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재정 위기에 빠진 캘리포니아 주



 캘리포니아주는 42 만 ㎢ 에 달하는 면적에 3700 만명 이상이 인구를 지녀 사실 왠만한 국가만한 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방제 국가인 미국에서는 주 재정도 왠만한 국가급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데 캘리포니아 주 같은 경우가 바로 그렇습니다. 그런데 2008 년 이후서 부터 캘리포니아 주는 심각한 재정 위기에 봉착하게 됩니다. 


 재정 위기의 주 원인은 본래 연 세수가 1000 억 달러 규모였던 것이 2008 년 금융 위기와 더불어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즉 2007 년에 1000 억 달러가 더 되던 주 정부 세입이 (이 정도만 보더라도 거의 국가 규모라는 의미가 이해가 될 것입니다. 참고로 한국의 경우 2007 년 전체 지방세 수입이 43조 5243 억원이었는데 캘리포니아 주 정부 세입이 그 몇배나 되는 셈) 2008 년에는 무려 850 억 달러 규모로 갑작스레 감소한 것입니다. 


 이는 캘리포니아 주가 2008 년 금융 위기에서 가장 직격타를 맞은 주 가운데 하나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이유가운데 하나는 미국 경제가 잘 나가던 호시절 실리콘 밸리 같은 미국의 주요 산업 지대를 끼고 있던 캘리포니아 주는 많은 수입을 믿고 방만하게 주 재정을 관리했고 그런 좋은 시절이 끝나면서 더 큰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것입니다. 


 실례로 지역 언론 (Contra Costa Times) 등의 보도에 의하면 13만 4천면의 만 지역 공공 부분 고용자가 연봉이 10 만 달러 이상이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미국의 소득 수준이 높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고소득 공무원이 많다는 것은 지출이 다소 지나치게 많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또 경기가 좋았을 때 이루어진 감세안들 및 인구 고령화와 의료비 상승으로 인한 복지성 지출의 자연 증가도 다른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아무튼 경제위기가 불거지면서 연방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거의 모든 주정부들이 급격히 세수가 감소했는데 캘리포니아 주가 본래 규모가 크고 재정이 더 방만했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더 큰 위기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 재정 위기는 그 양상에서 어찌보면 미국 연방 정부 재정위기의 축소판처럼 진행되었습니다. 즉 아놀드 슈워제네거 (Arnold Schwarzenegger)  전 주지사가 재정 적자를 감축하기 위한 2008 - 2009 예산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주의회의 민주당원들은 예산 삭감을 최소화 하려 들었고 공화당원들은 세금인상을 최소화 하려 들었던 것입니다. 이는 비슷한 시기부터 2012년까지 미 연방 정부와 미 상하원에서 일어났던 일과 흡사합니다. 


 그런데 세금도 못올리고 예산도 감축하지 못한다면 대체 어떻게 재정 적자를 감축할 수 있을까요. 더구나 지방채 발행도 상당히 한계에 이르고 연방 정부 역시 엄청난 부채로 허덕이는 상황에서 사실 캘리포니아 주가 할 수 있는 일도 꽤 한계가 있었습니다. 공무원들의 봉급을 줄이고 공휴일을 감축하는 조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결국 2009 년에는 유동성 위기까지 빠져 주 정부의 공무원의 급여 35억 달러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터미네이터로 더 유명한 전 주지사도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끝장내지는 못했지만 아무튼 2009 년에도 대규모 예산 삭감안을 마련하고 주 정부 공무원의 급여를 삭감했습니다. 궁극적으로 2009 년에는 2만명의 공무원을 줄이고 150 억 달러 예산 삭감 (81 억 달러의 교육 예산 포함), 그리고 부분적 세금인상을 하긴 했지만 심각한 재정위기는 가라앉을 줄을 모르면서 더 심각해졌습니다. 이 시기 캘리포니아 주정부 채권은 A- 등급에서 BBB 등급 (피치) 로 강등되었습니다. 


 2011 년에 미국 주정부의 총 부채는 무려 4조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여기에는 연금, 근로자 의료보험, 실업 보험대출에 대한 주정부 기여분, 미상환 지방채가 포함. 참고로 한국은 국가 부채에 연기금은 포함되지 않음) 그 중에서 부채가 큰 주는 캘리포니아, 뉴욕, 텍사스, 뉴저지, 일리노이 주 순이었는데 캘리포니아주는 무려 6120 억 달러로 부채도 국가 규모로 거대해 졌습니다.  


 2012 년 제리 브라운 (Jerry Brown) 주지사는 다시 주민들에게 세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나섰습니다. 여기에는 판매세 인상 및 고소득자에게 추가 세금을 물리는 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 주정부 공무원들을 1주일에 나흘 일하는 방식으로 인건비를 줄이고 빈곤층을 위한 의료보험 지원 및 노인 복지 예산을 삭감하는 것을 제안하고 주민투표에 부치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여러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기의 재정적자가 예상규모인 92 억 달러에서 다시 160 억 달러로 증가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부진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서도 경제적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은 주에 속하며 11% 가 넘는 실업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이는 세금이 잘 안 걷히는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브라운 주지사는 증세안이 주의회에서 통과되기 힘들다고 보고 오는 11월 이를 주민투표에 부치기로 한 상태입니다. 이미 이 안은 공화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으며 민주당마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상태입니다. 일부에서는 이런 증세안이 결국 기업과 부유층을 주 밖으로 내모는 행위가 될 것으로 우려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캘리포니아주는 교육 재정을 감축하고 (그래서 대학들의 등록금이 인상되는 효과를 낳았음) 공무원들의 수와 급여를 낮췄으며 심지어 교도소의 수감 중인 죄수까지 줄이려고 드는 등 별별 예산 감축안을 다 내놓았습니다. 


 그럼에도 이미 어느 수준을 넘어선 거대한 부채는 쉽게 사라질 성질의 것이 아닌데다 교육, 의료, 사회 보장 등에 들어가는 고정 예산이 매년 증가하는 문제를 캘리포니아 역시 같이 겪고 있기 때문에 캘리포니아 재정위기는 2008 년 이후 매년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캘리포니아가 그리스를 닮아간다고 생각하기까지 합니다. 


 미래에는 캘리포니아 주가 파산하는 문제가 좀 더 수면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재 미 연방 정부도 엄청난 부채를 짊어진 상황에서 지자체를 다 도와줄 순 없기에 몇몇 카운티들 처럼 주 정부가 파산 보호 신청을 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당연히 이런 일이 생기기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세계 경제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캘리포니아주의 디폴트 상황이 실제로 발생하는 경우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큰 악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재정 지출이 감소하는 것 못지 않게 미국 경제가 다시 살아나서 주민 소득이 늘어나고 세금이 저절로 많이 걷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좋은 일이 항상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불행한 현실이라고 하겠습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