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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이야기 219 - 초신성 폭발의 순간을 다시 재구성하다

 

 이전에 소개드린 NuSTAR (Nuclear Spectroscopic Telescope Array. http://jjy0501.blogspot.kr/2012/07/95-x-nustar.html 참조) 는 비교적 낮은 에너지의 X 선을 관측하는 찬드라 X 선 망원경과 짝을 이루는 고에너지 X 선 망원경으로 X 선 천문학 발달에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X 선은 적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등에 비해서 매우 높은 온도의 물질에서 방출되므로 블랙홀의 제트 같은 격렬한 현상에 대해서 귀중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NuSTAR 가 가진 또 다른 신기한 재주는 현재 있는 우주 망원경 중에 유일하게 초신성의 잔해에서 고에너지 방사선을 내놓는 방사선 동위 원소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는 (Mapping) 것입니다. 격렬한 초신성 폭발의 순간에는 무거운 중원소들이 대거 생성되는데, 이 때 같이 형성된 다양한 방사성 동위 원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방사성 붕괴를 일으켜 초신성의 잔해에서 더 안정한 원소로 변하게 됩니다.


 NuSTAR 는 카시오페아 A (Cassiopeia A / Cas A) 라는 초신성의 잔해를 관측했습니다. 카시오페아 A 는 가장 강력한 전파를 발생시키는 초신성 잔해로 대략 300 년 전 (1680 년 폭발한 초신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고 있음) 폭발한 거성의 잔해입니다. 현재 팽창중인 expansion shell 의 온도는 지금도 30 megakelvin (즉 3000 만 K) 에 달하며 팽창속도는 4000 - 6000 km/s 에 달합니다. 지구에서 약 11000 광년 떨어진 이 초신성 잔해의 지름은 약 10 광년에 달합니다. 



(초신성 Cas A 의 잔해에서 구한 방사성 동위원소 맵. NuSTAR 가 구한 고에너지 방사선 동위 원소 맵은 푸른색, 찬드라 X 선 위성이 구한 저에너지 비 동위원소 맵은 붉은색, 노란색, 녹색으로 표시.    Untangling the Remains of Cassiopeia : A The mystery of how Cassiopeia A exploded is unraveling thanks to new data from NASA's Nuclear Spectroscopic Telescope Array, or NuSTAR. In this image, NuSTAR data, which show high-energy X-rays from radioactive material, are colored blue. Lower-energy X-rays from non-radioactive material, imaged previously with NASA's Chandra X-ray Observatory, are shown in red, yellow and green. Image credit: NASA/JPL-Caltech/CXC/SAO )



(참고로 보는 카시오페아 A 의 허블/스피처/찬드라 X 선 망원경 합성 사진 A false color image off Cassiopeia using observations from both the Hubble and Spitzer telescopes as well as the Chandra X-ray Observatory (cropped). Red is infrared data from the Spitzer Space Telescope, orange is visible data from the Hubble Space Telescope, and blue and green are data from the Chandra X-ray Observatory.  Credit : NASA/JPL-Caltech )  


 제일 위의 지도에서 푸른색으로 표시된 NuSTAR 관측 결과는 티타늄 동위원소인 티타늄 - 44 의 맵으로 이 원소는 붕괴되면서 NuSTAR 가 관측할 수 있는 68 - 78 KeV 사이의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나사의 과학자들은 초신성의 폭발에서 대량으로 생성된 티타늄 - 44 의 분포를 통해 역으로 초신성이 폭발할 당시의 과거를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 원소는 초신성의 중심에서 생성되기 때문이죠. 초신성의 폭발 초기에서 내부에서 붕괴가 발생하고 이후 거대한 버블들이 발생하면서 여러개의 거품처럼 폭발하는 과정이 다시 재구성되었습니다. (아래 영상) 



(NuSTAR is showing that exploding stars slosh around before blasting apart.This 3-D computer simulation demonstrates how the supernova explosion might look.)  


 이 연구에 참여한 칼텍 (Caltech) 의 피오나 해리슨 (Fiona Harrison/ principal investigator of NuSTAR at the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Caltech)) 은 초신성 폭발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처럼 둥근 공이 폭발하는 과정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보다는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형태의 잔해를 남기게 됩니다. 


 과학자들은 NuSTAR 의 데이터를 토대로 이제 이 과정을 다시 재구성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붕괴 -> 폭발 -> 충격파 .... 등의 과정이 일어나는지 알아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물론 이를 통해서 초신성 폭발을 통해 생성되는 무거운 원소들이 어떻게 생성되는 지에 대한 지식도 같이 얻을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NuSTAR 의 데이터가 폭발 잔해의 분포를 재구성해서 폭발 당시의 상황을 역으로 알아내기 때문에 일종의 천문학적 법의학 도구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하네요. 


 초신성의 폭발 중심은 현재 우리들의 생활에서는 없어서는 안되는 무거운 원소들이 생성되는 중요한 공간입니다. 그러나 그 폭발의 순간을 정확히 포착해서 내부를 들여다보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이런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죠. 이 연구는 Nature 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B. W. Grefenstette, F. A. Harrison, S. E. Boggs, S. P. Reynolds, C. L. Fryer, K. K. Madsen, D. R. Wik, A. Zoglauer, C. I. Ellinger, D. M. Alexander, H. An, D. Barret, F. E. Christensen, W. W. Craig, K. Forster, P. Giommi, C. J. Hailey, A. Hornstrup, V. M. Kaspi, T. Kitaguchi, J. E. Koglin, P. H. Mao, H. Miyasaka, K. Mori, M. Perri, M. J. Pivovaroff, S. Puccetti, V. Rana, D. Stern, N. J. Westergaard, W. W. Zhang.Asymmetries in core-collapse supernovae from maps of radioactive 44Ti in Cassiopeia A. Nature, 2014; 506 (7488): 339 DOI: 10.1038/nature12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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