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한단계 진전을 보인 인공 핵융합




 오래전 소개드린 바 있는 미국의 핵융합 및 고에너지 연구 시설인 국립 점화 시설 (NIF : National Ignition Facility  이전 포스트 http://blog.naver.com/jjy0501/100089024930  및  http://blog.naver.com/jjy0501/100162569906 참조) 이 인공 핵융합을 위해 연료에 투입한 것 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얻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인공 핵융합 에너지를 얻기 위한 기본적인 단계 중 하나를 통과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NIF 는 오랜 세월 42 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된 레이저 핵융합 연구 시설로 상세한 내용은 이전 포스트를 통해서 설명드린바 있습니다. 기본적인 원리는 간단합니다. 192 개의 매우 강력한 레이저 빔을 증폭시킨 후 이를 2 mm 정도에 불과한 한점에 집중시켜 고온 고압 상태를 만들어 핵융합 반응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 레이저 시스템의 출력은 무려 500 테라와트 (TW : 1 조 와트) 에 달합니다. 




(NIF 의 작동 원리  )


(레이저의 타겟이 되는 연료 펠릿  Cryogenic target positioner with target. Credit: Dr. Eddie Dewald (LLNL and member of high-foot team) )     


(위의 사진의 측면에서 본 단면도 Hohlraum geometry with a capsule inside through the cut-away of the hohlraum wall. Credit: Dr. Eddie Dewald (LLNL and member of high-foot team) ) 


(실제 연료 펠릿의 크기는 2 mm 지름으로 중수소 - 삼중수소 가스 혹은 얼음의 형태임  Image of an inertial confinement fusion fuel microcapsule. They are 2-millimeter-diameter capsules that contain a central reservoir of deuterium-tritium (D-T) gas, a frozen D-T solid-fuel layer, and an outer ablator layer. Credit : 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


(NIF 의 두개의 레이저베이 가운데 하나. 이런 시설 두개에서 나오는 고출력 레이저가 위의 있는 작은 연료를 향해서 발사되는 것임 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 Lawrence Livermore National Security, LLC, and the Department of Energy ) 


 그런데 사실 이 결과는 이제 곧 청청하고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핵융합 에너지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이야기와는 좀 거리가 먼 이야기입니다. 이 연구에서 사용된 연료는 핵융합을 일으키기 가장 쉬운 원소인 중수소 - 삼중수소 연료 (DT fuel) 인데 18 K 정도의 아주 낮은 온도에서 작은 구슬 모양의 얼음을 이루고 있습니다. LLNL 의 과학자들은 여기에 강력한 에너지를 집중시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실 그 에너지의 양은 투입된 에너지의 양에 비하면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적었습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DT fuel 에서 핵융합 반응시 나오는 알파 입자 (즉 핵융합 반응의 산물인 헬륨 원자핵) 가 밖으로 빠져나오는 대신 연료 펠릿 내부의 온도를 높이는데 사용되도록 유도한 결과 (이 과정은 α-particle self-heating 라고 부름) 마침내 DT fuel 이 흡수한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핵융합을 통해 만들어 내도록 하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NIF 가 사용한 에너지 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뿜어낸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이전 포스트에서 설명했듯이 NIF 에 투입된 에너지의 일부만이 레이저로 바뀌며 다시 레이저의 에너지의 일부만이 연료 펠릿을 뜨겁게 달구는데 사용되기 때문이죠. 사실 NIF 레이저의 출력은 1.8 MJ 인데 핵융합 반응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작년에 있던 실험에서도 14 kJ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낮은 편입니다. 


 다만 같은 에너지를 투입해서 더 강력한 핵융합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돌파구가 열린 셈이기 때문에 매우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핵융합 발전의 가능성은 결국 적은 에너지로 큰 핵융합 반응을 유도하는데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료 펠릿 내부에서 알파 입자에 의해 스스로 온도가 올라가 자체적으로 큰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LLNL 의 과학자들은 최근 점점 α-particle self-heating 올리는 성과를 거두고 있어 미래에는 더 큰 규모의 핵융합 반응을 컨트롤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당장에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가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믿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한걸음 더 진보한 것은 사실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O. A. Hurricane, D. A. Callahan, D. T. Casey, P. M. Celliers, C. Cerjan, E. L. Dewald, T. R. Dittrich, T. Döppner, D. E. Hinkel, L. F. Berzak Hopkins, J. L. Kline, S. Le Pape, T. Ma, A. G. MacPhee, J. L. Milovich, A. Pak, H.-S. Park, P. K. Patel, B. A. Remington, J. D. Salmonson, P. T. Springer, R. Tommasini. Fuel gain exceeding unity in an inertially confined fusion implosion. Nature, 2014; DOI:10.1038/nature13008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