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32 - 태양계의 이웃을 찾아서 14



 25. HD 69830


 HD 69830. 무슨 별인지 전혀 감이 안잡히게 생긴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 별은 의외로 지구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별이 아니라 약 41광년 거리에 존재하는 오랜지색 왜성이다. 고물자리 (Puppis) 에 위치하는 이 항성은 겉보기 등급 5.95, 절대 등급 5.85 정도의 별로 지구에서는 사실 육안으로 간신히 보일 정도의 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오랜지색 왜성은 태양 질량의 86%, 태양 지름의 89%, 태양 밝기의 45% 정도인 별로 분광형은 K0V 이다. 표면 온도는 5385 ± 20 이며, 자전 주기는 21.5 일로 태양 보다 약간 작지만 실상 여러 모로 비슷한 정도의 별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는 정확지히 않지만 적어도 40억년에서 100억년 사이로 젊은 별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최근 연구에서는 약 70억년 정도라는 데이터가 나왔다)


 사실 이 흔해 보이는 오랜지색 왜성이 주목을 끈 것은 2005년 스피처 우주 망원경의 관측 결과 거대한 소행성대가 발견되었고, 이후 유럽 남방 천문대 (ESO) 의 관측 결과 발견된 3개의 행성이 있기 때문이다. 행성이 있는 별이야 요즘은 흔하다는 것이 알려져 있긴 하지만 이 별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거대 소행성대이다.


 일단은 이 HD 69830 의 행성들 먼저 이야기 해보자. 이 세개의 행성은 적어도 지구 질량의 10 - 18배 이상의 크기로 모두 천왕성과 해왕성과 비슷한 질량을 가진 행성이라고 생각된다.


 가장 안쪽을 도는 HD 69830 b 의 경우 거의 모항성 바로 옆이라고 할 수 있는 0.0785AU (약 1170만 km) 을 돌고 있다. 그래서 공전 주기도 8.7일 정도에 불과하다. 그 질량은 지구의 10배 이상으로 생각되는데,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 별이 가스 행성이 아니라 지구 같은 암석 행성이라고 추정된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정확하지 않은 추정이긴 하지만 만약 맞다면 슈퍼 지구라 불러야 할 별일 것이다. 여기에다 모성에 너무 가까이 있어 마치 목성 옆에 있는 이오처럼 조석 작용이 매우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과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이 만약 암석형 행성인 경우 HD 69830 b 가 받는 조석력은 이오의 20배에 달한다.


 그렇다면 사실 슈퍼 지구가 아니라 슈퍼 이오라 불러야 할 것이다. 그리고 화산 활동도 엄청날 가능성이 있다고 하겠다. 여기에 모성과의 위치를 감안 할 때 수성 보다 더 뜨거울 것임으로 거의 화염 지옥의 행성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물론 좀 더 자세한 관측이 뒤따라야 하겠지만 실제 탐사선을 파견한다면 거대한 장관을 포착할 지도 모른다.



(HD 69830 에 대한 컨셉 아트. 과연 작열하는 태양과 수많은 화산이 불을 뿜는 화염 지옥의 행성일까 ?  CCL 에 따라 동일 조건하 복사 허용, 저자 표시   저자 Ignacio González Tapia )




 한편 0.186AU 위치에서 돌고 있는 HD 69830 c 역시 HD 68930 b 와 비슷한 크기를 가진 행성으로 그 공전주기는 약 32일 정도이다. 대략 이들의 공전 궤도는 1:2 의 비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HD 69830 c 역시 암석 행성이 아닐까 하는 추정이 있다.



 발견된 마지막 행성인 HD 69830 d 는 0.63AU 의 공전 궤도를 가진 행성으로 공전 주기는 197일 이며, 대략 해왕성과 비슷한 질량인 지구 질량의 약 18배 질량을 가진 행성으로 생각된다. 이 행성은 모항성과의 위치상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정도) 의 궤도에 존재한다.


 그러나 이 별의 질량으로 보건데 아마 가스 행성일 가능성이 높아 이 행성 자체에는 생명체가 존재하기 어려우며, 대신 거대 위성이 있을 경우는 다소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 항성의 나이가 태양 보다 좀 더 길어 보이기 때문에 장소만 있다면 진화에 필요한 시간은 충분할 것이다.


