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년간은 소니에게 매우 힘든 시절이었습니다. 팔수 있는 것은 팔아버리고 많은 직원들을 해고하므로써 2012 년에는 적자에서 탈출하는 듯 했지만 이것은 잠시 뿐이었고 2013 년 내내 주요 사업부분들이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TV 부분에서는 고급형 시장에서 삼성, LG 에 그다지 경쟁을 못하는 상황에서 반대로 점차 영역을 확대해가는 중국계 업체들의 약진에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었습니다. PC 부분은 모든 업체들이 다 어려움을 겪는지라 소니도 예외일 수 없었습니다. 소니의 워크맨은 한 때의 영광을 뒤로 한채 다른 휴대용 음악 기기들이 스마트폰에 대부분 삼켜진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3위를 노리면서 집중한 스마트폰 부분은 현재도 3 위와는 거리가 멀어도 이이전보다 판매량이 늘긴했습니다. 하지만 1,2 위 업체인 삼성과 애플이 수익을 다 가져가는 덕분에 소니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나마 MS 의 협력 (?) 으로 좋은 평판을 얻은 차세대 게임기 PS4 의 판매는 호조를 보이고 있어 소니에게 희망을 안기고 있습니다.
최근 공개한 2013 년 3 분기 (소니의 회계 년도상 2013 년 10 - 12 월에 해당함) 실적에서 소니는 2조 4128 억엔 (혹은 229 억 7900 만 달러) 의 매출과 903 억엔 (혹은 8억 6000 만 달러) 의 영업 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사실 나쁜 실적은 아닙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9%, 영업이익은 94.6% 증가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소니는 분기 실적 발표에서 동시에 2013 년 회계 년도 전체에서 손실이 1100 억엔 (약 1.2 조원) 정도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필자의 바이오 노트북. 사실 소니 PC 는 유일하게 처음 산 것이었는데 이제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이네요)
소니는 1996 년 PC 사업에 처음 뛰어들었는데 주로 프리미엄 라인업에 포진한 바이오 제품군을 바탕으로 한때 한해 740 만대를 판매한 적도 있었습니다. 소니는 노트북에서 나름 재미있는 컨셉의 제품을 많이 들고 나왔고 아주 얇고 가벼운 노트북을 개발하는데도 소질이 있었지만 가격을 낮추는 재주는 없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PC 의 성능이 점차로 상향 평준화 되면서 반대로 가격은 내려갔는데 경쟁력 없는 가격 때문에 바이오 제품군은 점유율을 높이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 와중에 모바일 돌풍과 PC 시장의 침체는 주요 PC 제조업체들에게 큰 재앙으로 다가왔죠.
소니의 PC 사업부는 9 년 연속으로 적자를 냈기 때문에 PC 사업 부분 매각 소식은 충격이긴 해도 사실 생각해 보면 놀랄 부분은 없어 보입니다. 소니가 흑자로 반전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업부를 다 안고 갈 수는 없고 결국 어딘가를 포기해야 하는데 그러면 가장 가능성 높은 부분은 PC 이기 때문입니다. 바이오는 소니의 중요한 브랜드이긴 하지만 이제는 보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소니는 2013 년 3 분기 실적 발표에서 PC 사업부를 Japan Industrial Partners (JIP) 에 매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매각 금액은 대략 400 - 500 억엔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아직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소니는 작년 한해 동안 약 580 만대 정도의 PC 를 판매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대략 세계 PC 시장 점유율의 1.9% 수준이라고 하네요. 이전에도 2% 대 점유율이었는데 그것 마저도 내려앉은 상황입니다.
PC 산업은 점차 레드 오션화 되면서 이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대형 업체가 아니라면 아예 저가에 파는 업체, 혹은 스스로 조립하는 데스크탑 PC 등만이 살아남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소니의 결단은 어쩔 수 없는 시대의 변화에 순응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한편 역시 적자인 TV 사업부는 분사한 후 별도의 자회사가 된다고 합니다. TV 사업부의 운명이 어찌 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UHD TV 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회생의 가능성도 남아있기는 합니다. 다만 이 쪽도 경쟁이 매우 심해서 어찌 될지는 두고봐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향후 소니는 모바일 및 게임 시장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수익은 내지 못하지만 아무튼 소니 스마트폰과 타블렛은 더 팔리기는 하고 있고 PS4 의 전망은 현재로써는 밝아 보입니다. (PS4 는 첫 6 주간 420 만대의 기기와 970 만개의 타이틀을 팔아 아주 순조로운 출발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니의 부활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비록 최근에 신용등급이 하락하기는 했지만 말이죠.
소니는 또 다시 5000 명 (일본내 1500 명과 해외 3500 명) 의 인원 감축을 단행할 예정이라 소니의 고난의 행군은 2014 년에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소니가 다시 도약할 수 있을진 두고봐야 알겠지만 아무튼 경쟁이 치열한 기업 세계, 특히 변화가 빠른 IT 에서는 절대 강자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사례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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