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포스트에서 언급했듯이 2013 년의 세수 부족액은 초기 우려보다는 그래도 적은 8 조원대 규모로 추정되었습니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203106259 참조) 기획재정부가 2013년 세입ㆍ세출 실적을 마감한 결과 실제 규모는 세수가 덜 걷힌 규모는 8.5 조원이라고 합니다.
기획 재정부에 의하면 2013 년의 총세입은 292조8727억원, 총세출은 286조4051억원, 결산 잉여금은 6조4676억원 (흑자) 로 이렇게 보면 마치 흑자 재정인 것 같지만 실제 내역은 좀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2014 년으로 넘겨줘야 하는 이월액 규모가 7조2230억원 이라 최종적으로는 7554억원 적자 인데 세계 잉여금 (결산상 잉여금 (올해 쓰고 남은돈) 에서 이월액 (내년에 쓰기 위해서 넘겨야 하는 돈) 을 뺀 금액) 적자는 작년에 이어 연속 2 년째 입니다.
(2013 년 세입, 세출 실적 요약. 단위 : 억원 출처 : 기획 재정부 )
참고로 2012 년은 세계 잉여금이 1484 억원 적자 였으며 이전에 세계 잉여금 적자는 외환 위기인 1998 년에 발생한 적이 있었습니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179564249 참조) 한국 경제는 높은 성장 국면에 있다보니 세금이 대개 목표보다 잘 걷히는 편이라서 국채를 별로 발행하지 않고도 세계 잉여금 (즉 남는 세금) 이 항상 있어왔는데 작년에는 국채를 많이 발행하고도 세계 잉여금 적자가 발생했으니 그다지 좋은 뉴스는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그나마 세금이 덜 걷힌 점을 생각하면 생각보다 세계 잉여금이 적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는 올해 하반기 세수부족에 대응하기 위해서 예산 불용액 (집행하지 않는 예산)을 대폭 늘렸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돈이 없어 본래 사용하기로 한 사업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2013 년 예산 불용액은 총 18.1 조원이라는 상당히 큰 규모로 일반회계에서 10조5000억원, 특별회계에서 7조6000억원이 발생했으며 이 중 전출금 등 회계·계정간 거래를 제외한 전체 순불용규모만 따져도 14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합니다. 예산 불용액 규모는 역시 세수 부족에 시달린 2012 년과 비교해서도 매우 큰 규모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3 년 이월액/예산 불용액. 단위 : 억원. 출처 : 기획 재정부)
이렇게 많은 예산 불용액을 가지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건 당연한데 처음부터 필요하지도 않은 예산을 편성했다는 비난과 비상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사업 축소였다는 항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무튼 작년에 대규모 추경을 편성하고 나서도 예산 불용액을 크게 늘려 수입과 지출을 맞췄다는 것은 그만큼 세수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국세청이 2014 년 국세청 소관 세수 실적을 무려 전년 대비 7.7% 증가한 204.9 조원으로 잡아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2013 년 실적이 190.2 조원 대비 거의 15 조원 (14.7 조원) 이 늘어난 수치이기 때문입니다. 항목별로 보면 소득세가 6조5천625억원(13.7%) 증가한 54조3천821억원, 법인세는 2조1천633억원(4.9%) 증가한 46조181억원, 부가가치세는 2조4천920억원(4.5%) 증가한 58조4천545억원 으로 특히 소득세를 대거 더 거둔다는 계획입니다.
2014 년 소득세와 법인세는 사실 2013 년 귀속분이기 때문에 지금 갑자기 늘어가기는 어렵습니다. 작년 기업들의 실적이 대거 호전된 것은 아니라서 법인세 목표를 4.9% 로 잡은 것은 나름 납득할 수 있이만 소득세를 무려 13.7% 나 더 거둘 수 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긴 어려운 수치입니다. 국민 소득이 1 년 사이에 그렇게 크게 늘어날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소득세를 크게 더 거둘 수 있는 비결 (?) 은 매 정부 마다 강조해 왔으나 현 정부들어 특별히 강조하는 지하 경제 양성화에 있습니다. 국세청은 고소득 자영업자와 세금 탈루 가능성이 큰 업종 (대형 음식점이나 유흥업소 등) 을 집중적으로 감시해 노력 세수를 크게 늘린다는 방침입니다. 사실 지하 경제 양성화와 투명한 세금 추징은 굳이 정책 목표로 삼을 필요조차 없는 국세청의 기본 업무입니다. 다만 여기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진짜 이렇게 많은 세수를 1 년 만에 더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여기서 약간 데자뷰가 느껴진다면 2013 년 초로 시간을 되돌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2013 년 예산안을 처음 통과시킬 때 정부는 216조 4263 억원이라는 비 현실적 국세 수입을 예상했다가 이에 미달하자 추경안을 내놓으면서 예상을 210.4 조원으로 줄였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모자라게 되자 불용액을 늘리는 방법으로 재정 수지를 맞췄던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실제 거둔 국세는 201.9 조원 수준이었으며 이는 오히려 2012 년 대비 1.1 조원이 감소한 수준이었습니다. 초기 예상과 비교했을 때 사실상 거의 14.5 조원 정도 국세가 덜 걷혔던 것이죠.
(참고로 회계상 여러가지 항목을 더했다 빼는 과정에서 혼선이 있을 수 있는데 국세 수입에서 세외 수입 등의 항목이 더해져 일반 회계가 되고 일반 회계에서 여러가지 특수 회계 항목이 더해져 일반적으로 말하는 총 수입/지출, 국가 예산이 되는 것임. 액수가 각기 다른 것은 그 때문)
올해 세금이 잘 걷히면 다행이지만 불행히 세금이 잘 걷히지 않아서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기획재정부는 물론이고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실제 얼만큼 세금이 더 걷힐지는 100% 예측이 어렵지만 작년보다는 세금 거두기는 좀 더 수월해질 것이라는 예측은 가능합니다. 다만 과연 이런 과감한 예상에 부합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알겠죠. 올해도 작년처럼 처음에 무리하게 부풀렸다가 나중에 다시 조정하는 식으로 주먹 구구식 운영을 한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2008 - 2013 년 사이 세계 잉여금 및 통합 재정 수지. 단위 : 조원. 출처 : 기획 재정부)
한편 2013 년에는 세수 부족으로 인해서 2009 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적자 국채 발행이 있었습니다. 2013 년 총 적자 국채 발행 액수는 24.5 조원으로 2009 년의 35 조원보다 적습니다. 하지만 2009 년에는 글로벌 금융 위기라는 특수한 사정이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동등 비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기재부 말처럼 2013 년이 2009 년 보다 재정 수지가 양호하다는 건 별 의미없는 이야기라는 것이죠.
그 동안 복지예산과 공약 예산을 비롯해 점차 돈 쓸 곳은 많아지고 저성장으로 인해 세수는 그만큼 늘어나지 않으면서 적자 국채 발행 규모가 과거보다 더 커진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2014 년 역시 비슷한 규모의 적자 재정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2014 년 순수 국가 부채 규모는 515 조원 수준으로 2013 년 추정 480 조원 대비 35 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구 노령화와 저출산/저성장 기조 지속으로 인한 세수 감소/세출 증가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정 관리를 건전하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려면 장미빛 전망부터 그만하는 게 맞지 않나 싶은데 과연 2014 년에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물론 경기가 좋아져서 세금도 저절로 잘 걷히고 지하 경제 규모도 줄어들면 (지금까지 세금 탈루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에게 좋은 일이지만 뜻대로만 안되는 게 세상이니까요.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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