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V-280 발러는  미 육군의 차세대 헬기 사업인 Future Vertical Lift (FVL)에 입찰을 시도하는 틸트로터기로 현재 미 육군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블랙호크 헬기와 비슷한 체급입니다. 다만 틸트로터기인 만큼 최고 속도나 항속 거리면에서 더 유리합니다. 스펙은 이전 포스트를 참조해 주시기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221115245986  (동영상)   V-280 발러는 틸트로터기의 더 대중화 될 수 있을지를 검증하는 중요한 무대가 될 것입니다. V-22 오스프리의 경우 복잡한 구조로 인해 가격이 너무 비싸져서 사실 미국은 몰라도 그 동맹국에 널리 도입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V-280 역시 가격이 아주 저렴할 것 같지는 않지만, 좀 더 합리적인 대안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면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국에서 도입을 검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bell-v-280-valor-maiden-flight/52663/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