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역사상 가장 빠르게 바다로 이동하는 야콥샤븐 빙하



 그린란드는 남극을 제외하고 가장 큰 육지 얼음을 가진 섬입니다. 그 빙하의 양은 남극보다 적지만 그럼에도 지구 해수면을 현재보다 6 미터 이상 높일 수 있을 만큼의 빙하가 그린란드에 존재하고 그 녹는 속도가 남극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빙하학자 및 기상학자들은 그린란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린란드 남서쪽의 일룰리사트 얼음 피오르 (ilulissat icefjord) 에는 그린란드에서 바다로 흘러드는 얼음양의 10% 를 차지하는 빙하인 야콥샤븐 빙하 (Jakobshavn Glacier, 야콥샤븐은 덴마크어이고 일룰리사트는 그린란드어 표기. 다만 이 빙하는 그린란드어로 세르메크 쿠얄레크 Sermeq Kujalleq 빙하라고 불림) 가 있습니다. 이 빙하는 지난 250 년간 그 크기와 흐름등의 데이터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빙하 및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도 매우 상세하게 연구 중에 있죠. 이 빙하는 피오르에서 바로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빙하입니다. 


 참고 - 피오르 지형에 대한 설명 (네이버 캐스트)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116&contents_id=6697



 이 빙하가 유명한 것 가운데 하나는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입니다. 정상적으로 대륙 빙하는 오랜 세월 눈이 쌓여서 형성되게 되며 암반처럼 단단해 지지만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서서히 이동할 수 있는 곳에서는 흐르는 얼음 덩어리인 빙하를 형성하게 됩니다. 빙하는 궁극적으로 바다까지 흘러들어가 녹게 되는데 이는 빙하 위에 내리는 눈과 균형을 맞추면서 빙하의 질량 균형을 맞추게 됩니다. 단 기후가 안정적이라면 말이죠.  


 지난 마지막 빙하기 이후 지구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북미 대륙과 유럽 대륙에 대규모로 존재하던 대륙 빙하들이 대부분 녹아내려 해수면은 120 - 130 미터 정도 상승했습니다. 과학자들은 현재의 기온 상승 추세로 인해 나머지 빙하 - 그린란드와 남극에 있는 - 들이 모두 녹아내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야콥샤븐 빙하는 하루 20 m 수준으로 매우 빠르게 이동하는 빙하로써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1992 년 에서 2003 년 사이 이 빙하는 년간 5.7 ~ 12.6 km 사이의 속도로 바다로 흘러들어갔습니다. 이러면 속도가 느린 것 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수백억톤의 얼음 덩어리가 하루 수십 미터씩 이동한다면 이는 엄청난 속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야콥샤븐 빙하의 전체 면적은 11 만 ㎢ 로 남한 면적보다 더 크며 매년 여기서 떨어져 나가는 얼음의 양만 350 억톤 규모입니다. 야콥샤븐 부문에서는 얼음에 거대한 균열이 발생하며 (Calving front 라고 불림) 결국 전체 빙하에서 분리된 후 바다로 흘러들어가 개별적인 빙산으로 바다를 떠다니다가 모두 녹게 됩니다. (참고로 이 빙하는 1912 년 타이타닉 호를 침몰 시킨 빙산이 흘러나온 빙하로 널리 믿어지고 있습니다. 가능성은 있지만 사실 확실한 증거는 없죠.)  



(야콥샤븐 빙하의 Calving front 의 항공 사진. 왼쪽이 빙하이며 오른쪽은 바다에 빙산이 떠있는 상태. 빙하의 수면위 높이는 최대 180 미터에 달함.  Isfjord, Ilulissat, Diskobay, West Greenland. Edge of the Sermeq Kujalleq Glacier, one of largest Glacier Streams of the Greenland ice cap. Huge icebergs (up to 600 ft. high) and calv ice moving out of the Isfjord (Kangia) to the sea. In summer this movement is reaching a speed of 30 m. per day. July 1999, Position: 69° 11´ N, 50° 10´ W   Credit : Michael Haferkamp )




(참고 영상) 


 이 빙하가 특히 주목을 받은 이유는 점점 바다로 흘러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을 뿐 아니라 빙하가 내륙 쪽으로 점점 후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야콥샤븐 빙하는 1850 년에서 1964 년 동안 피오르 내륙으로 30 km 나 후퇴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50 년간 25 km 이상 후퇴했습니다. 특히 지난 2000 년 이후에는 피오르 내부에 있던 나머지 빙하 대부분이 떨어져 나가면서 사실상 Calving front 가 그보다 안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아래 위성 사진 참조)  



(지난 1851 년부터 2006 년 사이 야콥샤븐 빙하의 후퇴.  Retreating calving front of the Jacobshavn Isbrae glacier in Greenland from 1851 - 2006.  Credit : NASA )



(2001 - 2006 년 사이 후퇴) 



(나사 아이스 브릿지 미션)


야콥샤븐 빙하의 이동속도는 1997 년 이후에는 34 m/day 까지 가속되었으며 최근에는 그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두께 역시 (이 빙하의 최대 두께는 2000 m 에 달함) 2000 년 초에는 15 m/year 씩 얇아지고 있습니다. 빙하의 이동속도가 빨라진 이유는 빙하가 녹은 물이 윤활류처럼 작용해 빙하 아래 암반과의 마찰을 줄이는 즈왈리 효과 (Zwally effect) 와 더불어 몇가지 다른 이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독일 우주국 (German Space Agency (DLR)) 과 워싱턴 대학 (University of Washington) 연구자들은 독일의 TerraSAR-X 위성 데이터를 분석해서 2012 년과 2013 년 사이 야콥샤븐 빙하의 이동속도가 사상 최고 수준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2012 년 여름에 이 빙하는 하루 46 미터라는 기록적인 이동 속도를 보였고 (이는 연구팀에 의하면 빙하 이동속도로는 최고 기록이라고 함) 2013 년에 측정했을 때는 Calving front 가 전년도에 비해 내륙쪽으로 1 km 이동했습니다. 이제 빙하의 Calving front 는 속살을 파먹는 것 처럼 부채꼴 모양으로 안쪽으로 파고들고 있고 사방에서 빠른 속도로 빙하들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더 최근 사진은 여기에서  http://earthobservatory.nasa.gov/IOTD/view.php?id=76590 )


 이 이야기는 결국 빙하에서 바다로 들어가는 얼음의 양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실 단일 빙하로 해수면 상승에 가장 기여한 빙하가 바로 이 야콥샤븐 빙하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2000 년에서 2010 년 사이 이 빙하 단독으로만 해수면의 평균 높이를 1 mm 정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이 빙하의 이동속도가 2012 - 2013 년에 1990 년대 초와 비교해서 3 배에 가까울 만큼 빨라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와 같은 유래 없는 속도로 빙하가 흐르면서 빙하의 두께도 점점 얇아지고 있는데 이 것 역시 빙하를 더 빨리 흘러내리게 하는데 기여하는 것 같다고 하네요. 


 빙하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최근의 주요 빙하들이 불안정해 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워싱턴 대학과 독일 우주국의 합동 연구팀 역시 현재의 기후 변화 추세와 독립적으로 야콥샤븐 빙하가 불안정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빙하의 후퇴와 흐르는 속도의 빨라짐, 빙하의 얇아짐은 모두 그런 징후로 보입니다.





 이 연구 결과는 The Cryosphere 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I. Joughin, B. E. Smith, D. E. Shean, D. Floricioiu. Brief Communication: Further summer speedup of Jakobshavn Isbr. The Cryosphere, 2014; 8 (1): 209 DOI: 10.5194/tc-8-209-2014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