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스펙시트 ? 스페인 위기 확산




 2012 년 5월 부터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부각되면서 서서히 진원지로 평가받는 그리스 외에 스페인이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미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상황을 그렉시트 (Grexit : Greece + exit) 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상황에서 최근에는 스페인의 유로존 탈퇴를 의미하는 스펙시트 (Spexit : Spain  + exit) 라는 신조어가 탄생했습니다 스페인의 유로존 탈퇴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넘어서는 경제 이슈로 최근 이전보다 더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현재 스페인이 처한 상황은 사실 그리스와는 많이 다릅니다.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은 그리스는 비대한 공공 부분 부실과 재정 적자가 위기의 근원이 된 반면 스페인은 민간 부분 부실이 정부 쪽으로 옮겨간 경우라는 점입니다. 


 앞서 그리스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했듯이 그리스는 아주 왜소한 민간 경제가 거대한 공공 부분을 떠받치는 기형적인 구조였고 매년 막대한 재정 적자가 심각한 원인으로 본래 유로존 기준인 GDP 대비 -3 % 를 달성한 건 유로존에 가입했을 때 한번 뿐이고 지난 수십년간 계속 큰 빚을 져가면서 국가를 운영해 왔습니다. 여기엔 물론 그리스 정부의 지출이 많아서뿐만 아니라 그리스 국민들이 세금을 안내기 위해 노력 (즉 탈세) 했던 것도 원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스페인은 유로존 국가 가운데서 상당히 건전한 재정을 유지한 국가 였습니다. 국내에서는 아마 일부 언론들의 잘못된 보도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최소한 스페인은 복지 포퓰리즘 때문에 재정 위기가 왔다고 말하긴 매우 어려운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2008 년 이전까지 스페인은 유로존은 물론 OECD 국가 가운데서도 꽤 건전 재정을 유지하던 국가였기 때문입니다. 즉 적자가 나는데도 선심성 예산을 대폭 편성해가면서 유지한 적은 없다는 것이죠. 심지어 지금까지도 스페인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보다 GDP 대 정부 부채 비율이 낮습니다. 



 (2009 년, 주요 선진국의 부채 비율. 스페인의 정부 부채 비율은 다른 선진국 대비 낮은 편으로 사실 2008 년 전에는 IMF 및 EU 의 권고치인 GDP 대비 60% 보다 훨신 낮은 수준으로 유지한 국가였음. 대신 민간 부분 부채가 크다는 점에 주목.  Source: Boston Consulting Group: http://www.bcg.at/documents/file87307.pdf (23 September 2011)  저자  Spitzl  )  


 스페인이 2008 년 이후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은 것은 주로는 자산 거품, 특히 부동산 거품과 관련이 깊습니다. 1997 년에서 2007 년 사이 스페인의 부동산 자산 가치는 몇배로 상승했고 유로존 가입이후 금리가 대폭 낮아지면서 최대한 빚을 끌어다 상승하는 부동산 - 주택이든 건물이든 - 을 구매하려던 열기가 온 나라를 휩쓸었습니다. 


 사실 이런 부동산 광풍은 우리에게도 그다지 낯설지는 않은데 우리 역시 2007 년 이전까지 인간의 광기까지 엿보이게 만드는 부동산 신화가 존재했기 때문이죠. 다만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2000년에서 2007 년 사이 세계적으로 풍부하게 공급된 유동성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은 일본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에서 강한 상승세를 보이며 인간의 탐욕을 자극했습니다. 


 하지만 미친 아파트 가격이란 소리가 나왔던 한국마저도 제대로 미친게 분명해 보이는 스페인 부동산 광풍에 비해서는 양반이었습니다. 일단 스페인의 부동산 열기가 제정신이 아니었던 이유는 분명합니다. 스페인은 본래 주택 보급율이나 자가 주택 소유 가구가 매우 높아 전체 가구의 80% 가 자기 집이 있었던 국가였습니다. 따라서 신규 주택에 대한 수요가 자기 집이 없는 사람이 많은 한국보다 더 낮아야 정상입니다. 


 그러나 그냥 사두기만 하면 은행 이자보다 몇배는 빨리 집값이 상승하다 보니 모두가 너도 나도 빚을 빌려 부동산을 사려했고 안사면 나만 손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었습니다. 특히 스페인이 유로존에 가입한 이후 낮아진 금리 덕분에 부동산 가격 상승율과 금리의 차이는 더욱 커졌고 그럴 수록 더 많은 빚을 빌려 부동산을 구입하는게 이익이었습니다. 여기에 유로존 가입 후 독일 등 해외에서까지 가치가 오르는 스페인 부동산을 구입하려 하다보니 같은 시기의 한국보다 더한 부동산 광풍이 스페인을 강타했었습니다. 이와 같은 자산 가치 거품을 유로 버블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는데 유로화 가입이 이를 심화시킨 중요한 원인이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유로화 가입 후 스페인의 수출 경쟁력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었습니다. 스페인은 2차 산업 비중이 그리스보다 훨씬 높고 수출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6% 정도로 그다지 작지 않은 국가입니다. 


