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대학 와이즈 생체 모방 공학 연구소 (Wyss Institute for Biologically Inspired Engineering at Harvard University) 와 하버드 공학 및 응용 과학부 (Harvard School of Engineering and Applied Sciences (SEAS))의 연구자들이 마치 잉크젯 프린터 처럼 서로다른 세포를 인쇄해서 3D 형태의 조직을 만드는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이는 조직 공학 (Tissue Engineering - 생체의 조직을 인위적으로 만든 대용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기술) 을 한단계 더 진보시키는 성과로 기대됩니다.
인체의 조직은 매우 여러가지 세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단순한 근육 조직이라고 해도 그 안에는 실상 근육세포와는 전혀 다른 세포인 혈관 세포나 신경 세포들이 분포하고 있으며 이들은 근육 조직의 생존을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조직 구석구석까지 피를 공급하는 작은 혈관 없이는 어떤 조직도 살아남을 수 없죠.
단순히 배양액 안에서 근육 세포나 혈관 내피 세포를 증식한 것 만으로 조직이 되지 않는 것은 벽돌과 철골을 한장소에 쌓아둔다고 해서 건물이 되지 않는 것 만큼 명확합니다. 조직을 이루는 여러 세포들은 여러 자재로 이뤄진 건축물 처럼 적재 적소에 잘 들어가야 제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제대로된 혈관 없이는 아무리 잘 배양된 세포덩어리도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 서로 다른 세포들을 배양해서 인공적으로 조직을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이를 위해 여러가지 방법들이 제시되었는데 그 중에서 바이오프린팅 (Bioprinting) 이라고 불리는 세포 3D 프린팅 기술은 이와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조직 공학을 한단계 진전시킬 방식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제니퍼 루이스 교수 ( Jennifer Lewis, Ph.D. Core Faculty Member of the Wyss Institute for Biologically Inspired Engineering at Harvard University/Hansjorg Wyss Professor of Biologically Inspired Engineering at Harvard SEAS) 와 연구의 주저자인 대학원생 데이비드 콜스키 (David Kolesky) 는 마치 잉크젯 프린터 처럼 다양한 인체 세포와 세포외 기질 (ECM : extracelluar matrix - 세포를 벽돌이라고 보면 세포외 기질은 세포 사이를 메꾸는 시멘트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살아있는 세포를 둘러싸는 만큼 더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가지고 있음) 을 분사해서 혈관을 포함한 3D 생체 조직을 만드는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말로는 간단하지만 사실 놀라운 혁신이죠.
(다양한 세포와 세포외 기질을 분사하는 3D 바이오 프린팅 A new 3-D printing method developed by Wyss Core Faculty member Jennifer Lewis and her team uses multiple print heads and customized "inks" to create complex living tissue constructs, complete with tiny blood vessels. Credit: Wyss Institute and Harvard School of Engineering and Applied Sciences )
(바이오 잉크를 분사하는 바이오 프린팅. 간단한 조직과 혈관 구조를 출력하는 과정. Building with bio-inks. Using their custom-built printer, the fugitive ink for the vasculature, and other biological inks containing extracellular matrix and human cells, the researchers printed a 3D tissue construct. )
(출력된 조직에 혈관을 만드는 과정 Building in blood vessels. Then they addressed a big challenge in tissue engineering: embedding 3D vascular networks. They developed a "fugitive" ink that can easily be printed, then suctioned off to create open microchannels that can then be populated with blood-vessel-lining cells to allow blood to flow. )
(다양한 패턴을 바이오 프린팅 하는 과정 Building intricate structures. The team first designed a custom printer that can precisely co-print multiple materials in 3D to create intricate heterogeneous patterns.)
사실 세포만 가지고는 조직이 형성되지 않습니다. 세포와 세포 사이의 공간을 채우는 세포외 기질도 중요하죠. 세포외 기질은 벽돌과 벽돌 사이의 시멘트 이상의 역할을 하는 필수적인 물질로 이것 없이 세포만 인쇄한다면 제대로된 조직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하버드 연구팀이 만든 3D 프린터는 컬러 잉크젯 프린터처럼 몇가지 바이오 잉크 (Bio ink) 로 구성되어 있는데 세포외 기질만 들어 있는 잉크 한종류와 세포외 기질 + 세포가 들어 있는 잉크 한종류 두 종류가 세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조직에 혈관의 뼈대를 만들 수 있는 독특한 기능을 가진 세번째 바이오 잉크가 존재합니다.
마지막으로 혈관을 구성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혈관 내피 세포 (endothelial cell) 는 수작업으로 혈관 내에 주입하게 됩니다. (2 번째 영상) 이 과정까지 3D 프린팅으로 모두 할 수 있으면 아주 복잡한 조직도 3D 프린팅이 가능한 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
현재 기술로 거부 반응이 없고 안전한 대체 조직을 3D 프린팅 해서 바로 환자에 이식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런 방식으로 프린팅한 조직을 이용해서 여러가지 약물 테스트를 하거나 기타 연구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실제 임상에서의 적용보다 먼저가 될 것 같습니다. 이런 방식을 사용하면 불필요하게 실험동물을 희생시키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실제 인체 조직과 유사한 환경에서 실험을 할 수 있으므로 더 정확한 결과를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언젠가 미래에는 환자 자신의 세포를 배양한 후 이를 3D 프린팅해 이식하는 날도 올 수 있겠지만 아마도 그 때까지 여러가지 기술적 문제를 극복하고 무엇보다 실제 환자에게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요즘 여기 저기서 바이오 프린팅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는데 실제 임상에서 적용되는 것은 언제쯤이 될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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