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은 예고 없이 찾아와 순식간에 엄청난 재앙을 남길 수 있습니다. 다행히 한국은 지진대에서 거리가 멀어서 지진으로 인한 피해 역시 크지 않지만, 그럼에도 최근 발생한 지진들은 우리 나라 역시 완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특히 대개의 건물이 내진 설계가 되어 있지 않은 점을 생각하면 이는 무시할 수 없는 위험 요소입니다.
인간의 힘으로 지진을 막을 수는 없지만, 지진 학자들은 지진을 조금이라도 빨리 경고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5초, 10초만 빨리 경보를 해도 상당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진이 발생해서 지진파 (P파)가 도달하기 전까지는 지진을 경고할 수 없다는 것이 근본적인 한계였습니다. 경고가 이뤄질 때는 이미 지진파가 도달한 이후인 것이죠.
프랑스, 미국,이탈리아의 과학자들은 진앙 부근에서 지층이 이동과 뒤틀림 시 발생하는 중력 분포의 변화가 대형 지진을 빨리 경고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들이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역대급 대형 지진으로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도호쿠 대지진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중력 분포 변화가 감지되었다고 합니다.
지구 위의 여러 지점은 중력 분포가 항상 동일하지 않습니다. 아래에 밀도가 높고 질량이 큰 물체가 있는 경우 중력이 그만큼 커져서 잡아당기는 힘이 강해지고 반대로 밀도가 낮고 질량은 작은 물체가 있으면 중력이 힘이 약해집니다. 동시에 고도에 따라서도 중력 분포가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 미세한 차이를 인지하기 어렵지만, 정밀한 중력 센서는 10만 분의 1 이하의 차이도 감지해 낼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2011년 도호쿠 대지진 당시 500km 떨어진 중력 센서도 변화를 감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력의 변화는 빛의 속도로 전파되기 때문에 지진파에 앞서 지진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다만 조석 간만의 차이 처럼 중력 분포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 더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노이즈에서 지각의 변동만을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중력 센서를 이용해서 조기 경보가 필요한 대지진을 신속하게 알아낼 수 있다면 적지 않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진파가 도착하기 전 고속 전철이나 지하철, 차량을 긴급 정지시키거나 착륙을 앞둔 항공기의 회항을 지시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해 봅니다.
참고
Jean-Paul Montagner et al. Prompt gravity signal induced by the 2011 Tohoku-Oki earthquake, Nature Communications (2016). DOI: 10.1038/ncomms13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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