 스페인이 과거 자국 화폐 (페세타 화) 를 지녔을 때는 유로화 보다 가치가 낮아 수출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수출 규모를 감안하면 독일 마르크화의 가치가 페세타 화 보다 높을 것이고 이 상황에서는 스페인이 환율 덕에 독일 제품에 대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로화 가입 (2002 년)  후 이와 같은 이점은 사라졌고 유로화 자체의 가치가 올라감에 따라 스페인 국민의 구매력은 높아졌지만 기업들은 적지 않은 부담을 지게 되었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유로화 가입 후 스페인의 자산 가치 거품이 심각하게 진행되면서 본래도 높았던 건설 부분이 새로운 건축 수요 덕에 엄청나게 비대해졌습니다. 2009 년 추산으로 건설 부분이 GDP 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10% 이며 이는 나머지 2차 산업 부분의 11.7% 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건축 붐이 중단되었을 때 스페인 경제에 미친 충격파는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스페인은 우리나라의 저축은행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훨씬 오래되고 견고한 지방 금융 기관인 카하스 (Cajas) 가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많은 스페인 국민들이 여기서 돈을 빌려 부동산을 구입했는데 유로화 가입후 금리가 매우 싸진데다 당시 유동성이 넘처 흘렀기 때문에 쉽게 돈을 빌릴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카하스들도 자금을 쉽게 조달에 대출을 해줬습니다. 


 그러다 2008 년 금융 위기로 급격한 신용 경색이 오고 돈을 빌리기 힘들어지자 스페인 경제는 급속도로 마비되기 시작합니다. 이는 한국과는 차이가 있었는데 일단 한국은 부동산 광풍이라고 표현된 상황에서도 DTI 규제등 이런 저런 규제가 엄격했고 무엇보다 금리가 그렇게 저렴하지 않았는데다 해외에서까지 한국 부동산을 구매하려 자금이 몰리진 않았기에 사실 스페인 처럼 심각한 부동산 거품이 생긴 건 아니었습니다. 여기에다 2008 년 위기 이후 다시 한국의 경우 환율이 조정되면서 기업들이 다시 가격 경쟁력을 찾을 수 있었지만 스페인은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2009 년 이후 스페인 경제는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카하스들은 심각한 부실 자산을 떠안게 되면서 생존 여부가 불투명해졌습니다. 특히 독일이나 프랑스 등 다른 유로존 국가에서 자금을 많이 조달했기에 이 문제는 곧 유로존 전체의 문제로 비화됩니다. 이 시기 이후로 스페인 정부는 세수가 급격히 줄고 지출은 갑자기 줄일 수 없었기에 이전에는 없던 막대한 재정 적자를 내면서 국가 부채는 빠른 증가 속도를 보입니다. 다만 아직도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보단 낮은 수준입니다.


 스페인 당국은 금융위기 후 급속히 부실회된 카하스들을 구조조정하고 통폐합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담보로 잡은 부동산 가치가 폭락하고 대출을 해준 개인이나 기업들이 돈을 갚기 힘들어지자 이들 은행들은 집단으로 부실해졌습니다. 지금 문제가 되는 스페인 4위 은행 방키아 (Bankia) 역시 이런 카하스들을 통폐합해서 만들어진 은행입니다. 


 거품이 클 수록 꺼질때의 충격 역시 큰법인데 거대한 버블을 만들었던 스페인 경제는 그 충격으로 인해 점차 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스페인의 내수 경제가 완전히 엉망진창이 된 상태에서 수출로 이 위기를 극복하는 한국 같은 선택이 불가능한 이유가 환율이 전혀 도와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스페인의 주요 수출국은 같은 EU 국가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포르투갈, 영국 등인데 영국만 빼고 다 같은 유로화를 사용하니 스페인 경제가 타격을 입어도 환율로 인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방안이 전혀 없었던 것입니다.


 이와는 대조적인 경우가 한국인데 조금만 경제 사정이 나빠지면 바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환율이 조정되어 수출 경쟁력 확보 -> 제조업 중심 경기 회복의 코스를 그리는 경험이 1997 년 외환 위기와 2008 년 금융위기 때 있어왔습니다. 하지만 스페인이나 그리스는 전혀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 입니다. 


 아무튼 스페인 경제가 계속 나락으로 떨어지고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스페인 은행들의 사정도 계속 악화되는 상황이 지속됩니다. 특히 아직도 부실 자산을 해결 못한 방키아는 최근 위기설이 나돌면서 190 억 유로의 추가 구제 금융이 집행될 예정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가 사실 방키아만이 문제가 아니기에 스페인이 과연 자국의 주요 은행들을 살려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증폭되는 것이며, 시중에서는 스페인 국채 금리가 급격히 상승 7% 대에 근접하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스페인의 경제규모가 커서 (1조 유로 수준) 스페인이 구제 금융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미 그리스등의 구제 금융으로 인해서 막대한 돈이 들어간 다음이라 스페인의 구제 금융이 진짜 필요해진다면 다시 한번 막대한 자금을 어디서인가 조달해야 하고 이는 다른 유로존 국가들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이 문제가 이탈리아까지 확산되면 문제가 더 심각해 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출처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