 이제 이 항성의 거대 소행성대에 대해 말해보자. 대략 태양 지구 간의 거리인 1AU 정도에 거리에 몰려있다고 생각되는 이 거대 소행성대는 태양계와 비교해서 약 20배 정도의 질량을 자랑한다. 이 소행성대를 구성하는 천체들은 지구의 소행성대에서 볼 수 있는 P 형 소행성 (탄소 및 규소의 함량이 높은 천체) 나 D형 소행성 (탄소 규소 함량이 높아도 안쪽은 얼음으로 구성됨) 과 비슷한 천체로 크기가 30km 이하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무수히 많은 작은 얼음 천체들도 있는 것 같다. 참고로 이 소행성대와 행성 HD 69830 d 는 2:1 / 5:2 궤도 공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거대 소행성대는 어쩌면 행성이 생기려다 말았던가 아니면 서로 충돌해서 생겼을 수 있겠지만 재미있는 것은 그 크기와 거리의 차이로 인해 지구의 소행성대에 비해 무려 1000배나 밝게 빛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근 천체에서 보면 이 소행성대는 은하수 보다도 훨씬 밝게 빛난다.


(지구에서 본 소행성대는 은하수 보다 훨씬 어둡지만 HD 69830 에 있는 천체에서 보면 소행성대가 훨씬 밝게 보이면서 교차된다.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


 어쩌면 은하수가 2개 있는 셈인 것이다. 아마 인근의 HD 69830 d 에 있는 가상의 위성에서 밤하늘을 보면 매우 아름다울 지도 모르겠다. 낭만적으로 생각하면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대신 운석으로 인한 피해는 더 크지 않을까 ? 필자 생각으론 유성우는 더 흔하게 보겠지만 거대 운석 충돌도 더 흔할 것 같다. 뭐 필자가 살아 있는 동안 이 별에 가볼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우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놀랍다고 할 까? 아마 우주 관광이 가능하다면 이 HD 69830 은 재미 있는 볼거리가 꽤 있을 것 같다.





26. 카펠라 (Capella)



 카펠라는 마차부자리 알파별 (α Aurigae / α Aur / Alpha Aurigae / Alpha Aur) 로 마차부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이며 밤하늘에서 6번째로 밝은 별이다. 겉보기 등급 0.08 로 매우 잘보이기 때문에 친숙한 이 별은 역시 여러 문화권에서 많은 신화를 가지고 있는 별이다. 카펠라라는 어원은 영어로는 새끼 암염소를 의미하며 라틴어의 capra (암염소) 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마차부자리 전체로 보면 마차를 끄는 염소의 위치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별은 엄밀히 말하면 사성계로 아주 밝은 두개의 쌍성과 잘 보이지 않는 적색 왜성 2개가 그 주변을 돌고 있다. 또 이 별이 밝기 때문에 주변의 어두운 별들도 뭉쳐서 하나의 별처럼 보이는 현상이 일어난다. 카펠라는 42.2 광년 (12.9 파섹) 떨어진 별로 알파 센타우리와 밝기가 비슷하지만 거리는 10배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알파 센타우리와 비교해 70배는 밝은 별이다.


 일단 밝은 두개의 쌍성에 대해서 알아보자. 주성 카펠라 Aa (Capella Aa)는 태양 질량의 2.7배, 태양 지름의 12배, 태양 밝기에 78.5 배에 달하는 별이다. 분광형은 G8III 이고, 표면 온도는 4940 ± 50K , 자전 주기는 106일 이다. 동반성 카펠라 Ab (Capella Ab) 는 태양 질량의 2.56 배, 태양 지름의 9.2배, 태양 밝기의 77.6배에 달하는 별이다. 분광형은 G1III 이고 표면 온도는  5700 ± 100K , 자전 주기는 8.64일 이다.


 사실 두개의 별이 자전 주기만 빼고 거의 비슷한 별인 셈이다. 그리고 이 둘은 지구 태양 거리보다 가까운 1억 km 정도의 거리를 두고 질량 중심을 공전하는데, 워낙 밝은 별 2개가 가까이 있으니 눈이 아무리 좋아도 육안으로는 1개의 별로 보인다. (만약 2개로 보이면 안과에 가보길 추천한다) 공전 주기는 약 104일 이다.


 이 두개의 별의 나이는 약 5억 2천만년 정도 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질량을 감안하면 이제 주계열성 단계를 지나 적색 거성 단계로 거치는 중인 별들이다. 과거에는 시리우스나 베가, 포말하우트 등과 비슷한 상태였던 별이지만 곧 거대해진 다음 수명을 마칠 예정인 셈이다.


 한편 1914년에는 무려 1만 AU ( 1.5조 km) 거리에서 이 쌍성의 주위를 도는 적색 왜성으로 이루어진 쌍성계가 발견되었다. 이들은 각각 태양 질량의 53% 와 19% 인 적색 왜성으로 388년을 주기로 모성 주변을 공전한다. 명칭은 Capella H/L 혹은 Capella H a/b 로 불린다. 한마디로 쌍성계 주변을 쌍성들이 공전하는 셈이다.


(태양 (SOL)  과 카펠라의 4개 항성과의 크기 비교   이 파일은 저자에 의해 public domain 으로 공개됨)





출처 : Wiki/NASA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