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에서 육아에는 아주 다양한 형태가 존재합니다. 많은 동물들은 그냥 알을 낳으면 거기까지가 부모 역할의 끝이지만 어떤 동물들은 태어날 새끼를 위해 먹이를 준비해 주거나 안전한 보호를 제공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세밀한 보살핌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모성애의 차이라기 보단 생존 전략의 차이로써 어떤 종은 수백만개의 알을 낳아 숫자로 승부를 보는 종들도 있는 반면 아주 소수의 새끼를 낳은 후 극진히 보살피는 종들도 존재합니다.
소수의 새끼를 낳아서 극진히 잘 보살피는 종들의 경우 어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만 육아에 있어서 수컷의 역할은 종마다 아주 큰 차이를 보입니다. 무책임하게 육아에는 전혀 참가하지 않고 더 많은 유전자를 퍼트리기 위해 다른 짝을 만나는 종들도 있지만 만약 암컷 혼자서 새끼를 키우기 어려운 경우에는 더 확실히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해 공동으로 육아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죠. 후자는 조류에서 그런 사례를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조류와 연관이 매우 깊은 것으로 여겨지는 공룡들은 어땠을까요.
불행히 공룡이 새끼를 어떻게 키웠는 지에 대해서는 아주 제한적인 정보만이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육아 같은 행동은 화석으로 남을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드물게도 이런 행동을 추정할 수 있는 화석들이 남아 있는 공룡이 있습니다. 바로 오비랍토르과 (Oviraptoridae) 공룡의 화석들입니다.
오비랍토르 (Oviraptor) 는 본래 라틴어로 알 도둑을 의미하는 단어였습니다. 이 명칭은 본래 첫번째 오비랍토르 표본이 프로토케라톱스 (Protoceratops) 의 알로 생각되는 알 화석 근처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에 붙인 이름인데 사실은 잘못된 명칭이었죠. 1990 년대에 이르러 오비랍토르 어미가 새끼의 알을 품었거나 혹은 애지 중지 보호한 화석들이 발견되었고 알도둑은 순식간에 자상한 엄마로 이미지가 바뀌게 됩니다.
(오비랍토르의 골격과 알 Oviraptorid skeleton and eggs in the Senckenberg Museum in Frankfurt am Main. Credit: EvaK via Wikimedia Commons, Creative Commons license)
(알을 보호하거나 혹은 품고 있는 오비랍토르과 공룡의 화석 Photograph of a nesting oviraptorid dinosaur Citipati osmolskae, specimen IGM 100/979 (nicknamed "Big Mamma"), at the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in New York. http://en.wikipedia.org/wiki/File:Citipati_IGM_100_979.jpg )
알을 품고 있는 듯한 오비랍토르과 공룡들의 화석은 이들도 가까운 근연 관계인 새와 마찬가지로 알을 품거나 보호하는 행동을 했다는 사실을 시사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알을 지키는 일은 암컷만의 일이었을까요 아니면 수컷도 같이 참가했을까요 ?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쉽지 않습니다. 화석만으로 암수를 100% 구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죠. 특히 오래전에 멸종된 생물인 경우 암수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기 힘들기 때문에 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의 조상에 해당하는 공룡들이 깃털만 가진 게 아니라 새처럼 암수 교대로 알을 품었다는 아이디어는 꽤 그럴 듯해 보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사실 고생물학자들도 갑론 을박을 벌이고 있는데 2008 년에 Science 에 실린 한 연구에서는 작은 수각류들 (오비랍토르를 포함) 이 수컷도 알 품기에 참여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오비랍토르의 알과 현생 조류를 비교해 보면 체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고 많은 알을 암컷 혼자서 다 품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즉 수컷도 육아에 참여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죠.
링컨 대학 (University of Lincoln's School of Life Sciences) 의 찰스 디밍 박사 (Dr Charles Deeming) 와 마르셀로 루타 박사 (Dr Marcello Ruta), 그리고 조지 메이슨 대학의 제프 비차드 박사 (Dr Geoff Birchard from George Mason University, Virginia) 는 기존의 연구 결과에 검증하기 위해서 천여종의 현생 조류에서 한번에 암컷이 낳는 알의 양 (Clutch mass) 와 새의 크기 그리고 수컷의 알품기 참여 정도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연구자들은 체격에 비해 알의 질량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수컷이 알품기에 참여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오비랍토르 수컷이 알을 돌봤는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다는 이야기지만 반대로 수컷이 알을 품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아닌 셈입니다. 아마 이 내용의 결론을 내려면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그 시절로 가보는 수 밖에 없어 보이지만 고생물학자들의 갑론을박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건데 알품기나 혹은 지키기는 시간이 워낙 오래 걸리고 한눈을 팔 수 없는 일이라 암수 교대하는 게 가장 안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아빠가 육아에 신경 안쓰면 진짜 알도둑들이 알을 다 훔쳐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죠.
참고
Journal Reference:
- G. F. Birchard, M. Ruta, D. C. Deeming. Evolution of parental incubation behaviour in dinosaurs cannot be inferred from clutch mass in birds. Biology Letters, 2013; 9 (4): 20130036 DOI: 10.1098/rsbl.2013.0036
- Varricchio DJ, Moore JR, Erickson GM, Norell MA, Jackson FD, Borkowski JJ. 2008 Avian paternal care had dinosaur origin. Science 322, 1826–1828. (doi:10.1126/science.1163245)
공룡 아빠도 육아에 참여했을까 ? ???ㅋㅋ재미있는 글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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