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ect galls on a fossil leaf from the latest Cretaceous Lefipán Formation (67-66 Ma) in Patagonia, Argentina. Credit: Michael Donovan/Penn State)
(Insect damage, including multiple small leaf mines (upper right) and margin feeding (upper left), on a fossil leaf from an early Paleocene fossil plant locality, Las Flores (62.52-62.22 Ma), in Patagonia, Argentina. Credit: Michael Donovan/Penn State)
6,600만년 전 지구에 충돌한 소행성 혹은 혜성 충돌 때문에 발생한 대멸종은 비조류 공룡은 물론이고 수많은 동식물을 멸종시켰습니다. 하지만 자연의 회복력은 놀라워서 이 때 간신히 살아남은 생물의 후손들은 오늘의 다양한 생태계를 복원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과정에 대해서 더 상세한 연구를 진행중에 있습니다.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의 마이클 도노반 (Michael Donovan)과 그의 동료들은 남미의 파타고니아에서 백악기 말에서 팔레오세 초기의 나뭇잎 화석들을 연구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남미에서 남위 38도 이남 지역으로 대충돌 당시에도 유카탄 반도 근방의 칙술루브 크레이터 (Chicxulub Crater) 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이 거리 덕분에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생물 다양성이 회복되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나뭇잎 화석은 그 자체로 당시 살았던 식물의 생태를 짐작하게 만들지만, 더 나아가 벌레가 파먹은 흔적 혹은 벌레 그 자체도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곤충이 파먹은 흔적은 곤충의 종류에 따라서 차이가 있으므로 당시 살았던 곤충 전체의 모습을 복원하지 않고도 그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6,600만년 직후 칙술루브 크레이터에 가까웠던 미 대륙과 마찬가지로 파타고니아에서도 나뭇잎을 갉아먹는 곤충은 자취를 감췄다고 합니다. 사실 식물 자체도 거의 자취를 감춘 시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식물 생태계가 회복되고 소수의 생존 곤충들이 다시 후손을 남기면서 생물학적 다양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원래 수준을 회복하게 됩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파타고니아에서 곤충 다양성이 회복된 것은 이벤트 후 400만년 정도였다고 합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900만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이는 3,646개의 화석을 면밀히 검토 한 후 내린 결론입니다. 이 시간은 지질학적 관점에서보면 아주 긴 건 아니지만, 생물학적 다양성이 심각하게 파괴되면 회복하는데 수백만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이 연구가 시사하는 점은 현재 진행되는 인류에 의한 생물 다양성 감소와 대멸종 역시 회복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더구나 인류에 의한 대멸종은 소행성과 달리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다시 이전 수준의 다양성 확보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인류가 지구를 심각하게 훼손하더라도 과거의 사례를 볼 때 지구 생태계는 다시 복원될 것입니다. 문제는 인류가 오래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겠죠.
참고
Michael P. Donovan et al. Rapid recovery of Patagonian plant–insect associations after the end-Cretaceous extinction, Nature Ecology & Evolution (2016). DOI: 10.1038/s41559-016-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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