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나사의 딥 스페이스 네트워크



(지름 70m의 안테나인 Goldstone DSN antenna. 출처: 나사) 


 보이저 2호는 발사된지 거의 40년 만에 지구에서 168억km 떨어진 지점까지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통신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나사의 딥 스페이스 네트워크 (NASA Deep Space Network) 덕분입니다. 캘리포니아, 호주, 스페인 세 곳에 건설된 30~70m 지름의 거대 안테나 네크워크 덕분에 태양계 어디에서든 통신이 가능한 것입니다. 


 이 네트워크가 처음 계획되었던 것은 195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이후 나사의 아폴로 미션과 달, 금성, 화성의 무인 탐사선 미션에서 활약했고 더 가까이는 나사의 보이저 미션 및 카시니, 뉴호라이즌스 등 여러 태양계 탐사임무에 없어서는 안될 기반 통신 시설로 활약했습니다. 


(나사의 딥 스페이스 네트워크 커버리지.  출처: 나사) 




(동영상) 



(동영상2) 


 우리가 지금 보는 태양계의 다양한 사진은 모두 이 딥 스페이스 네트워크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장거리에서 통신이 가능한 것일까요. 여기에는 거대한 안테나와 더불어 몇 가지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일단 통신에 사용되는 주파수는 넓게 퍼지지 않지만, 직진성이 강한 마이크로웨이브파를 사용합니다. S band (2.29 - 2.30 GHz), X band (8.40 - 8.50 GHz), Ku band (31.8 - 32.3 GHz) 의 세 가지로 X와 Ku 밴드의 경우 일반적으로 우리가 통신에 사용하는 주파수에 비해서 상당히 고주파수를 사용하는 셈입니다. 이를 마치 빔처럼 우주선이나 지구 방향으로 쏘는 것이죠. 


 문제는 거리 때문에 전파의 세기가 거리에 제곱에 반비례해서 약해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목성 궤도 밖에서 통신을 시도하는 경우 지구에서 보내는 것도 문제지만, 우주선에서 지구로 오는 신호도 극도로 약한 상태가 됩니다. 더구나 우주선의 출력을 담당하는 RTG의 경우 출력이 정해져 있어 탐사선에 설치된 큰 안테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출력은 20W 수준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구에서는 거대한 안테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주선에서 보내는 전파는 지구에 도착할때 쯤이면 지구 지름 보다 1000배 정도 넓게 퍼지기 때문에 그 이 안테나에 잡히는 에너지는 손목 시계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200억 분의 1에 불과합니다. 이 신호를 잡기 위해 절대 영도에 가까운 상태에서 작동하는 민감한 리시버가 신호를 파악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신호가 워낙 약하고 잡음이 많이 들어가므로 데이터 전송 속도는 극도로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한번에 신호가 선명하게 잡히는 경우가 없고 항상 노이즈가 섞여 있으므로 이를 감별하기 위해서 데이터에는 확인을 위한 디지털 신호가 항상 같이 들어가게 됩니다. 이 신호를 반복해서 보내면 이중에서 제대로 온 것을 다시 확인하는데, 이 과정에서 속도는 매우 느려지게 됩니다. 


 뉴호라이즌호의 예를 들면 (x 밴드를 통신에 사용함) 목성 부근에서 데이터 전송 속도는 38 kbit/s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명왕성 부근에서는 다시 1 kbit/s 수준으로 감소합니다. 탐사선 내부에는 8Gb의 두 개의 솔리드 스테이트 레코더가 있어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지만, 이를 지구로 모두 전송하는데 15개월이 걸린 이유입니다. 


 보이저의 경우에는 3.7m 지름의 비교적 큰 안테나와 두 개의 통신 주파수 (S-band (about 13 cm wavelength)와 X-band (about 3.6 cm wavelength))를 이용해서 목성 궤도에서는 115.2 kbit/s 수준의 전송 속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먼 거리에서는 뉴호라이즌과 비슷한 수준으로 통신 속도가 떨어집니다. 보이저는 오래 전 발사된 탐사선이라 64KB 의 디지털 테이프 레코더를 저장 장치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나사의 딥 스페이스 네트워크는 이미 계획된 거리보다 훨씬 먼 장소에서 통신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거리는 저 멀리 다른 별에 비하면 너무나 짧은 수준입니다. 먼 미래 인류가 알파 센타우리 같은 다른 별에 탐사선을 보내게 된다면 통신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참고 


 딥 스페이스 네트워크 팩트 시트 : http://www.jpl.nasa.gov/news/fact_sheets/DSN-0105.pdf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